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시작

은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시작하는 인생 2막

by 어느 외교관의 꿈

지난해 말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임했다. 오랫동안 내 삶의 터전이었고 나를 보호해 줬던 공직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상으로 강제로 내보내졌는데 아쉬움이나 미련, 불안함 보다는 왠지 후련하고 가벼운 기분이다. 그간 감옥 생활을 했던 것도 아닌데 밀려오는 이 자유와 해방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출근하기 위해 아침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마쳐야 할 일 때문에 쏟아지는 피곤함을 참아 가면서 밤늦게까지 깨어있지 않아도 된다. 마치 기계처럼 살아왔던 굴레를 벗어나 자유인이 된 나를 새삼 발견하고, 이제 진정으로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시간과 마주하게 된 것 같다.


은퇴 전에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은 어떤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는 것보다 은퇴 이전의 삶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일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전처럼 매일 사무실에 나가서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을 그만두기에는 아직 젊고 이르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 아니면 건강을 위해서 새로운 일이나 직장을 찾고 싶지는 않았다. 인생 2막이라는 은퇴 후의 인생이 1막의 인생과 똑같은 형태나 방식이 아닌, 옷만 갈아입고 다시 반복되는 인생이 아닌 정말 다른 인생, 다르게 살아가는 인생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생 1막의 연장이 아니라 진정 새롭고 다른 인생 2막을 맞이하고 싶었다.


이제 자유인이 된 지 일주일 남짓 된 지금,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은퇴 이후 삶의 의미가 나를 설레게 한다. 오랜 여행을 끝낸 이 시점에서 새로운 여행, 나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전의 여행에서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는 여정에 이제야 첫 발을 내딛어야겠다는 깨달음이다. 내가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낼 수 없고, 내가 나를 잘 알고 이해할 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세상에도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인인 내게 주어진 시간을 우선 나로 채워보자. 그리고 인생의 2막을 여기서부터 시작해 보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첫걸음이 바로 글쓰기, 이 블로그의 시작이다. 글쓰기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가져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나아가 다른 인생과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이 여행의 끝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여행이 내가 가보지 않고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새로운 삶,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 줄지 모른다. 아니, 여행을 마치기 전에, 다음 목적지에 다다르기도 전에 주저앉고 포기하고 되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제 인생 2막의 모두에서 새로운 꿈을 꾼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대한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