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grid Jin Mar 20. 2020

편안하고 안전한 학습문화에 대한 생각

학습자와 운영자 모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도전할 수 있는 문화

다른 직군은 모르겠으나, 개발자는 현업에서 일해보는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뭘 준비해야하는지, 뭐가 부족한지가 명확하게 보인다. 내가 그랬고, 주변의 많은 대학생 혹은 교육센터 졸업생들을 봐도 결국 우리들이 하는 준비는 로컬에서 게시판을 만드는 것과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 밖에 없다.

이것 말고는 뭘 준비해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운영, 배포, 빌드, 트러블슈팅, 자동화, 최적화, 코드 리뷰, 타직군/타사와의 협업, 고객 대응 등은 경험해보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localhost:8080에서 아무리 게시판을 짜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우아한형제들 이동욱님의 블로그 글을 일독했는데, 여러 생각해볼 거리가 있었다.


많은 교육기관이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제공하겠다고 시장에 셀링을 한다. 우리의 교육은 현장을 최대한 mock하거나 반영하였고, 우리의 인재를 투입하면 현업에서 바로 기여할 수 있다(또는 그러한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지향점이다. 그런데 교육 기관이 현장의 상황을 완전히 재현하기는 힘들 것이다. 아무리 모의고사를 많이 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시험장이 아니듯이, 실제 비즈니스가 동작하는 현장에서의 긴박함과 필요성을 교육 현장에서 반영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글에서는 운영, 배포, 자동화, 최적화 등의 경험은 직접 업무에 투입되어야 얻을 수 있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특히 tech-training 분야에서, 부트캠프나 교육기관을 졸업한 이후에 취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아마 짐작하기에 이유 중 하나가 원하는 곳을 가기 위해 준비 기간을 더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또 다르게 당장 프로페셔널하게 업무에 뛰어들기에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고 부담스럽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다. 만약 우리의 가설처럼 교육 기관은 마치 비행기의 이륙과도 같은 역할만 자임할 수 있고, 그 이후의 비행 상황을 모두 가르칠 수 없고 모방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 다음에 나타날 각종 두려움과 어려움을 어떻게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원론적인 말이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용인될 수 있는 문화, 자연스럽게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교육문화와 커뮤니티가 조성된 학습공간이 방향성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실패하더라도 교훈을 얻고 그 다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문화, 즉 학습자가 다른 걱정 없이 마음 편히 학습에 몰두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만약 커뮤니티가 잘 활성화가 되어 있다면, 학습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그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유지가 될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학습기간의 종료가 진정한 시작이므로 지속적으로 작은 단위의 학습요소와 현장경험을 함께 나누고, 회사 외에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함께 준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역할할 수 있다면 조금 덜 두려워하고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슷한 측면에서 여러 교육기관이 우수한 인재를 최종적으로 선발하기 위해 단계별로 학생을 선발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는데, 이 과정이 비즈니스 셀링을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형태라고 하더라도 떨어진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모두가 각자에게 필요한 수준의 지식이 있고, 당장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학생이 잠재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교육기관이 학습자의 편안하고 안전한 학습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Lambda School의 생활비 지원이나, 뉴욕 Recurse Center의 코워킹 커뮤니티 기반 자유 학습체제를 꼽아볼 수 있겠다. 최근 하버드와 UC버클리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업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A, A-, B+ 3개의 점수만을 이번 학기에 한정하여 적용하자는 청원도 있다고 하는데, 다 같은 맥락일 것이다. 오히려 교육기관 이후의 학습 문화와 커뮤니티 유지 발전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반대로 말하면, 위와 같은 교육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교수자나 운영자도 편안한 형태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리소스와 스트레스가 덜 들어가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형태의 피드백을 받기란 정말 어려운 지점인 것 같다. 이 세상 모든 교육 프로그램 운영자분들께 존경과 박수의 말씀을 올린다.




작년부터 사이드로 설리번 프로젝트 라는 코딩교육 봉사단체의 리팩토링을 함께 하고 있다. 우리의 헌신은 분명 의미가 있었고, 한 떄는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이기에 사회적 임팩트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의 흐름이 방학 기간으로 끊어지고, 영속적인 학습문화로 발전시키는 데 다소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더더욱 직무교육이 아니기에 커다란 형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프로그래밍 개념을 심어줄 필요는 없다. 1)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해보는 작은 경험 2)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며 피드백 받으며 작게라도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개발자 커뮤니티의 문화 전파하기 두 개의 측면에서 우리가 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고 있다. 우리의 미션과 관련 글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객체의 필드에 직접 접근하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