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 모든 변화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by 케이다 Kdiversity

1. 전 직장에서 제일 아꼈던 후배를 오랜만에 만났다. 사내에서 오랫동안 몸 담았던 팀을 슬슬 옮길 시점이라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는 듯 했다. 원래 점찍어둔 팀이 있었던가 본데, 최근에 마음이 바뀌었댄다. 안 가고 싶댄다. 이유가 뭐냐 물었더니 새로 오신 그 팀 팀장님 때문이란다.


2. 새로 오신 팀장님은 주재원을 다녀오셨는데, 자꾸 본인을 영어이름으로 부르라고 한단다. 마른 나뭇잎처럼 버석한 얼굴을 한 후배는 말했다. '선배님, 저는 이것도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3~4개월 간 연이은 야근과 주말출근으로 그는 많이 지쳐 있었다.


3. 변화와 혁신이라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시대이지만, 급진적이고 과감한 추진만이 능사인가 싶다. 새로운 시도의 효과성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1) 충분한 시간을 통해, 변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신뢰를 얻고 상호 간에 라포가 형성될 것 2) 변화에 동참해야 하는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3) 기존 문화에 대한 존중이라는 조건을 확보하면서 조금은 점진적인 개선을 꾀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4. 특히, 2)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화와 혁신을 '수용해야' 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들은 '수용하려는' 사람이 아니다. 대부분 새로움을 환영하는 적극성이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상태가 아니고, 상황에 떠밀려 있는 사람들일거다. 살기도 팍팍한데 새로운 시도나 개선까지 하라는 것? 버거울 수 있다. (물론 그 가운데 새로움을 부르짖는 자는 또 얼마나 외롭겠냐만은.)


5. 결론이 없다. 결론이 없는 얘긴데, 그냥... 아끼는 후배의 푸석한 얼굴과 지친 목소리가 며칠 동안 잊혀지지 않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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