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링
세상과의 단절을 꿈꿀 때가 많다. 그러기엔 너무도 많은 시각적 소음과 청각적 소음이 뒤엉킨, 거기다 퀘퀘하면서도 향기로운 후각까지 나를 마주하는 수많은 혼돈은 가끔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인간의 5대 감각인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중 그 어떤 것을 우위에 둘 수 있을까.
감각의 올림픽에 경기가 열린다면 금메달만 5개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독서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누군가의 생각에 침투하여 은밀하게 위대하게 관음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의미를 두고 봐서는 영상을 통해서, 글을 통해서, 옆 테이블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바라보는 세상은 놀이공원을 처음 마주한 아이처럼 신기한 놀이기구들의 천국이다.
고요한 적막이 가득한 집을 벗어나 카페를 갈 때면, 북적이는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에 갈 때면 촉각에 이르는 필수 준비물인 선크림과 더불어 이어폰을 청각의 통로로서 장착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노이즈 캔슬링을 활성화하는 순간이면 세상과의 단절을 경험한다. 타의에 의한 단절이 아닌 자발적인 단절은 외로움이 아닌 선택적 고독을 향해 가는 길이며, 들려오는 주변의 소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상 일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치를 뒤집어엎듯 나의 뜻대로 들려오는 음악에 감사하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노이즈캔슬링을 켜는 순간이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소음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삶이 흘러가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바르셀로나로의 비행 때 피레네 산맥을 오르며 숨을 헐떡일 때면, 내가 살아가는 고도의 세상에 산소가 충분히 많았음을 느끼곤 했는데 버튼 하나로 세상의 소음이 이렇게나 많았음을 느낄 때면 5개의 감각은 저마다의 혼돈을 가득 안은 채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며 나라는 존재를 이루는 수많은 세포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띵’ 하며 주변의 소리의 음파와 반대되는 진폭의 음파를 내보내며 소리를 상쇄시켜 주는 노이즈 캔슬링의 원리는 해변가의 모래를 만나면 으스러지는 파도를 연상시킨다.
셀 수 없이 많은 물방울들이 바람을 만나 집채만 한 파도를 만들었더라도 땅에 닿을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래에 부딪히는 정반대의 파도에 상쇄되며 사라진다. 시끌벅적했던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 카페를 가득 메우며 흘러나오는 잔잔한 올드팝, 그 공간을 순환시켜 구석구석 찬 공기를 나르는 서큘레이터 소리들을 어떻게 그렇게나 콕콕 집어내어 상쇄하는 진폭을 일으켜 고요함으로 만드는지 현대 과학과 기술이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그 과학에 참으로 감사할 뿐이다. 어떤 장소든 공연장으로 만들어주고, 어떤 곳이든 도서관으로 만들어주며, 언제 어디서든 전화기 너머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문 굳게 닫힌 공중전화 부스로 만들어주는지, 이것은 어쩌면 ‘청각’의 감각 하나만 움직였을 뿐인데 나머지의 감각도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21세기 가장 놀라운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직업으로서의 나의 일터이자, 인간으로서의 내게 가장 중요한 필수 휴대품이 있다면 단연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은 순위권을 벗어나질 않을 예정이다.
“고마워 노캔! 덕분에 나는 어디서든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아이캔! 너로 인해 세상과 나를 해체하고 다시 붙일 수 있는 힘이 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