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의 관점에서 바라본
대표님이 나를 기획팀에 배치하면서 하신 말이다.
”기관에서는 행정가가 되어야지, 행정가는 제너럴리스트야. 전문가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관을 이끄는건 행정가다.“
행정가를 업태로 삼고싶지도 않았고, 여전히 나는 전문가로서의 미래를 꿈꾸지만,
이번 내 동기의 승진 소식을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60명이 채 안되는 작은 회사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끼리 똘똘뭉쳐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모습,
서로 가지고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주는 든든한 백.
경쟁이 될 사람들을 쳐내는 서로를 제외한 타 직원들에게 인류애가 없는 듯한 모습들.
굳이 시키지 않은 궃은 일들을 찾아서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애쓴다 싶으면서도
그것을 무기로, 하지 않는 사람들은 비난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처음에는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옳고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들이 옳다는 것이 증명된 모습을 보았을 때, 그 당혹스러움이란.
사실 그것보다 더 실망스러웠던 건, 제너럴리스트를 외치던 경험많고 노련한 대표가 적어도 그들을 지지할 것은 아닐꺼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아부하고 얼굴비추고 인사한번 더 하는 이들을 가까이 두는 것을 보면서 설마설마 했는데,
결국 그런 결이구라는 허탈감이 밀려왔다.
그래, 허탈감이 들었고, 이제 내 상상속에 존재하는 그런 지덕체를 갖춘 리더는 공공기관에 없다는 것을 이제 알았으니,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공공기관의 장점만 쳐다보며 살았던 나에게
공공기관의 단점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을 때.
다시 사업부서로 보내달라고 하고 전문가로서 내 성질대로 살 것인가
아님 기획부서에서 살아남아 어떻게든 나의 위치를 점할 것인가.
우습다고 생각했던 일에 자존심까지 꺾어버리는 결심을 해야 하는 순간이 너무나도 치욕스럽고
예전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겪은 일들을 아직도 대물림 되고 있구나 싶어 슬프다.
나는 한없이 한량의 기질을 가지고 사는 낙천주의자 인데,
경계하고, 비굴하고, 눈치보고, 비난하고, 경쟁하는 그 별로인 제너럴리스트의 세상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일보다는 관계가 더 중요한 이곳…
전문가들은 그저 도구로 활용하고 이용만 하는 정치판.
못하면 바보, 잘하면 뻔뻔함.
그래, 결국 뻔뻔함이다. 뻔뻔함을 DNA로 갖지 못해 그저 슬픈 요즘이다.
그래도 적어도 나의 지금보다 구리다고 생각하는 것에 끌리지 말자. 나를 끌어내리지 말자. 세상을 다 가질수는 없다. 포기할 건 포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