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현 Mar 07. 2020

2019년 12월 31일에,

안드레아,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


연말이 되니 모두가 그렇듯 기분이 오묘하다. 이번 년은 어땠는지, 뭘 하며 보냈는지,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버렸는지.

나에게 이번 년은 소중한 것들을 참 많이 잃어버린 한 해였다. 가방에 지갑에 카메라에 헤드폰까지. 알면서도 신경 쓰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소중하다는 생각을 못했던 탓인지, 그것보다도 나의 둔한 성격 탓인지. 뻔한 얘기지만 늘 잃고 나서야 후회하고, 꽤나 큰 구멍들이 우수수 뚫려있는 구멍 난 일상을 메꾸지도 않은 채 꾸역꾸역 이어나가곤 했다. 그 둔함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잃게 만들 줄은 몰랐겠지.




며칠 전의 괜찮냐, 는 말이 트리거였던 것 같다. 사실 내 방식은 그냥 그날의 모든 일들이 없었던 일인 것 마냥 지워버리는 거였고, 그 덕분에 나는 한 달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나름, 괜찮았다.

소중한 친구들과의 만남을 꺼렸던 이유도 기억하게 되면서 일어날 감정들과 상황들이 무서웠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를 꺼내는 너희들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져있었을까. 구멍 난 마음 조각에 몇 번이고 흉이 지더라도 메워내려고 버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네 이름 세 글자를 소리 내어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 정도로 강한 사람은 아직 못 되는 것 같다. 처음으로 이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뱉는 데에도 꽤 많은 고민을 했다.




살아가면서 너만큼 나와 잘 맞고, 나를 알고, 이해하고,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쉬운 일일까. 너와 있을 때만큼은 온전한 나로 있을 수 있었다. 너는 친구도, 애인도, 가족도 아니고 그냥 너였다. 어떠한 관계라고 정의할 수도, 할 필요도 없는 사람. 늘 네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버틸 수 있었고, 너는 나한테 말 그대로 집이었다. 나도 너에게 마지막까지 집이 되어줬어야 했는데.




사실 나는 아직도 네가 나에게 뭘 원할지 정말 모르겠다. 나는 이게 네가 남긴 벌이자 선물이라고 생각해. 내일이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몰라. 그래도 일단은 그렇게 살아볼게. 그러니 나를 포함해서 마음의 짐이 있는 내 소중한 친구들, 제인의 대사를 빌자면, 우리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행복하면 좋겠지만.

네가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유난히 보내기 싫은 이번 년의 마지막 날을 붙잡고,

 
오늘만큼은

한 번쯤 솔직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지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