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돌아가신 아빠가 지어준 내 이름을 좋아한다. 무척 흔한 이름이다. 학창 시절에는 같은 학년에 같은 이름의 친구들이 꽤 있었다. 나와 또래가 비슷한 소설 속의 ‘82년생 김지영’도 있고 미국의 어린이 방송 Sesame Street에 Ji-Young 캐릭터도 있다. 그래서 브런치 필명도 본명으로 하고 싶었다.
페이스북에는 지인들과 나누고 싶은 사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된 글을 쓴다. 아이들 얼굴 사진도, 가끔은 내 사진도 뜬금없이 등장한다. 브런치에 쓴 글을 붙여놓을 때도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턴가 지인들에게만 보이는 글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 편하지 브런치에는 올릴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어차피 읽는 이는 소수다.(나는 인풀루언서가 아니다.) 그래서 이제 브런치에는 실명이 아닌 필명으로 글을 써 보고 싶다: SNS에 올리는 글과는 다른 글 말이다. 너무 사적이지 않고, 너무 가족을 드러내지 않고, 너무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나의 필명은 감자부인으로 정했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지어준 별명이다.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그 감자부인은 아니다. 그냥 감자처럼 흔하고, 맛있고, 무슨 요리를 해도 잘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라고 해두자. 멋진 필명을 궁리했지만…. 익숙한 것에서 안정감을 찾기로 했다.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에는 글을 쓰거나 걸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잠도 잘 잘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안다. 숙면만이 살 길이다. 브런치를 다시 두드리며 다시 써보자 마음먹는 토요일 이른 아침, 해가 떠 블라인드 사이로 흘러나오는 빛처럼 내 마음도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