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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ice Mar 29. 2022

달래 크림치즈 베이글

맛있는 음식에 건강 한스푼 얹기

학원 끝난 아이들을 픽업해서 다시 다른 학원으로 이동하는 중간,

뒷자석에 앉은 두 아이는 분주하다.

엄마가 챙겨 온 간식 가방에서 이것저것 주섬주섬 꺼내보더니 반으로 잘라진 베이글을 한쪽씩 쥐고 오물오물 먹는 소리가 들린다. 살짝 기대하며 귀를 세우고 있는데 큰 아이의 정체를 알 수 없는 한마디가 정적을 깼다.


"우잉~"

"왜, 맛없어?"

"안에 양파 같은 매운 게 들었는데..."

"아, 달래야~ 빵이랑 크림치즈만 먹으면 guilty 하잖아^^ 그래서 달래를 넣어서 균형을 맞춘 거지"

"어차피 몸에 안 좋은 걸 먹는 건 똑같은 거 아냐?"

"그래도 건강한 걸 같이 먹으면 죄책감이 조금 덜 하자나"


도통 엄마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면서도 이내 남은 베이글도 순삭이다.



라면을 끓일 때도 유탕면은 꼭 뜨거운 물에 헹궈서 면만 건져서 새 뜨거운 물에 수프를 풀어서 끓이게 했다. 라면 1 봉지 먹을 땐 숙주 한 봉지 또는 콩나물 한 봉지에 파, 양파, 당근, 버섯 등 그날 냉장고에 있는 야채들이 조용히 한마음으로 출동한다. 면보다 야채 지분이 많은 라면... 떡볶이에도 채 썬 당근과 파가 수북하다. 물론 아닌 날들도 있지만 가급적 아이들에게 이렇게 먹는 게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훗날 혼자서 음식을 해 먹을 때도 뜨거운 물에 라면 한 봉지 털어 먹으면 왠지 허전해서 엄마가 해줬던 것처럼 야채를 챙겨서 넣고 계란 한 개는 센스 있게 넣어주고 이렇게 야채와 단백질을 챙기는 건강한 습관을 주고 싶었다. 일부러 억지로 하지 않아도 그냥 익숙한 습관이 되어 있는 건강한 식습관, 엄마가 옆에 없어도 엄마의 잔소리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건강한 방식을 찾아가는 삶을 살기를 바랐다.


편식 없이 골고루 잘 먹는 아이들을 보면 아직까지는 참 잘 오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감사한 건

먹는 것을 즐기고 행복해한다는 것!

지치고 힘들 때 맛있는 음식 한 입에 모든 근심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여행지를 그곳의 음식으로 기억하고 일상에서 음식으로 매일이 이벤트가 될 수 있는 그런 소박함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달래 크림치즈 베이글

1) 베이글을 토스트기나 오븐에 굽는다.
    (어니언 베이글 강추)

2) 달래를 씻어 물기를 뺀 후 잘게 썬다.
    (흰머리에 붙은 동그란 흙을 잘 털어서 헹궈야 함)

3) 크림치즈에 달래를 섞은 후 잘 구워진 베이글에 바르면 끝!


* 볕 좋은 주말 낮에 아메리카노 곁들인 브런치로, 쇼블이나 샤르도네 곁들인 낮술 안주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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