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처럼 넓은 마음일 줄 알았는데
마흔 중반의 마음은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바다처럼 넓은 마음일 줄 알았다. 불혹 아닌가. 유혹쯤은 돌처럼 여기고 여러 경험들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그런 어른의 모습을 꿈꾸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다른 방향의 변화를 느낀다. 마음이 호수처럼 잔잔해지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열정이 식고 시큰둥해졌다 할 수 있고, 좋게 말하면 감정의 요동의 폭이 줄어들어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겠다.
친구 좋아해 친구 만나는 일이 참 기다려지고 어디든 갈 수 있었는데, 요즘은 마음속으로 생각만 해도 충분하다. 잘 살고 있으면 그걸로 나도 좋다.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호불호가 강해 미워하는 마음도 컸는데, 그 열정도 예전 같지 않다. 진짜 싫어하는 친척 이야기를 동생이 꺼내 좀 당황했는데, 크게 미워할 생각도 없어졌다. 좋아하지도 않지만 크게 미워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예전에 했던 다짐을 나도 모르게 지키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해도 이 호수같이 잔잔한 마음에 언젠가는 큰 돌이 떨어져 파문을 일으키는 날도 오겠지. 그때는 또 요동치겠지. 그래도 웬만한 작은 돌에는 잔잔하여 평온한 이 마음을 유지하며 살고 싶다. 너무 좋아하지도, 너무 싫어하지도 않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싶다. 섭섭한 마음도 오래 담아둘 이유가 없다. 바빠서 그랬겠지, 무슨 사정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