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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즁 필름 Jul 14. 2017

송강호라는 흔들림.

<택시운전사> 리뷰

두말할 필요가 없는 기대작. 택시운전사의 리뷰입니다. 초대받은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소재 자체는 사실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욱 평가하거나 혹은 가감 없이 이야기 하기 참 힘든 소재이지요. 하지만 이런 비극적인 역사를 기반으로 둔 상업영화는 그래서 더욱더 세심한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비극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하는 것만큼, 그 비극을 왜곡시키는 것도 없을 테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에 대한 제 평점은 3.0 / 5입니다. 보통 지인들이나 스스로도 이 정도면 볼만한 영화라고 기억되는 영화는 3.5 점이상을 말합니다. 전 이 영화에 좋은 점보다는 아쉬운 점들이 참 많았습니다. 아주 단적으로 영화의 아쉬운 점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를 짧게 말하고 리뷰를 마치려고 합니다.

포스터의 아랫부분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루가스와 택시. 잘뽑은 포스터다.

광주로 가기 전. 모든 것이 진부해.

 차라리 정말로 택시기사의 능력이거나, 우연한 기회로 통제를 하지 않은 길로 들어선 것이 좀 더 설득력을 얻을 뻔했다. 마주친 군인들과 광주에서의 '비즈니스'는 누가 보기에도 설득되기엔 힘들지 않았을까. 아무리 어수룩한 군인이라도 보고 체계 없이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 당시 계엄이라는 중한 상황 자체를 오히려 관객이 까먹거나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은 참 나를 내내 아쉽게 했다.

재미보다는 장난스럽게 느껴진 장면

물론 광주에 어떻게 쉽게 도착했느냐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사실 가고 난 뒤의 일이 훨씬 중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영화의 처음은 너무 의미 없이 소모된다. 택시운전사의 캐릭터 설명은 너무나 진부했고, 어디서 본듯했다. 이미 어떠한 갈등이 기다리는지 뻔히 아는 관객들 앞에서는 마치 눈에 보이는 악수를 차근차근 둬주는 느낌이랄까.

광주에서의 변화는 정말 극적이었을까.

우여곡절 끝에 광주에 도착한 택시운전사와 외신기자는 같이 다니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둘의 생각이 맞닿은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곳에서 만난 광주 사람들과 통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 부분도 감정적인 연결이 참 허술하게 느껴진다. 주먹밥을 주는 것. 택시운전사를 환대해 주는 것. 대학가요제의 노래를 부르며 신나 하는 장면. 잔인하게 모두가 탄압받기에 이르기 까지, 택시운전사의 심경에는 어떠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자리 잡게 되는지. 외신기자는 현재 어떠한 상태인지 잘 나오지 않는다.

사실 토마스의 연기도 조금 아쉽다.

그저 그 둘을 쫓는 사람과 이미 벌어진 시내의 암담한 분위기만이 모든 걸 덮는다. 그저 의미 있는 장면이라면, 막둥이가 걱정이라며 길거리에 나앉은 할머니를 못지 나치는 알고 보면 착한 심성의 사람이라는 상징적 장면이 있을 뿐이다. 원래 데모를 쓸모없는 것이라 여겼던 주인공. 그렇지만 거칠게 탄압받았던 상흔들을 보면서 자신이 구축했던 캐릭터를 너무 쉽게 변모되는 것에 관객으로서는 의문감이 자리 잡는다.

수고한 류준열.

이미 모두가 아는 역사적인 비극. 그 안에서 우연히 그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는 어찌 보면 계속해서 관객을 그 안으로 이끌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인데, 그것이 띄엄띄엄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아쉽다.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는 말은 예고편에서 들었을 때 보다 오히려 공허하다. 왜 그런 부채감이 자식을 위하는 아버지의 마음보다 앞서게 되는 것인지. 나로서는 충분히 설득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송강호의 연기란.

그럼에도 이 영화를 악평만 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주인공의 심리묘사이다. 앞서서 나는 주인공이 왜 돌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공감을 위한 장치들이 많은 부분 허술하다고 언급했는데, 그럼에도 순천시내에 나와서 국수를 먹으며 먹먹해지는 것. 노래를 흥얼거리며 점점 어두워져 가는 안색과 떨리는 입술. 딸에게 줄 신발을 고르는 평온함과 안온 감에서 갑작스레 밀려오는 부채감과 무엇인가 계속해서 견딜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고민하는 장면들은, 과연 누가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할 정도이다.

얼굴에 붙은 저 심술도 연기일까

그의 노래는 관객을 흔들거리게 했다. 앞에서 나에게 그리 와 닿지 않았던 비극의 장면들이 오히려 송강호가 부르는 노래에 더더욱 와 닿게 만든다. 그 캐릭터의 고민과 고뇌가 얼굴 근육에 하나하나 박혀있는 듯 느껴졌다.

알고보면 착한 사람. 어쩌면 참 뻔한 캐릭터 설정

택시기사들의 추격전?

그러한 감동으로 광주로 돌아간 택시운전사는 그들과 하나가 되어 저항하며 살아남는다. 생사를 함께하고 광주의 진실을 알려야 했던 그런 사명감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아마 가장 가슴 졸였을 조바심의 시간들. 그렇게 탈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은 광주 부근의 택시운전사들이다.

오히려 그의 오오라를 갉아먹은 추격전

무엇을 감동포인트로 잡았는지는 알 거 같다. 택시라는 동질감 있는 소재를 활용한 희생. 하지만 그 희생은 숭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난데없는 추격전이라는 이상한 메타포를 만들며 어색하게 진행된다. 그들의 강인한 연대감은 오히려 그렇게 퇴색된다.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꼭 그렇게 추격전을 벌였어야 속이 시원했을까.


결론

개인적으로 송강호의 출연작이 아니었다면 더욱 낮은 점수를 줬을 것이다. 영화라는 것은 관객을 일정한 사상이나 생각에 가두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감상으로 감성을 풍부하게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감정은 대부분 비극을 바라보는 감정이어서, 이미 차오른 감성을 잘 표현해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치 아픈 주사를 맞고 있는 와중에 팔뚝을 꼬집으면, 그 주사가 아프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듯이.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비극을 조금 더 가볍게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면, 나름의 성공은 있었다. 잔인하게 희생되는 광주시민의 이야기보다 그 속에 갑작스레 던져진 서울 사람의 심경 변화는 어찌 보면 감독이 관객에게 광주를 쉽게 이해시키려는 의도였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 방법은 너무 갑작스러웠고, 실화보다는 감독이 설정한 픽션의 이야기들은 진부하거나 설득력이 떨어져서, 오히려 그런 점들이 더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긴 해도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특히 절정 부분의 송강호의 다시 광주로 돌아가는 장면들은 아쉬움을 반대의 감정으로 올려놓는 것에 성공한다. 물론 얼마 가지 않아 그것도 연료를 다하는 듯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우리가 송강호처럼 노래를 부르면서도 다시 생각나야 할 그 날의 광주.

영화와 연기가 어떻든 영화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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