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재영 Sep 28. 2023

결과 보다 과정을 즐겨라

과정도 중요해

  우리는 결과가 중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험도 합격과 불합격만 있고, 운동 경기도 메달을 딴 사람만 기억하고 축하를 한다. 성공 스토리나 합격 수기는 있어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나 불합격 수기는 있지 않다.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합격한 사람들의 방법을 알려고 한다. 그래야 자기도 성공할 수 있고 합격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처럼 청년들이 살아가기에 힘든 세상에는 더욱더 결과에 대한 이야기만 주목받게 된다. 물론 경쟁 사회에서 시험을 보면 합격을 해야 하고 사업을 하면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명문 대학에도 가고 취업도 하고 돈도 벌고 결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회는 경쟁만을 하는 곳은 아니다. 경쟁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자신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시험의 경우만 해도 다른 사람과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실제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이 결국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다. 어디 시험만 그러겠는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은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이고, 자신을 극복하는 사람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또한 자신과의 싸움을 즐기며 재밌게 한다면 그 과정 또한 아름답고 즐거울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자신이 혼자 하는 경우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온전히 자신과의 싸움이다. 멋진 몸매를 만들었을 경우 당연히 기분도 좋고 보람도 있겠지만, 그 과정은 혹독하고 힘이 든다. 그러나 이런 힘든 과정도 역 발상의 사고로 접근하면 달라진다. 헬스장을 꾸준히 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하루하루 다니다 보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에 뿌듯해지기 시작한다. 재미가 붙기 시작하면 매일 헬스장에 가기 위해 술도 줄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하루하루가 활기차고 자신이 대견해지기도 할 것이다. 주위의 칭찬도 듣게 되고 자신만의 기준도 생기면서 삶이 전반적으로 변하기 시작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멋진 몸매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스페인 레온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300㎞를 걷기 위해 두 달 정도 준비를 했다. 매일 아내와 두 시간 정도 걷고, 순례길의 여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순례에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였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의 즐거움이나 300㎞를 걸었다는 보람도 있었지만 떠나기 전까지 준비를 하면서 느꼈던 행복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었다. 비행기 티켓을 끊고 나서부터 출국장에 들어서기까지의 두 달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과정이었다. 체력 단련을 위해 매일 아내와 걸으면 나누었던 이야기들, 매일 순례길 위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다녔던 새벽미사 시간들, 스페인 순례길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고 공유하며 설레던 순간들…. 


  집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파트를 팔면서부터 시작된 집짓기 프로젝트는 옛 군주가 자신의 성을 지을 때의 심정이 이랬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대가 많았다. 땅을 구입하기 위해 1년 정도 전주 인근 지역을 모두 돌아다녔다. 땅을 구하고 나선 어떻게 집을 지을 것인지를 정하기 위해 주말마다 전원주택을 찾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집주인과 대화도 나눴다. 설계도를 작성하면서 그렸다 지우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집을 짓는 과정도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마을 주민이 진입로를 막아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무척 힘들고 고생스럽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집을 짓는 1년의 과정이 전혀 힘들지 않고 무척 즐겁고 행복했다. 


  최근에 아지트를 마련했다. 남이 보면 초라하다 할 정도로 작고 협소하지만 나에게는 어느 왕의 성보다도 크고 멋지다. 사무실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 중개사무소를 찾아다니며 소개를 받고 구경을 했다. 나에게 꼭 맞는 공간을 찾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는 텅 빈 공간을 채우는 과정이었다. 시트지를 구입하여 직접 붙이고, 인터넷의 사이트를 모두 뒤져 나에게 꼭 맞는 테이블을 고르고, 냉장고를 고르고, 서랍장을 고르고, 소파를 구입하였다. 하나씩 사무실에 들이면서 새 식구를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세상에서 남들은 없는 사무실을 나만 갖게 된 것처럼 흥분되고 설렜다. 


  이 모든 과정은 시작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작을 하면 과정이 생기고, 과정을 즐기다 보면 결과도 좋게 된다. “왜 이리 힘들까, 왜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 라며 불평을 하다 보면 결과도 좋지 않게 된다. 결과가 좋지 못하면 그간의 노력이나 희생, 투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정 자체를 즐기고 소중히 여기면 설령 결과가 없더라도 그 과정만큼의 보람도 있고 성과도 있게 된다. 오히려 결과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결과만 연연하지 말고 과정에서도 의미를 찾고 과정도 중요하게 여기는 삶을 살면 좋겠다. 

이전 05화 글쓰기를 시작하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