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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즁 필름 Jun 12. 2019

<기생충> 연쇄 리뷰 - 상징적 디테일들

연쇄 리뷰 #2

지난 리뷰에 이어 이번 리뷰는 기생충의 상징적인 디테일들을 말해보고 싶다.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디테일에 집착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의 영화를 볼 때면, 당연스럽게 그가 숨겨놓은 여러 가지 장치들을 발견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마침내 그것이 발견되어 서로 연결되었을 때의 재미가 있다. 이번 기생충도 역시 마찬가지로 그러하였고, 특히나 앞서 언급한 빈부격차의 그것들과 이어지는 것들이 많아서 확실히 영화를 보면서 광산을 파내려 가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포스터 아래로는 영화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자세히 보면 정말 모든 게 다 있다.

포스터

해외판 포스터가 특히나 인상적이다. 이 포스터에는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등장한다. 박사장 네 가족과 기택의 가족은 물론이고, 다리만 나와있는 문광과 영화 속에서 다송의 자화상으로 모두에게 웃음을 준 사실은 지하실의 근세를 그린 그림까지 등장한다. 그 밖의 디테일도 상당하다. 사건의 첫 시작으로서의 의미를 가진 수석. 다송이의 미제 인디언 텐트. 근세의 리스펙트 세리머니를 위한 모스부호 등도 등장한다. 박사장 네 가족은 전부 신발을 신고 있고, 기택의 가족은 전부 맨발이다. 충숙의 왼쪽 다리엔 바퀴벌레가 자리를 잡았다. 박사장의 가족을 중심으로 그걸 둘러싸고 있는 기택의 가족의 자리 배치도 또한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중앙의 cherchez l'intrus는 프랑스어로 '침입자를 찾으라'는 말로 이들중 누가 침입자 일지 모른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들의 행복은 나눠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국내판 포스터도 또한 인상적이다. 역시나 다송이의 미제 인디언 텐트가 등장하고, 수석을 들고 나오는 기우가 있다. 박사장 네 가족의 눈에는 흰색 실선을 기택의 가족은 검은색 실선이 그려져 있어서 해외판에서의 신발의 차이점이 눈으로 바뀐 모습을 하고 있다. 비슷하게 나와있는 다리는 역시나 문광의 다리일 것으로 추측된다. GV에서 봉준호 감독은 '잘 나온 것 같다. 홍보팀이 수고해주셨다'라고만 코멘트했지만, 여태 포스터 중에 이렇게 내용을 잘 함축한 것이 있나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라는 말은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보면 참으로 뒷맛이 쓰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아마 기택, 기우 정도로 생각해 보았을 때. 그 말은 철저히 본인들의 시선에서 입장임을 알 수 있다. 예고편에서 "아버지, 저는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기우에게 "그것은 엄연한 범죄입니다." 라며 말하는 내레이션처럼.


두 포스터 모두 사람들의 눈을 가린 실선이 인상적이다. 그것은 전 리뷰에서 언급했던 기택이 자신의 눈을 가렸을 때의 분노의 표현과 모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가리는 역할을 하면서, 미스터리 한 분위기를 풍기는 역할을 한다.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산경수석

영화에서 내내 등장하는 수석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수석이 나왔던 장면들만 요약해 보더라도 굉장하다. 처음으로 등장할 때의 수석은 돈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며 기우의 친구인 민혁이 기택의 집에 가져온다. 그것을 본 기우는 "참 상징적이다"라는 말로 명확하게 의미를 부여한다. 기택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라는 말로 거들기에 이른다. 이렇듯 수석은 이야기의 시작과도 같다. 마치 이 수석에 극 중 소개되지 않은 어떤 사연이라도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실제로 중요한 순간순간 등장한다.


처음 문서를 위조해 면접을 보러 갈 때에 먹을거나 사 오라던 충숙은 그 수석을 솔로 닦고 있다. 수석은 그 후로 잘 등장하지 않다가, 가족 모두가 박사장 네 취업에 성공한 뒤 먹는 맥주 회식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서 기택의 가족들과 같이 등장한다. 그리고 기우가 물난리 난 곳에서 찾아낸 수석은 감독도 의도적으로 판타지로 보이게 했다고 할 정도로 운명적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수석은 그렇게 기우에게 자꾸만 붙는다. 기우는 그 돌을 박사장 네 가든파티에 가져가 남아있던 근세와 문광을 죽일 결심을 하지만, 기우는 결정적인 순간 그 돌을 떨어트리게 된다. 그리고 그 돌에 의해 머리를 가격 당하고 만다.


이렇듯 수석은 재물과 돈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또한 분노와 살의를 표현하기도 하며, 영화의 결말부 기우가 돈을 벌기 위해 가장 근본적인 계획을 시작할 때 수석을 냇가에 가져다 놓으며 더 이상의 저주도 행운도 끝낼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사용된다. 봉준호 감독이 GV 때에 '수석의 시점으로 영화를 보면 재밌을 것이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수석에는 정말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모티브를 어디에서 얻었냐는 질문에 "보통 자신이 만든 영화는 사건에서 영감을 받거나 혹은 캐릭터에서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기생충 같은 경우는 바지에 어느덧 묻은 얼룩처럼 자신도 모르게 자신에게 다가와 있었다." 라며 한 이야기처럼. 우리가 돌이라는 주위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흔한 소재에 의미를 부여해 산수경석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어느덧 다가와 있는 평범한 돌에 상징을 부여한 것은 아닐까.

믿음의 벨트가 최고점에 이르던 그때.

음악

영화의 상징적인 것들을 말할 때 음악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전반적인 분위기와 테마를 잡아주고, 실제로 반전을 거듭할 때에 중요한 청각을 담당하는 음악에 대한 재밌는 지점들도 굉장히 많다. 특히 초반 배급사와 제작사의 BI 그래픽이 나올 때부터 다양한 음역대의 종소리가 등장하는 것 또한 인상적인데, 이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사운드 체크"라고 언급을 한 바 있다. 여러 가지 종소리가 다 들리지 않는다면, 극장에 항의하라는 우스갯소리도 직접 할 정도로 이 영화의 음악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의 OST를 전부 재생해보면, 기택의 가족들의 테마는 첫 곡인 '시작'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테마가 마이너 한 분위기인 것을 알 수 있다. '시작'은 처음 기택의 집에 자그마한 햇살이 기우의 머리에 비추며 시작할 때 나오는 음악이다. 그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햇살만큼이나 유일하게 허락된 밝은 음악이다. 특히나 인상적인 부분은 영화의 차가운 결말 뒤에 울리는 첫 음악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시작'이다. 기우가 돈을 벌어 "아버지는 계단만 올라오시면 됩니다"라고 꿈을 꾸고, 차가운 반지하방 창문에서 눈발을 날리는 것으로 그 계단이 얼마나 올라오기 어려운 계단임을 말하며 영화가 끝난 뒤 나오는 '시작' 이라니. 이는 기우를 향한 봉준호 감독의 응원일까. 아니면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처럼 시작 후의 암담한 상황에 대한 암시 일지는 잘 모르겠다.


민혁이 처음 기우에게 과외자리를 제안할 때 흐르는 음악은 '첫 번째 알선'이라는 곡인데, 그 이후에 있을 기우가 기정을 소개할 때. 기정이 기택을 소개할 때의 음악들과 테마가 미스터리 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는 이 알선들이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올 것을 의미하고 있다.


가장 극적인 곡은 모두가 합심해서 문광의 복숭아 알레르기를 연교에게 활동성 결핵으로 확신하게끔 할 때에 긴 테이크로 삽입되는 '믿음의 벨트'라는 곡이다. 특히 이 말은 연교가 "아는 사람으로 연결 연결. 이게 최선인 거 같아. 믿음의 벨트랄까?"라는 대사에서 따온 것으로, 영화의 가장 리듬감 있고 그 큰 계획이 완성되는 재미로서의 클라이맥스를 꾸며준다.


그리고 또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영화의 반전에서 흘러나오는 '지옥의 문'을 꼽을 수 있다. 문광이 찾아와 처음으로 지하실의 존재를 알게 될 때. 충숙이 아래로 내려가는 긴 테이크에서 나오는 이 음악의 긴박감을 배가시켜준다. OST 만 듣고 있어도, 영화의 순간순간의 내용들이 스쳐 지나가듯. 다시 영화 전체를 '듣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지금 켜진 불도 이상해 보인다.

모스부호

다송이가 해석하다가 잠들어버린 논란의 그 모스부호도 실로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화 안에서 이 모스부호를 해석한 사람은 기우밖에 없다. 극 중 연교는 "센서가 제멋대로야" 라면서 전혀 의미를 해석해내지 못한다. 이것은 단순히 스카우트 출신의 여부로 모스부호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극 중 근세는 수백 번의 모스부호를 보냈을 것이다. 단지 다송이가 인디언 텐트에서 그것을 발견하여 해석하는 장면은 비단 그 날이 첫날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송이는 해석하지 못하였고, 연교는 그것이 신호라는 것도. 그리고 박사장은 그것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사실 조차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캠핑에서 돌아온 박사장 네 가족이 계단을 올라올 때에 묶여있던 근세 때문에 등은 켜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모스부호는 극 안에서의 계층으로 표현되는 극빈층의 언어가 상위 계층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기택이 기우에게 보낸 편지도 기택은 기우에게 그 편지가 전달되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기우는 아버지에게 "그 계단만 올라오시면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부 모스부호로 작성해놓지만, 정작 보낼 방법도 없다는 것이 그들이 가진 차가운 현실이다. 그 지하실의 비밀공간은 그래서 더더욱이 사회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극 중의 JTBC 기자의 말처럼 기택이 정말로 증발되었다고 표현해도 과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문제의 계단 공간. 숨어서 듣기 너무 좋게 만들어졌다.

그 밖의 디테일

극 중 박사장 네 식구들과 선으로 이뤄진 이야기들이 많다. 밖에서 널브러져 자고 있던 연교를 깨우는 문광의 손뼉은 안에서 보고 있던 창틀의 선을 넘어선다. 문광이 선을 넘어 발생한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는 부분이다.


박사장은 처음 테스트 주행할 때에 뜨거운 커피가 꽉 채워진 잔을 들고 테스트 주행이 아니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것은 박사장이 말하는 선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자신은 그것이 별거 아닌 듯 말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서 그 선이란 자신이 있는 뒷자리를 의미하는데, 기택이 "그래도 사랑하시죠?"라고 말할 때와 "더 케어"의 명함을 내밀 때의 그 침범에 대해서 박사장은 앞을 보라며 그 불쾌함을 숨기지 않는다.


2층 사우나실에서의 기택과 연교의 묘한 대화도 은연중에 연교의 손을 잡아버린 기택의 그 선을 넘는 행동에 연교는 "손 씻으셨어요?"라며 무의식적인 거리감을 표한다.


박사장의 집도 이상한 구조로 되어있다. 봉준호 감독이 직접 밝혔듯 집의 디자인을 직접 감독이 많이 개입해서, 건축가들이 이런 구조의 집이 없다고 할 정도라고 하였는데, 실제로 특정 공간의 어느 선을 넘지 않으면 절대로 보이지 않는 곳들이 많다. 특히 다혜가 제시카를 엿보는 계단은 그 후에도 기정이 윤기사의 대화를 엿들을 때. 갑작스레 찾아온 문광의 이야기를 기택, 기우, 기정이 들을 때에도 사용된다.


그렇게 인물들이 서로 보이지 잘 서로를 볼 수 없도록 설계된 선을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삑사리'로 넘었을 때에 극은 더욱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점도 흥미롭다.

그들의 첫회식엔 필 라이트만이 보인다.

맥주

처음 피자 시대의 박스 접는 일당을 받아서 맥주파티를 벌일 때의 가족들은 전부 필라이트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일가족이 박사장네에 기생하게 되면서 벌인 파티엔 모두의 맥주가 삿포로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충숙의 맥주만 그대로 필라이트라는 것을 보면서, 충숙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연어

연교는 기정을 초대할 때 연어스테이크를 먹자고 한다. 실제로 기택을 데리고 장을 볼 때에 연어를 담는 모습을 담아준다. 그만큼 연어는 부자들의 음식임을 약하게나마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홀로 지하실에 남아서 캔을 나눠먹는 기택의 모습에서 그 캔이 연어의 통조림을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통조림 중 왜 하필 연어였을까  자그맣고 장난스러운 하나의 디테일이 아니었을까?

다송이 잘생겼다.

인디언

인디언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을 말한다. 다송이의 인디언 텐트. 그리고 인디언은 그 가족이 이 집의 원주민인 것을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일 것이다. 실제로 기택이 인디언 모자를 쓰고 난 뒤의 참극을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리뷰는 다음에 연재될 연쇄 리뷰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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