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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Dec 24. 2023

[ 육아일기 ] 오랜만에 쓰는 육아 이야기 2

화려한 일탈의 시작, 짧지만 긴 2박 3일

세 모녀의 여행, 남겨진 아빠와 아들


2023.12.17.(일) 02:50분, 분주하게 준비하는 아내, 잠에서 깬 나는 들떠 보이는 다영이의 모습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영아 드디어 가는 날이구나, 기분 좋아 보이니 보기 좋다.”

“웅, 너무 여행 가고 싶었어, 근데 오빠가 걱정되네.”

“에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여행 중에 연락 안 해도 되니까 무조건 재밌게 놀다 와야 해.”

“알겠어, 신경 안 쓰고 재밌게 놀다 올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장모님과 처제, 아내의 짐을 실어 준 뒤 세 모녀는 내 시야에서 점 점 더 멀어져 갔다. 그렇게 본격적인 육아대디가 시작되었다.


집으로 올라오는 길,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몰려온다. 그 쓸쓸함도 잠시 아이도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바로 울음을 터트린다.


"응애~~~ 응애"

"방콕아, 우쭈쭈 우쭈쭈 이 녀석,  엄마가 여행 간 걸 벌써 알았냐?"


서글픈 울음도 잠시, 다시 잠에 빠져들고 그렇게 일요일의 태양이 떴다.





07:00, 어김없이 방콕이는 잠에서 깼고 놀아달라며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아내를 마중하느라 잠을 조금 줄였더니   마리가  어깨에 올라왔나 보다.  


아무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콕이를 들어 안은 채 밖으로 향한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기저귀를 갈아주고 분유를 준비한다. 그 와중에 아이는 계속 안아달라고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아들아, 조금만 기다려주겠니, 네가 그렇게 안아달라고 칭얼거리면 아빠는 분유를 준비할 수가 없잖니?"

"으~~~ㅇㅇㅇㅇ응애 ~~~~~으응응애~~~"


역시 아무리 이야기해도 돌아오는 건 울음소리일 뿐, 아침부터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조용히 숨을 돌린다.

아이에게 놀이기구를 태워준 뒤, 휴대폰과 함께 20분의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사실, 이렇게 행동하면 아내는 나의 폰을 부수려 달려들지만, 독박육아를 하니 이 정도는 봐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08:30분이 되고 피로감이 상승한 방콕이는 한 껏 날카롭게 반응하기 시작하고 난 능숙하게 아이를 재우기 시작한다.


"방콕아 우쭈쭈 우쭈쭈 이제 자야 하는 시간이야!!"


능숙하게 스쿼트를 하며 아이가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10분이 지났을까? 아이는 잠에 빠져들었고, 난 서둘러 집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청소를 했고 드디어 쉬는 시간이 생기게 되었다.


20분쯤 쉬었을까? 큰 울음소리와 함께 아이는 깨어났다. 아뿔싸,,, 1시간 30분은 자야 하는데 1시간 밖에 자질 않았다. 서둘러 추가적인 취침을 위해 가슴을 토닥이며 아이에게 우쭈쭈를 선물해 준다. 우쭈쭈 우쭈쭈 아들아 잠을 자야 한단다!!


간절한 아빠의 소망을 가볍게 무시함과 동시에 더 크게 울음을 터트린다.


결국 아이는 일어났고, 다시 아침에 했던 일을 반복한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카페로 향한다. 나의 단골 카페 페이머스 베이커리라는 곳인데, 오늘은 손님이 오기로 했기에 카페의 휘낭시에를 사러 가게 되었다. 아이의 울음에 11:30분쯤 밖을 향했다.


혹시나 추울까 봐, 아기띠를 한 채 나의 옷으로 감싸줬고 나와 체온을 나누었다. 다행히 아이는 편안함을 느꼈는지 서서히 졸기 시작했고 무사히 휘낭시에를 구매할 수 있었다.


그렇게 친한 동생 부부가 왔고, 커피 한 잔 맛있게 하며 남은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오빠, 우리도 2세 계획하고 있는데, 애기가 있으면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들어?"

"음, 사실 우리는 8년 만에 아이를 가졌으니까, 그 일상의 삶이 완전히 바뀌는 거에 적응되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지, 난 아직도 힘들기도 하고, 근데 그거랑 별개로 아이가 주는 행복감은 굉장히 크다"

"아 그래? 우리도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사실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다."

"나도 그랬어, 그래서 8년이라는 시간 다영이랑 행복하게 지냈는데, 그리고 조금 더 있다 아이를 가지려고 했는데, 이렇게 아이가 태어난 거고, 근데 막상 하니까 다 되더라, 엄마 아빠는 이래서 굉장히 위대한 거 같아."

"그런가, 오빠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네 ㅋㅋㅋㅋㅋ"

"이렇게 나도 좀 어른이 되나 보다, 마냥 어린이인 줄만 알았는데."

.

.

.


그렇게 대화를 마지막으로 동생 부부는 유유히 집으로 떠났다.





저녁 6시 아이의 칭얼거림은 심해지고, 드디어 씻기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 방콕이, 우리 방콕이~~~~~~"


아이를 씻길 때 항상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윽고, 겨드랑이, 팔, 다리, 목, 머리 등 등 구석구석 깨끗이 씻긴다. 다행히 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빠의 허접한 노래실력 그리고 씻기는 행동에도 가벼운 미소를 띤다.


씻기기를 마무리하고, 분유를 먹인다.


"꿀떡꿀떡꿀떡..."


배가 고팠는지 힘차게 젖병을 빨기 시작했다. 240mL가 순식간에 없어지기 시작한다. 10분쯤 지났을까? 아이는 분유를 원샷해버린다.


"꺼억~~"


아빠의 힘듦을 덜어주려는 건지 알아서 트림도 한다. 그렇게 6:30분, 아이는 잠에 빠져들었다.





틈틈이 아내에게 연락을 했지만, 아직은 걱정이 되나 보다. 그렇게 연락하지 말고 일본에 집중하라고 해도 연락이 참 잘 닿았다. 사실 아내는 연애 시절, 방콕이가 태어나기 전 친구들과 만날 때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물론 나도 노는 중간에 연락을 하는 걸 선호하지는 않았다.) 그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콕이 엄마가 되고 난 뒤엔 모든 것이 방콕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한편으론 조금 안타까웠다. 희미해지는 다영이를 찾아주기 위해 여행을 보내줬는데, 여전히 엄마를 버릴 수 없었나 보다.


아무튼,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빠르게 잠을 찾아 몸을 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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