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로 보는 경영이야기
그중에서도 미국 프로야구(MLB)를 약 20여 년간 지켜봐 온 오래된 팬인데요.
이렇게 고백하면 사람들이 묻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하시는 분들은 보통 LA다저스나 뉴욕양키스 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반응입니다)
아마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 이 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분들이 99% 정도 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MLB에는 총 30개의 구단이 있지만 이 구단은 그중 첫 번째에 꼽을 정도로 작은 도시의 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 보스턴, 토론토 등의 대도시 팀과 항상 대등한 싸움을 할 정도로 경쟁력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구단 연봉 총액이 뉴욕 양키스의 30% 내외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데, 그것은 '유망주'입니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아주 똑똑한 프런트(구단 운영팀)와 단장(일종의 CEO)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똑똑한 사람들이 집중하는 것은 좋은 유망주를 뽑고, 잘 키워서 좋은 팀을 만들겠다는 목표입니다.
아시다시피 젊은 선수가 연봉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팀을 오랫동안 응원하다 보니..
야구를 볼 때 현재 주전 선수들 만큼이나, 어린 유망주 선수들에 대해 집중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죠?
그렇게 보면 저는 야구 전문가이자 기업회계 전문가 일 것 같은데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분야는 사실 공통점이 많습니다.
특히 좋은 유망주를 찾는 법과 좋은 기업을 찾는 법이 그런데요.
오늘은 그 두 가지 방법을 비교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야구팀이 좋은 선수를 선발할 때 고려하는 요소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가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주인공인 백승수 단장(남궁민)은 취임하자마자 팀 내 최고의 타자를 주고 최고의 투수인 강두기를 데려옵니다.
그리고 최근 MLB에서는 FA(자유계약) 선수의 비싼 연봉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뉴욕양키스의 게릿 콜 선수는 9년간 3억 2,400만달러 (약 3,800억원)의 연봉으로 계약을 합니다.
이처럼 이미 잘하는 선수는 누구나 알고 인정하는 선수입니다. 그만큼 대가가 비싸죠.
하지만 데려올 능력만 있다면 데려오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뉴욕 양키스와 LA다저스는 지속적으로 강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죠.
그다음으로 좋은 선수는 가진 것(재능)이 많은 선수입니다.
야구 유망주 중에서는 환상의 유니콘 같은 존재가 있는데요. 바로 5 Tool player라고 불리는 이들입니다.
(타격 정확도 - 파워 - 수비 능력 - 스피드 - 어깨 힘 5가지 능력을 모두 타고난 선수를 뜻함)
이런 선수는 야구의 공격과 수비 모든 부문에서 기여하기 때문에 가치가 높습니다.
그리고 혹시 아직 어려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더라도 미래에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죠.
그렇지만 위의 1번 선수에 버금갈 정도로.. 비쌉니다. 사람들이 좋은 건 다 알거든요.
하지만 모든 것을 잘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모든 능력이 어중간하게 성장하여...
한 가지에 특출 난 선수보다 쓸모없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무협소설이나 만화를 보면 가끔 이런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키가 크지만 비쩍 마르고 허약해서 모두에게 무시받았지만, 만져보니 엄청난 통뼈였다.
그는 수련을 통해 최강 고수가 된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그런 선수를 좋아하고 잘 찾아냅니다.
몸이 영 부실해서 지금 성적은 뛰어나지 않지만, 키가 크고 골격이 좋은 선수는 훈련을 통해 신체능력이 좋아지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선수 말이죠.
이 선수는 처음에 큰 주목을 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체중을 늘리고 힘이 좋아져서, 2018년 사이영상(리그별 최고 투수에게 주는 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가장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선수의 생활태도나 훈련 방식 등을 살펴보면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야구는 멘털 게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섬세한 운동입니다.
다시 스토브리그를 이야기해보면 인성이 안 좋은 것으로 나오는 임동규 선수(조한선) 역시
야구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노력해온 선수로 그려지고 있는데요.
결국 야구에서 성공하는 선수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야구만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자신을 갈고닦는 선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는..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야구죠. 다른 스포츠보다 멘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MLB에서는 신인으로 뽑힌 후에 실제 MLB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약 3~6년 정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야 하는데요. 물론 잘하는 선수부터 차례로 메이저리그로 올려 보내기는 하는데, 마이너리그의 성적이 좋다고 무조건 승격시키지는 않습니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간극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적 외에도 그 선수의 강점 및 약점 등을 고루 확인할 수 있는 통계 데이터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키가 작다던지.. 직구 구속이 느리다던지.. 누구나 알고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마이너리그에서 기대치보다 좋은 성과를 올리는 선수가 있습니다.
뛰어난 적응력과 두뇌, 정신력 등을 가진 경우 말이지요. 계속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류현진 선수도 비슷한 과로 보입니다. 분명히 가진 재료들은 MLB 평균에 비해 대단히 뛰어나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치보다 뛰어난 성적을 계속 올리니 말입니다.
저 역시 회계사로서 수많은 회사들을 간접 경험하거나, 재무제표를 봐 왔는데요.
위의 5가지 원칙을 기업으로 대입해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대표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있을 것이고, 지난번 설명드린 닥터자르트(참고-닥터자르트가 2조원이 된 이유)와 같이, 꾸준히 성장하며 큰돈을 벌어들이는 회사입니다.
만일 독자분께서 투자자이고 이런 기업을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웬만하면 잡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카카오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카오는 다음을 포함하여 수많은 기업을 인수하며 약 3조원의 영업권(기업을 높은 가격으로 인수할 때 생기는 무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카카오는 2016년만 해도 약 1.4조원에 불과했던 (연결)매출액이 2019년에는 3조원을 넘어서며, 주가는 최근 연일 급등하고 있습니다. 즉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영업권이라는 잠재력이 최근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 외에도 반도체, 정유, 통신회사 같이 압도적인 설비를 보유하여 후발주자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사업의 경우에도 오랜 시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카카오게임즈가 엑스엘게임즈의 지분 53%를 약 1180억원을 주고 인수했는데요(기사-카카오게임즈, 엑스엘게임즈 지분 53% 인수... 개발력-IP 확보)
사실 엑스엘게임즈는 누적결손금이 730억원에 이를 정도로 어려운 회사였지만, 회사의 지적재산권(IP)과 송재경 대표(바람의 나라와 리니지의 아버지)와 그 개발팀의 역량을 자산으로 이해하고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쿠팡은 조 단위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 1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후의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의 매출 성장세가 대단히 뛰어나고,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규모 역시 매년 크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의 매각 가치는 약 4.8조원이었습니다. 2018년 580억원, 2019년에 약 1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의 가치로써는 크다고 볼 수 있는 금액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장세와 앞으로의 기대치 등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가격이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모습보다 미래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좋은 회사라고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시간과 자원은 한정적이기에, 선택과 집중은 우리의 인생과 사업에서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
2010년대에 크게 사업을 실패한 3개의 그룹이 있는데요. 웅진, STX, 동양입니다.
세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러 부문에 문어발식 투자를 했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조치(구조조정)를 하지 않고 빚을 늘려 사태를 키워나가다가 급기야 손을 쓸 수 없는 사태까지 되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재무제표를 볼 때 이런 점에 주의해서 보고 있습니다.
'그 기업의 핵심역량은 무엇이며, 그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가?'
만일 그 기업이 연구개발이 중요한 회사라면, 연구개발비 증가 추이를 보고,
관련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중이라면 M&A 진행 현황을 보고,
막대한 설비를 통해 첨단 제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라면 설비투자금의 증가 현황을 봅니다.
최근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한 것이 잘한 결정일까요? 그 결과는 미래에 나타나겠지만, 저는 그만큼 넷마블이 자신의 게임 사업의 성장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웅진코웨이, 농심, 현대산업개발 등..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회사들을 좋아합니다.
일정한 실적으로 인해 주가의 변동이 크지 않아서 주식투자자 입장이라면 재미없는 회사들이긴 합니다만..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수조원의 현금이 있어도 위험한 곳에 쉽게 돈을 쓰지 않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에 베팅 중이어서 위 리스트에서 지워질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안정적으로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수천수만명의 임직원들과 거래처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기업은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기업을 평가할 때가 있습니다. 소비자로서, 투자자로서 또는 임직원으로서 등 다양한 입장과 이유로 기업을 평가합니다.
오랜 시간 재무제표를 보고 기업을 관찰하다 보니, 기업은 덩치가 큰 개인과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오늘 설명드린 것처럼 사람을 평가하는 법과 기업을 평가하는 법이 유사하기 때문인데요. 결국 기업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을 평가할 때 단순히 눈에 보이는 숫자로만, 아니면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며 기업의 정보들을 확인하고 분석한다면..
우리에게 기업은 먼 존재가 아니라 친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존재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