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지 말고 바로 시작하자
춤을 배워 본 적이 있는가? 나이 50에 스포츠 댄스반에 등록하여 1년 동안 춤을 배웠다. 20여 년 전 인천으로 지적재산권 연수를 갔을 때 만난 다른 직렬 연수생으로부터 춤을 배우면 좋은 점에 대해 교육기간 내내 귀에 박히게 들었다. 그가 보여준 현란한 몸동작의 율동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때만 하여도 춤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 않았고, 아내도 쉽게 허락을 할 것 같지 않아 바로 시작하지 못하고 한 편에 마음만 가지고 시작하지 못하였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고 미련에 미련이 쌓여 잊히지 않았다. 아내가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자마자 이때다 싶어 바로 등록을 했다.
막상 시작은 하였으나 모르는 여자의 손을 잡아야 하는 어색함과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춤을 춘다는 부담감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하였다. 타고난 몸치라서 매주 진도를 따라가기도 쉽지 않았다.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거나 주말에 짬을 내서 동영상을 보며 열심히 배웠다. 처음부터 잘 따라 하지 못해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대로 그만두면 다시는 춤을 배울 기회가 없을 거라는 절박감이 들기 시작했다. 한 주 한 주 꾸역꾸역 진도를 따라갔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조금씩 리듬도 타기 시작하고 동작도 따라 할 수 있게 되었다. 일 년 동안 차차차와 지르박 두 종목을 배웠다. 연말 발표회에서 공연 무대도 가지면서 불가능해 보였던 스포츠댄스도 배웠다는 뿌듯함에 대견하기까지 하였다. 나에게는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아내의 눈치도 있고 다른 지역으로 전보가 되어 맛을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춤에 대한 미련은 남지 않았다. 언제든 다시 하고 싶거나 할 여건이 되면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아내와 같이 배우기로 약속도 했다. 미루기만 하고 그때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궁금하거나 하고 싶으면 바로 물어보고 실행에 옮긴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는 것을 배웠다. 설령 도중에 포기하게 되거나 잘못 간 길이더라도 그만큼의 경험이 생기게 되고 미련이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뭐든 바로 시작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그날 해야 할 일들을 포스트잇에 적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 일과를 처리하다 보면 곤란하거나 미루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은 자꾸 뒤로 밀리어 결국 처리하지 못하고 다음 날로 넘어가게 되고, 다음 날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곤 했다. 그러다 보면 처리하지 못한 일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으로 스트레스가 생기고 다른 일에도 지장이 생기기 일쑤이다. 그래서 곤란한 일이나 미루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하고 있다. 물론 망설이기도 하고 고민도 하고 최악의 스트레스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뒤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덤벼 처리하고 나면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힘들거나 난처하지 않게 처리되는 경우도 많고, 힘은 들었지만 일단 처리를 하면 그 고민에서 벗어나게 되어 나머지 일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뒤로 미루기보다는 빨리 처리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다른 일을 해결하는 게 훨씬 능률적이고 효과적이다.
나의 경우 미루고 싶은 일의 대표적인 것은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다. 하는 일이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로부터 청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대방은 절박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부탁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더욱 난처하다. 처음에는 난처한 마음에 거절을 하지 못하고 하루 이틀 미루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엄청 쌓이기 시작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거절이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요즘은 부탁을 받는 즉시 아니다 싶으면 바로 거절을 한다. 나 자신이 얼굴에 철면피를 두른 것처럼 매정하고 독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지나도 들어줄 수 없는 일은 바로 거절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도 미련을 남게 하지 않아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심사숙고해야 할 일도 많다. 나만의 기준을 정해 절대 아닌 것에 대해서는 바로 결정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설레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언제 설렜는지를 생각해 보면 새로운 시작이 왜 중요한지 알 것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미지의 장소에 대한 설렘, 미팅에 나가기 전에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설렘, 무대에 오르기 전에 관중과의 만남에 대한 설렘, 결혼을 하기 전에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렘,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생기는 것이다. 물론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익숙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에 설레는 것이다. 두려움을 넘지 못하면 설렘을 만나지 못한다. 두려움을 이겨낸 사람만이 설렘이라는 인생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 여러분의 마음에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 보자.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