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라이프 사이클을 지나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함께하는 PM은 워킹맘이시다. 한창 프로젝트 방향성 논의에 열을 올리다가도 갑자기 전화로 '엄마 오늘 야근하는 날이라고 말했잖아. 저녁 뭐 시켜줄까? 피자 시켜줄까?' 하신다. 고객 미팅을 바로 앞두고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영어단어 재시험이라고? 괜찮아, 재재시험만 아니면 되지' 하신다.
뚝뚝 끊기는 흐름 속에서 간신히 집중력을 다시 붙잡는다. 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순서대로 어떻게든 모두 해내시는 그분을 보며 나보다 PM께서 더 힘드시겠거니 생각하고서.
아침에는 휴대폰을 부여잡고 알림장과 숙제와 준비물을 챙기고, 점심에는 휴대폰을 부여잡고 시어머니/어머니께 아이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허리를 연신 숙이는 화장실의 그녀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근데 그 때는 보기만 했었다. 같이 일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생경함이 있다. 내가 늘 타인처럼 대하던 사람들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게 됐네, 함께 어울리게 되네 싶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나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지만) 어쩌면 내 미래가 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엄습했다.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라이프 사이클을 지나고 있다. 각자 삶의 다양성을, 마주하고 있는 삶의 구간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내가 언제 어느 구간을 지날지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yWyipa9fzC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