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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재영 Dec 25. 2024

포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포기도 과정이야

  포기를 해 본 적이 있는가? 나의 경우는 많다. 하다가 중도에 그만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포기를 했다는 것은 시도를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해봤으니 미련도 없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미련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인생의 첫 포기는 사법고시를 중도에 그만둔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여 미팅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일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사법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시험에 합격하는 것 외에는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탈출할 수 있는 희망이 없었다. 사채로 등록금을 마련해 주시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졸업할 때까지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 대학원 진학과 군 입대의 기로에 섰다. 사시를 포기하고 입대를 했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대학원에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시에 합격하였을까? 사시에 합격하였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결론은 포기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것이다. 포기한 것에 대해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지금 생각하면 포기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때 포기하지 않았다면 결국엔 합격을 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안은 더 어려워졌을 것이고, 형제들은 나로 인해 더 이상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고심 끝에 사시는 포기 하였으나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전공을 살려 다른 길을 선택하였고, 사시 공부는 다른 선택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한동안은 사시에 대한 미련으로 많이 힘들어했었다.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방황하는 자신을 보며 자책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사시에 대한 미련도 완전히 떠나보내게 되었다.  


  사시를 포기하고 그만큼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포기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준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포기한 것이 나를 더 성장할 수 있게 하고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시 합격은 나의 꿈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약자인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사시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포기를 통해 다른 길을 찾게 되었고, 포기까지의 과정에서 배웠던 지식이나 노력들이 헛되지 않고 다른 길을 가는데 힘이 되고 도움이 되었다. 결국 포기도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포기는 그 후에도 많았다. 영어공부도 잘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그만뒀다. 영어를 통해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외국에 가서 그곳 문화와 역사, 지역 주민의 사상을 알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를 익혀 소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언어에 소질도 없고 많은 노력을 투자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마음에만 두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과감히 접고 다른 선택을 했다. 대신 아내에게 영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아내는 전공도 외국어이고, 영어에도 관심이 많아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었다. 여행을 목적으로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면 굳이 내가 잘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중 한 명만 잘하면 여행을 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가벼운 마음으로 영어 공부를 접을 수 있었다. 아내와는 여행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분리되어 있다. 외국에서의 숙박이나 일정 예약은 아내가 담당하고, 나는 군대에서 익힌 지도 보기를 통해 장소를 찾아가거나 남자의 힘을 이용한 짐 나르기 등을 맡기로 묵시적인 약속이 되어 있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수영은 배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그만두었다. 운동은 수영이 아니어도 다른 종목으로 하면 되고, 앞으로 바다에서 하는 취미 활동은 하지 않으면 된다는 구차한 합리화를 하면서 좌절하며 자존심이 상했던 수영을 포기하고 나니 행복하기까지 했다. 하지도 못하면서 항상 마음 한 편에 남아 있던 찌꺼기 같은 것을 내려놓은 느낌이었다. 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하면 못하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나 미련이 없어지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이 나이에 굳이 어려운 것을 선택하여 힘들어하거나 괴로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은 과감히 포기할 필요가 있다. 


  포기를 하면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 통기타 치며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힘들거나 외로울 때 항상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글쓰기도 내가 찾은 최고의 선물이다. 글쓰기를 통해 출간을 하고 많은 문우들을 만나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가고 있다. 브런치 글쓰기 강의도 하게 되어 작가 지망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도 되었다. 포기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포기는 새로운 도전과 만남의 기회를 준다. 포기를 통해 생긴 여백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새로운 설렘의 여행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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