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스타트업> 6화 리뷰
스타트업 임원. 스타트업을 말하다. 여섯 번째 글.
tvN드라마 <스타트업> 6화 <키맨>의 리뷰를 겸하고 있습니다.
달미의 멋진 피칭에 힘입어 삼산텍은 샌드박스에 입주하게 된다. 물론 달미의 피칭도 있지만, 지평의 도움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달미도 자연스레 그렇게 물심양면 도와주는 지평이 왜 그렇게 도와주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도산은 달미의 그 의문을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정말 각별한 지평이 도와줬다는 거짓말을 한다. 거기엔 현 상황을 모면하려는 의도뿐만 아니라, 달미를 향한 지평의 행보에 대해서 견제하기 위한 의도이기도 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샌드박스에 입주한 삼산텍은 달라진 사무실 환경에 감격한다. 그러던 와중 옆 사무실의 팀이 입주 첫날부터 다툼으로 쪼개지는 모습을 본다. 팀워크가 애초에 별로였을 것이라며 남 이야기하듯 말하는 도산. 하지만 자리를 정하는 문제부터 호칭을 정하는 문제에서부터 모두가 처음 같이 일해보는 상황에 불안한 지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글로벌 시가총액 7위의 알렉스의 멘토링을 거절하고, 한지평을 선택하는 달미. 그들의 멘토가 된 지평은 투자실사를 시작한다. 여기에 오늘 이 글의 주제이기도 한 ‘지분 싸움’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다.
지평은 주주명부를 지적한다. 모두가 N빵이라는 신박한 방법을 생각한 것도 모자라, 사촌이 1%와 아버지가 16%를 가져간다. 이 주주명부를 보고 투자하는 멍청이는 전 세계에 단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나오는 인재컴퍼니의 주주명부는 확실하게 원인재에게 힘을 실어준 지분율을 보여준다.
지평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차가운 진실을 이야기한다. 투자자의 지분이 대표를 압도하는 경우, 회사의 의사결정이 대표가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며, 키맨에게 60 이상의 지분을 주는 것을 충고한다. 철산은 그 말이 자신의 지분을 빼앗는 것이라며 삼산텍은 입주 첫날 사분오열 되고 만다. 지평은 달미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대표는 능력 없는 대표라며 말을 건네고, 달미는 자신의 해결책을 고심한다.
한 편, 그렇게 싸운 뒤에도 구)삼산텍 오피스에서 만나는 초기 멤버들. 그들은 도산텍부터 삼산텍까지의 변화를 추억한다. 철산은 회사에서 랜섬웨어 감염으로, 용산은 그런 철산을 도와주러 회사를 때려치운다. 그렇게 그들은 삼산텍이 된다. 스타트업의 첫 시작은 이렇게 볼품없는 유대감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달미는 좋은 CEO가 되기 위해 멘토인 지평을 괴롭힌다. 그렇게 괴롭혀서 얻는 대답.
“좋은 CEO란 뭘까요? 없어요 그런 거. 답을 찾지 말고, 선택을 해요. 그 결정 못하는 대표는 자격이 없죠”
“뭐가 되고 싶은 겁니까? 좋은 사람. CEO. 둘 다는 못해요. 하나만 해요”
그러던 와중에 달미는 사하가 자신의 전화도 씹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철산이는 썩은 우유를 먹지 말라는 도산을 무시하다가 실명위기에 처한다. 철산을 구해주며 그들은 돈독한 우정을 확인하고, 다시 의기투합한다.
모두를 소집한 달미는, 새로운 주주명부를 내민다. 그 주주명부에는 장사하가 빠진 버전의 남도산 67% 와 나머지를 8 % 배분. 그리고 정사하가 포함되면 남도산 64%와 나머지 7% 배분을 한다. 정사하의 지분이 없는 버전을 만든 것은 그녀가 회사의 방침을 따르지도. 나머지 멤버를 존중하지도. 특히 대표의 전화도 받지 않는 그녀에게 퇴사할 것인지, 따르며 지분을 받을 것인지 선택하게 한다.
지평에게도 수정된 주주명부를 들고 간 달미. 그 자리에서 달미는 자신은 대표로서의 선택을 강변한다. 남도산에게 지분을 몰아주면서, 자신의 대표인 점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것이고, 그것은 멘토인 지평에게 욕먹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7 %를 가진 CEO의 불안요소는 추후에 다시 문제가 될 것임을 암시하기도.
도산은 그렇게 시작된 삼산텍의 새로운 시작에서, 후한을 위해 그동안의 거짓 편지 연기를 고백하고자 한다. 하지만 달미의 할머니가 곧 실명할게 될 거란 사실을 혼자 알게 된 도산은 사실을 고백하지 못한다. 그 별것 없었던 거짓은 그들에게 큰 버그로 돌아올 것임을 암시한다.
3화에서 원인재가 가진 네이쳐모닝의 지분이 의결권에 한참 모자라자, 허울뿐인 대표로서 이사회에서 해임되기에 이른다. 그만큼 스타트업. 아니 기업에서의 지분구조라는 것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결국 투자사는 그 회사의 지분을 신주 발행하거나 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주주가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기존 멤버의 주식이 희석된다. 그 과정에서 의결권을 상징하는 50%의 지분을 대표나 대표의 우호지분이 아니게 된다면,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결정이 대표가 아닌 사람에게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대표를 키맨으로, 압도적인 지분을 몰아줘야 안정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지평이 계속해서 강조하는 바가 이 것이다.
보통 스타트업의 구성원들은 친해서 시작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믿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초창기 2인이나 3인 일 때에 모두가 같이 노력하는데 결국 이렇게 되면 지분이 똑같이 나뉘는 상황은 대부분 오지 않는다. 그렇게 벌어진 지분은 결국 회사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서, 의견 대립이 올 경우에 초기 창업자들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망해서 사이가 안 좋아지지만, 잘되고 나서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행복은 상대적이라고 했던가. 똑같이 시작했는데 결국 회사가 매각된 이후에 만지는 돈의 차이를 확인하게 된다면,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 드라마 내에서는 굉장히 유치한 알력 다툼 정도로 묘사되었지만, 이 문제로 회사가 갈라지거나 큰 리스크가 되는 경우는 정말로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 비율은 물론 스타트업이 망하는 것에 비할바는 못된다.
지분 희석은 대표의 의결권에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신규 투자자의 의해 지분이 희석된다면, 처음 같이 회사를 시작한 이들의 퍼센티지도 계속 하락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꼭 나쁘게만 볼일은 아니다. 자신의 지분은 희석되지만, 결국 회사의 가치는 쭉 오르기 때문.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있으니 잘 읽어보자 https://www.venturesquare.net/1237
삼산텍이 한참 지분으로 싸우고 있을 때. 원인재의 인재컴퍼니는 지분 정리가 끝났다. 나머지 멤버들이 왜 불만 없느냐는 말에 나중에 스톡옵션으로 보상해주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타트업에서 인력을 채용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톡옵션은 무엇일까?
우리말로 하자면 주식매수청구권인데, 이는 현재는 주식이 없지만, 나중에 현재의 낮은 가격으로 훗날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풀어놓으니 더 어렵게 느껴지지만, 쉽게 말해서 나중에 오를 주식을 지금의 싼 가격을 살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는 경영진과 근로자에게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는데, 경영진은 현금보상으로 지급하는 부분을 줄이고, 경영진이 부여하는 것이기에 우호지분이 될 것이다. 근로자는 미래에 회사의 가치가 상승하면 자신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의 가치도 상승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회사에 기여할 수 있고, 특히나 벤처기업 같은 경우에는 5천만원까지 비과세. 스톡옵션의 풀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그렇지만 스타트업의 특성상 언제 회사가 망할지 모르고,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스톡옵션이다. 말 그대로 미래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한이기 때문에, 회사 자체의 위험을 근로자도 동시에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희귀한 경우이긴 하지만 스톡옵션을 가진 상태로 회사가 인수합병이 되게 된다면, 그 인수합병의 결과로 스톡옵션이 자동적으로 말소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미래를 위해 열심히 회사에 기여했는데, 결국 회사가 매각되면서는 아직까지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이 휴지조각이 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스타트업에서 구인을 할 때에 굉장히 매력적인 조건으로 주어지지만, 결국 훗날에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사실 굉장히 낮다. 그래서 애초에 구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에 조인하는 걸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선택은 본인의 몫.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면 이곳에 잘 나와있다. [스톡옵션의 모든 것]
달미는 결국 회사의 키맨이 남도산임을 인정하고, 자신은 나머지 구성원들과 같은 7%를 가져가는 선택을 한다. 아마 보통의 현실 스타트업이라면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극 중 삼산텍은 이미 개발자 3인에 대표가 영입되었다는 개념으로 시작한 것임으로, 이것 또한 현실에서는 거의 벌어지지 않을 일로 생각하면 그냥 재미로 생각하면 좋을듯하다.
그렇지만 달미의 CEO로서의 면모는 꽤나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그것은 지평이 달미에게 해준 이야기들처럼 대표라는 것은 정답이 없고, 여러 갈래의 길중에 빠른 결정과 선택으로 그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자리임을 보여준다. 그 선택은 대부분 최악과 차악인 경우가 많고, 그때마다 회사가 이대로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는 결정을 하는 자리. 그것이 CEO이고, 이번 화 내내 달미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단편적으로는 CEO는 말 안 듣는 직원을 내보낼 수 있는 선택도 해야 하며, 회사의 의결권이 자신에게 없어질 수도 있는 결정도 감내해야 한다. 특히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리고 더 몸집이 커나갈수록 그 선택의 책임도 본인이 져야만 하는 비정한 자리이다. 왕관을 쓰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 했던가.
삼산텍은 샌드박스에 입주하자마자 지분싸움이라는 골이 생긴다. 그 가운데는 새로 영입된 대표에 대한 신뢰의 문제부터, 회사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직원까지. 과연 돌파할 수 있을까하는 위기가 산적하다. 그 위기를 자신을 희생하는 CEO 달미의 선택으로 돌파하지만 문제는 정말 이것으로 끝일까?
우리는 원인재의 경우에서 보았듯 지분 없는 대표가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게다가 무조건 자신의 편이 되어줄 도산은 사실 달미의 옛 펜팔 친구조차 아니다. 추후에 발생할 크나큰 버그를 제거하기 위해 사실을 고백할 마음을 먹은 도산이지만 그것 또한 갑작스러운 이슈에 실행하지 못한다. 거짓말의 나비효과가 점점 감당할 수 없는 형태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내재된 불안을 알고 있는 건 사실 여기까지 드라마를 시청한 우리들 밖에 없다. 이들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