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_ 카운트에 딱 맞춰서 춤춘다는 것에 대하여

by 움직이기

현대무용 작품에서는 음악의 카운트에 동작을 딱딱 맞춰서 수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는 카운트를 맞춘다는 개념없이 열어 놓습니다. 그 순간에 춤추는 무용수들 신체 내부의 에너지와 호흡, 감정 등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동작의 시간이 있는데요. 바로 그것으로 서로 합을 맞추어 가는 경우가 조금은 더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현대무용을 하다보면 카운트를 맞추라는 이야기보다는 호흡을 맞추라는 이야기를 훨씬 자주 듣게 됩니다.


안무를 만들 때, 무용수는 자기 안으로 깊이 몰입하여 들어갑니다. 신체 내부의 감정과 에너지, 호흡 등과 긴밀하게 연결된 채로, 즉흥적으로 움직임의 흐름과 궤적을 만들어 갑니다.


음악 카운트에 동작을 맞춘다는 것은 이러한 움직임의 흐름과 궤적이 좀 더 선명해지도록 이미지화, 형태화하는 것이며, 시간에 묶어 고정화, 박제화한다는 것일텐데요.

이때, 저의 경우, 움직임이 만들어질 당시의 날 것의, 살아 있는 생생함과 진실성, 자유로움, 의외성과 낯섬 혹은 놀라움 같은 것이 사장되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래서 음악 카운트에 맞춰서 매번 똑같이 동작을 수행할 때, 춤 속으로 제대로 들어가기가 어려워질 때가 종종 생깁니다. 마치 살아있는 것을 철창 안에 가둬버린 느낌이 될 때가 있습니다. 영감의 불꽃은 꺼지고, 그저 회색빛처럼 춤추고 있는 것 같지요. 그 춤을 바로 그 춤으로 만들었던 핵이 희석되어 버린 느낌이랄까요?


떨리지 않고 건드려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찌하든 그걸 건져내고 끌어올리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그리고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뿐인 그 순간에 깊게 들어갈 때야지만 유기적으로 발생되는 특유의 생명력이 잘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죽어버리고 갇혀버리고 박제되고 인위적으로 균질화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진실성도 자유도 좀 희석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꼭 필요할 때는 하지만, 음악 카운트에 딱딱 맞춰서 춤추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많이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그 순간과 깊이 연결되었을 때에만, 바로 그 때에만 유기적으로 창출되는 살아있음과 진실, 자유, 불안정감, 외의성, 즉흥성, 낯섬을 저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저를 떨리게 합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이것이, 그 춤을 그 춤이게 하는 핵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딱히 음악 카운트를 맞춘다는 개념없이 춤을 추는데, 그것이 어떤 순간에는 음악 카운트에 맞춰지는 것 같이 보여져서 편안함과 익숙함을 선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 갑작스레 카운트에서 이탈되어 지지직하는 묘한 이질감과 잡음같은 것을 선사하는 것 또한 좋습니다. 음악 카운트에 딱딱 맞아 떨어지기도 하고 탈주하기도 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것. 저는 그것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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