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May 16. 2024

독설

마음속 깊이 쌓이고 쌓여 형체를 알 수 없을 지경까지 썩은 독기를 몰아서 빼고 나면 속이 시원할 것 같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터진 독설 속에는 진심보다, 나를 더 이상 짓밟지 못하도록, 내가 먼저 상대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투쟁심이 더해지다 보니 논리의 비약은 기본, 가시만 가득 모두가 아프다.


이성적인 해결보다는 방어적인 공격성 내포되다 보니 부작용 또한 크다. 처음에는 안에서 러운 말들이 한가득 튀어나왔음에 잠시 멈칫한다. 그리고 내가 뱉은  것들을 곱씹다가 스스로 깊은 상처를 받고 아파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내가 던진 독설이 얼마나 무의미했는지, 그 말을 들은 타인 얼마나 아파했을까 하며 자책한다. 속이 무너진다. 어설프게 착하다는 것의 부작용이 바로 이런 것들

일까.


성인임에도 여전히 썩은 감정을 어쩌지 못하다가 순식간에 쏟아내 버리곤, 곧 후회하고 아파한다.


그런 내가 싫다가 어느 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기특한 생각을 해본다. 작은 상처가 크게 곪아 터져 짙은 어둠이 되어버리기 전에. 잘게 잘게 잘라 배출하는 연습을 하자고. 조금 덜 아플 때 하나씩 살펴서 수시로 정리해 보면 된다고. 억지로 괜찮다며 외면하는 대신 직시하고 받아들여본다.


불쑥 드리운 어두운 것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 쓰고, 읽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집중해 본다. 지독한 자기 검열은 잠시 멈춘 채. 


사소한 것일지라도 있는 그대로 자주 바라보다 보면 언젠가는 까만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작은 알맹이가 드러날 테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