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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grid Jin Jul 03. 2022

2022년 상반기 회고

대한민국 공군 병장 만기 전역(병 817기)

7월이 되었고 이제 2022년 상반기가 끝났다. 수 많은 일이 있었고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6개월이었다. 본인에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들이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로는 2022년 3월 28일 조기전역을 했고, 이어 5월 23일에 공식적으로 민간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6시에 휴대폰을 걷어, 21시 30분에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집단적이고 광기적인 국가폭력의 현장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크다. 물론 군대가 좋았던 것도 있다. 하루에 9km씩 뛰어다니고, 주말만 되면 집중해서 하나의 태스크를 끝내는 공부 집중타임을 가질 수도 있었다. 정작 나오니까 운동을 하지 않게 되는 나 자신을 보고, 요즘은 출퇴근을 걸어서/자전거를 타서 하고 있다. 최대한 유산소 운동 시간을 확보하면서도 교통비를 줄이겠다는 움직임이다.


아무튼 2022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3가지 소주제를 통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뉴스레터와 텔레그램 채널 시작, 개인 소셜토큰 발행

Achieved: 텔레그램 구독자 <700명, 소셜토큰 거래 횟수 <50회, 뉴스레터 >400명, 트위터 <1000명

To-Amend: 격주로 뉴스레터 이메일 아티클을 발행하자.


2022년의 목표는 매주 뉴스레터를 한 편씩 발간하는 것이었다. 뉴스레터를 작성하게 된 것은, 내가 좋아하는 허진호님의 Two Cents 이메일을 구독하게 되면서부터다. 나도 정기적으로 내가 알게된 것을 정리하여 다른 사람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면 도움이 되겠다고 느꼈다. 2021년 3월부터는 나의 개인 일상을 매주 뉴스레터로 작성하고 있었는데, 2021년 12월부터 이를 확대 개편하여 substack에서 주로 크립토와 매크로 경제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뉴스레터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3월 28일 조기전역 이후 뉴스레터 발간을 사실상 중단함으로써 이 목표를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3월까지는 매주 뉴스레터를 꾸준히 작성했다. 7월부터는 격주로 뉴스레터를 다시 작성해야지. (매달 2, 4주에는 글또 7기를 하면서 기술 블로그를 발행하고 있으므로, 이젠 1, 3주에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꼭 발행해야겠다.)


나의 뉴스레터의 목적은 내가 느낀 한 주를 회고하고, 내가 학습한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서술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열심히 알렸더니 반응은 매우 좋았다. 특히 Sigrid Jin 이라는 이름을 크립토에 관심이 있어하는 개발자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 다음 두 개의 글이다. 아래 두 개의 글은, 병장마저도 아침 급식 지원요원으로 업무를 뛰어야 하는 고달픈 부대 상황 속에서 업무에 투입되기 전 새벽에 작성했다.


그런데 이 "아침 당번" 의 글이 1만회 이상의 조회수와 수 천 회의 공유가 이루어졌다.

- My Not First Impression on Web3 링크

- New wine must be poured into new wineskins 링크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으로 소프트웨어 세상에 입문하게 된 지 어연 4년차, 이제 나도 개발자라고 불리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크립토 세상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되자 이더리움과 폴리곤을 위주로 작은 토이 프로젝트를 여러 번 반복해서 학습하였다. 특히 Buildspace가 학습에 큰 도움이 되었고, DSRV에 있는 여러 개발자 분들이 학습에 큰 도움을 주셨다. 내가 블록체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위의 링크를 참고하면 알 수 있다. 뉴스레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텔레그램 채널은 없냐는 의견은 많이 들었다. 나는 나의 개인 디스코드 채널을 갖고 있는데, 여기 디스코드 채널에서는 내가 주로 학습하면서 느낀 내용이나 나중에 더 찾아볼 링크들을 주제 별로 보관해놓는 Archive 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뉴스레터를 보고 텔레그램 채널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서 나의 디스코드 채널로 안내했는데, 채널에 가입된 분들이 한 때 300명을 넘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디스코드 채널을 일종의 커뮤니티로 운영하려면 내가 나의 공간을 따로 찾아야 하고, 또 내가 커뮤니티 관리를 어떤 컨셉을 잡고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적절한 컨셉(?)을 찾지 못했다. 크립토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채널을 만들고 유용한 뉴스를 공유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나누며 인플루언서가 되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나도 2월부터 텔레그램 채널을 만들고 내가 공유하고 싶은 뉴스나 유튜브 영상이 있으면 링크와 함께 나의 의견을 달아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텔레그램이라는 채널이 독자가 확인하기 쉽고, 또 다른 채팅방으로 공유하기 쉽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면서 이러한 파급력을 몸소 느꼈다. 나의 메시지 하나하나가 점점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커져간다는 것이 느껴졌다. 원래는 10명으로 시작했던 채널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700명에 육박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입장에서 크립토와 거시경제, 그리고 테크의 흐름을 조망하려는 채널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인다.


내가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2차 가공물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제공함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다는 점과 개인 브랜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텔레그램/뉴스레터 핸들링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낀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두 개의 글이 정말 많은 바이럴을 타게 되면서부터, 여러 멋진 창업가/개발자/사업가로부터 수 많은 만남과 조언 요청을 받았다. 3월 말에 전역하고 난 이후부터 다양한 분들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고, 덕분에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과정 속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로부터 정말 큰 영감도 얻었다. 먼저 연락주시고 시간 내 주신 모든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한 때 나를 만나달라는 연락이 너무 많아지자, 내 자신은 세 가지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나는, 정말 많은 만남/대화 요청을 어떻게 핸들링할 것이냐는 이슈다. 이 문제는 소셜 토큰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나는 폴리곤 메인넷 위에서 ERC20 기반의 Sigrid Jin($SIGJ) 토큰을 발행했다. 기억은 정확하게 나지는 않는데 발행량 300개에 발행 금액 1천원 해서 총 300만원의 시가총액으로 시작했다. 나는 이 토큰의 구매 개수에 따라 본인과 온라인 대화(1시간 내외) 또는 오프라인 커피챗(1시간 이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유니스왑에 상장된 SIGJ 토큰을 구매하고 본인의 트레져리에 토큰을 송금하면, 되는시간을 통해 시간 약속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소셜토큰을 통해 나와 모르는 사람이 연락을 요청할 수 있는 공식적인 흐름(chain of contact)를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내 자신에게 이익도 가면서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젠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식었음을 느낀다. 전역 이후 4월 초에는 SIGJ 토큰 1개의 가격이 20,000원까지 치솟았는데 이젠 5,000원 안팎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격을 통해 나의 시장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다. (물론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긴 하지만, 액수로 표현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2. Web3/Crypto에 All-In하기 시즌 2, 하지만 2018년과 다르다! 2018년과는!

Achieved: DSRV Labs에 입사했고, 어느정도 나만의 역할을 인정받았다. 심지어 Web2에서 인턴도 꼬셨다.

To-Achieve: Rust에 익숙해지자. 이를 바탕으로 각 체인별 (EVM/Solana/CosmWasm/NEAR/Sui/Aptos) 3개 이상씩의 컨트랙트를 꼭 분석하자.


나는 점진적으로 Web3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아티클에서도 설명했지만, 나는 Web3라고 통상적으로 일컫는 "Read-Write-Own" 이라는 네러티브를 딱히 믿지 않는다. 나에게 Web3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라고 하면, 다음 트윗 쓰레드를 공유하고 싶다. 블록체인이라는 수학과 암호학에 기반하여 신뢰를 쌓아올리는 기술이 필요한 경우는 언제일까, 바로 기존의 산업 시스템에 더 이상 신뢰를 부여할 수 없을 때이다. 나는 기후 변화로 인한 정치지형 급변으로 세계 3차 대전이 앞으로 긴 호흡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이 때 블록체인이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인간 사회에 신뢰를 부여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아래 영상은 시간나면 꼭 보시길 바란다.


나는 a16z와 같은 거대 Tech VC들이 블록체인을 열심히 하고 Web3 네러티브를 밀고 있는 이유가, 기존의 플레이로는 더 이상 먹을 수 있는 비즈니스 파이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AR/VR과 같이 새로운 UX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제 B2C로는 할 수 있는 모든 플레이를 다 했다. B2B 비즈니스 모델을 먹으려면, 기존의 디지털화 되지 않은 인프라를 무너뜨려야 한다. 금융이 대표적인 예시다.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을 시작으로 기존의 디지털되지 않은 인프라와,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기반의 주자들이 경쟁할 것이다. 디지털 기반의 주자들은 블록체인이라는, 그리고 Web3라는 마케팅 용어를 바탕으로 기존 플레이어의 인프라를 뺏어오려 할 것이다. 나는 개발자이기 때문에 디지털화를 주창하는 세력을 지지하는 것일 뿐이지, 어떤 세력이 오든 각자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움직임이므로 이것이 '탈중앙화' 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하는 것은 옳고, Web3 산업 분야의 흐름을 학습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Web3 어쩌구가 분명 다가올 미래라는 사실은 굳건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산업군 또는 비즈니스 모델과는 차이가 클 것이다. NFT, P2E, 메타버스와 같은 어떤 마케팅에 기반한 비즈니스 용어는 금방 시들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지속 가능하지 않은 폰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었는지 학습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프로덕트를 다루는 개발자가 되기 보다는, 테크니컬 라이팅을 하기로 했다. 다양한 컨트랙트를 분석하고, 나의 시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교육 세션을 여는 에반젤리스트가 되었다. 마침 DSRV 대표님이 전역 후에 나에게 테크니컬 라이터와 개발자 에반젤리스트라는 좋은 제안을 주셨고, 이를 받아들여 즐겁게 일하고 있다.


전역하기 직전에 블록체인 연구하고 싶다는 지원서를 바탕으로 Recurse Center에 지원했지만, 부대에서 영어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졌기에 제대로 면접에서 답변하지 못하고 떨어졌다. 부대에서 코로나 걸렸을 때 지원서를 작성해 SOPT라는 대학생 창업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Web3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하지만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각종 강의가 시중에 많이 풀려있긴 하지만, 한국어로 된 좋은 자료가 없거니와 질이 낮은 자료들을 가지고 2주에 80만원씩 강의를 판매하는 나쁜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래서 Web2 개발자들을 Web3 세계로 소개하는 온보딩 교육세션을 지속적으로 열겠다고 다짐했다. SOPT 스터디 내에서 10명 남짓으로 Web3/Crypto 개발세션 스터디를 시작했고, 4명이 성공적으로 수료했다. 그 중에 1명은 DSRV 인턴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경희대학교 블록체인 학회에서도 4주 특강을 진행했는데, 이 때 모인 자료만큼 퀄리티가 높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인터넷을 만들어가는 산업에 스스로 필요한 것을 오픈 소스로 기여하며 글로벌리하게 활동하는 것이 더욱 맞는 진정한 개발자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리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내가 크립토를 열심히 하는 이유다. 한국이라는 경계, 그리고 어떤 비즈니스 섹터와 언어/프레임워크에 머물지 않고, 세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 산업군의 변화가 빠르다보니 역사책에 나올 법한 케이스를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테라 사태가 그랬다. 블록체인을 공부하면 미래 지향적인 프레임워크를 쓸 수 있다. Rust와 WebAssembly를 공부하고, 다양한 메인넷을 학습하며 어떤 체인 진영이 헤게모니를 쥘 지 관찰한다. 이 가운데에서 Web3 시대에 필요한 표준을 제시할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시작했던 Harmony Protocol의 ZKU라는 영지식 증명 부트캠프도 성공적으로 이수했는데, 암호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무신뢰 소통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상당히 미래미래한 기술을 일찌감치 다루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circom, semaphore과 같은 프레임워크를 학습할 수 있었다. 나는 ZKU에 졸업하면서 zkIdentity 라는 익명 NFT 인증 프로토콜의 PoC를 만들었다.


하반기에는 더욱 가열차게 Crypto 세상을 탐구할 것이다. 상반기에는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교육을 하는 일이 많았다면, 하반기에는 나 자신의 지식 습득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한다. 먼저 Rust 언어에 대해 익숙해지는 것이 목표다. CosmWasm/NEAR/Solana/Sui(Aptos) 계열에서 배포된 컨트랙트를 최소 3개씩은 분석해서 Protocol Review DAO가 했던 것처럼 테크니컬 분석 아티클을 최대한 많이 발행하자. 발행한 아티클과 튜토리얼을 바탕으로, (최대한 나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하지만 회사의 브랜드가 홍보될 수 있는 방향으로) 유튜브 촬영/인프런 강의에 등록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어떤 프로덕트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고, 대신 이미 존재하는 프로덕트의 구조를 꿰뚫는 연습을 해 나가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해가고자 하는 Boom Labs를 통해 Web3/Crypto 세상에 관심이 많은 개발자 중, 진심을 다해 legit하게 플레이하고자 하는 개발자를 모아 커뮤니티를 조성하려고 한다. 현재 한국 블록체인 세상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초기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글로벌 동향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말 legit한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서도, 누구에게나 문호가 개방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커뮤니티를 블록체인 식으로 이야기하면 DAO이겠지만, 우리는 어떤 온체인 DAO나 토큰 발행을 무조건적으로 신봉하거나 따라가려 하지 않는다. 나는 부대에서 코로나에 걸렸을 때 힙크비 사건을 실시간으로 트래킹했고, 그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외부인의 시각에서 교훈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커뮤니티가 자생하는 것이 우선이고, 개발자들의 자발적인 커뮤니티가 생기는 것이 우선이다. 절대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의 혹세무민에 따라가 본질을 더럽히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할 것이다. 만약 내가 이 커뮤니티가 내 생각에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과감하게 접을 생각도 하고 있다.


3. Lastly but not leastly...

To-Achieve: Web2 공부(자바 스프링 계열의 백엔드 학습)을 열심히 하자. 매크로 경제를 열심히 분석하고, 가계부를 열심히 써서 경제적 독립 능력을 확대-강화하자. 그리고, 시간적으로 더 많은 여유를 가져 사랑을 나누자.


대표님에게 번아웃이 왔다고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조기전역하고 3개월 남짓, 100일 정도 달려오며 수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나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바쳐 일했다고 느꼈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걱정이 풀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스스로 느낀 것은 시간적으로 더 많은 여유를 갖자는 것이다. 전역하고 나서 달리기만 해서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애인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던 것 같다. 시간적으로 더 많이 여유를 가져 못 봤던 친구도 만나고, 학원 선생님도 만나고, (캐나다 유학을 공식적으로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곧 복학하게 될 학교에도 충실해야 할 것이다. 여유를 더 많이 가지면 더 앞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데, 매크로 경제를 분석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기회들이 생긴다.


이를 뼈져리게 느낀 것은 테라 사태였다. 한 때 내가 테라를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테라가 얼마나 훌륭하게 프로덕트를 만들었는지를 생각하게 되면서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날라갔다. 이러면 안된다. 뭐든지 여유가 있어야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여유를 갖고, 어떻게 나의 쥐꼬리만한 자산을 가지고 투자를 할 수 있을 지 고민하자. 물론 이제는 집에서 나와 살기는 하지마는, 이래야 나의 경제적 독립 상황을 확대,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여유가 생겨야 내가 나의 가계부도 쓰고 스스로의 소비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생각보다 택시를 많이 탄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 카드 할인이 되는 카드를 최근에 신청하기도 했다. 택시를 줄일 수 없다면, 다른 대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접근이 되려면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겠다고 느꼈다. 바쁜 게 장사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자바/코틀린 스프링 계열의 백엔드 공부를 지속할 것이다. 나는 군대 시절에 신청해 둔 f-lab 멘토링이 있었고 이를 충실히 할 것이다. 이미 6월에 시작을 했었지만 멘토님이 중도에 바뀌게 되는 바람에 7월에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맞춰졌다.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AWS k8s에 인스턴스 엄청 띄워놓고, 임의적으로 수백만 트래픽을 만들어보고 버티기 해보는거다. (개인 돈 태워보면서) 일주일에 일요일만큼은 자바/코틀린 스프링을 공부하고 있는데, 특히 글또 7기와 맞물리면서 나는 주로 자바/코틀린 스프링에 대한 아티클을 기술 블로그에 작성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산업인 크립토를 하고 있는데, 그럴 일 없겠으나 내일 비트코인의 가격이 0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어야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을 한다면, 가장 안전한 것을 학습하며 어떤 상황에서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헷징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나처럼 경험이 부족한 주니어라면, 이미 자료가 풍부하고 베스트 프렉티스가 정립된 분야에서 어떻게 플레이를 하는지 학습하는 것도 레거시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백엔드 개발자에게 가장 베스트의 헷징 수단은, 네카라쿠배 그 어느 곳에서나 원하는 보편적인 기술 스택인 자바 스프링이다. 자바 스프링 이야기 하니까, 한국에서 가장 훌륭한(뒷광고가 아니고 객관적으로 그렇다) 부트캠프인 코드스쿼드에서 코드리뷰어로 활동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스프링 사용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코드리뷰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고민되었는데, 최선을 다해 날라오는 코드리뷰를 처리하고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 수료식날에 참여했었는데 수강생들 여럿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줬을 때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실제로 울지는 않음) 나 자신에게도 공부가 많이 되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줬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보상을 떠나서 뿌듯했던 기억이 될 것이다. 다음에 리뷰어 제안이 오면 또 해야겠다.


항상 결심하는 것은 절대 오만하지 말자는 것이다. 전역하고 만난 수 많은 사람들이 악에 받쳐서 일을 하거나, 스스로에 대한 결함과 열등의식을 숨기려고 다른 사람에게(심지어 나에게도!)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살아서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떤 미래 의식을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작은 변화도 만들지 않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최근에 어떤 분은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 면전에서 나를 엄청 무시해놓고 알고보니까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고 느꼈는지 먼저 카톡이 왔는데 계속 있어보이고 싶어 하시더라. 내가 비록 어리지만, 성인이라면 그러면 안된다고 느꼈다.


나 자신부터 겸손할 필요가 있는데, 스스로가 가장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활동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대학생이고, 아직도 학습해야 할 것이 많은 주니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4년 있었다고 자위해서 뭐하나? 내가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니고, 내가 아는 것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그리고 레거시를 꼭 존중하자. 괜히 레거시가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레거시를 알고, 미래를 예측하고, 보수적이지만 점진적으로 미래를 진보시켜 가야할 것이다. 아가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코드로서 그리고 프로덕트로서 말하도록 하자.


말이 길었는데, 협업하며 재미있는 일 하고 오늘 하루 재미있게 보내면 그만일 것이고 나도 야채처럼 그렇게 살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무엇이 옳은 것이고 어떤 미래를 그려가야 할 지 매일 고민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여러분도 모두 즐거운 상반기가 되셨기를 바라며, 행복한 하반기를 당차게 열어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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