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말은 심플했다.
“여기 보니까 동맥류가 있어요....”
그 뒤에 무슨 말을 더 했는 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대수롭게 않게 이야기했다.
“요즘 이거는 요렇게 뇌를 살짝 벌려 핀으로 집으면 됩니다.”
비교적 간단하다는 의사의 말에 정신이 돌아왔다.
갑자기 보호자가 되니 나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근처 병원을 수소문해 봤다.
여러 번 검색을 하다 보니 유명한 인명사전에 올라간 교수가 있었다. Y대 신경외과 교수였다. 망설였지만 딱히 방법도 없었다. 서울로 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그러나 친한 의사도 한 명 없었다. 어찌어찌해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 있었다.
망설여지기는 했다.
우리 어머니가 그러했다. 오진과 판단 착오, 그리고 병원 내 감염 등으로 고생을 하셨다.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의사들은 무지했고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했다. 뇌졸중 전조 증상이 있어 미리 병원을 방문했지만 그들은 다른 뇌 기형 증상과 헷갈려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가족으로서 진한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의논을 한 후 Y대에 입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건너 건너 아는 의사가 있다는 것도 작용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건너 건너 아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묘한 인연이었다.
앞서 아내의 지인도 증상이 생기자 Y대로 이송되었으니 말이다.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기본적인 검사야 그러려니 했다.
가장 핵심인 검사는 뇌 조영술이었다. 이것 때문에 2박 3일을 입원했다. 십수 년 전이기에 그러했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뇌 조영술은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검사가 되었다.
검사야 그렇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30여분 정도 걸리는 검사이고 서혜부 부근 대동맥을 살짝 절개하였기에 4시간 정도 꼼작하지 않고 누워 지혈을 해야 한다고 했다. 서혜부 부근 다시 말해 다리의 팬티라인 부근을 절개하여 카테터를 머리 부근까지 집어넣고 이것을 통해 조영제를 넣어 촬영하는 것이 뇌 조영술이었다. 머리까지 몸통을 관통하여 카테터가 지나가는 것도 무섭지만 아내의 말에 의하면 조영제가 들어가는 순간 별이 보이며 머리가 터질 것 같은 통증이 있다고 했다. 정말 머리가 터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 정도의 고통이라고 했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검사였다. 그냥 검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검사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데 아내를 이송한 사람이 눈에 거슬렸다. 가운을 입고 있었는 데 뭐에도 관심이 없고 오직 스마트폰만 열심히 보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얼마 후 아내가 나왔다.
무사히 검사를 받고 나왔는 데 무척 힘들어했다.
검사를 하는 의사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이 느껴졌다고 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담당 교수가 검사 결과를 설명했다.
간단하게 집게로 집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뇌동맥류는 모양이 중요한 데 아내의 뇌동맥류는 방추형, 다시 말하자면 혈관이 양쪽으로 불룩하게 부푼 모양이었다.
교수는 혈관 이식을 제안했다. 다리 쪽에 비슷한 굵기의 혈관이 있다고 했다.
생각해 보고 오라고 했다.
혈관 이식이라니...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고 있었다.
한 무리의 수련의, 전공의들이 좀 있다 들어왔는 데 저희들끼리 키득거리며 일상적인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갔다.
그런데 또 다른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누워있던 아내가 등이 계속 축축하다 했다.
조영술에 따른 증상인가 싶어 지나쳤는데 계속 그러니까 한 번 확인해 봤다.
할 말이 없었다.
등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환자복이며 시트며 다 피로 젖어 있었다.
정맥에 놓은 수액줄이 검사하러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빠져 있었던 것이고 거기로 다량의 출혈이 발생했던 것이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무도 체크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까 휴대폰만 쳐 보고 있던 의사가 생각났다. 한대 줘 패고 싶었다.
간호사실에 가서 따졌다. 최대한 화를 참고 말이다. 그때 기분으로는 다 뒤집어엎고 싶었지만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의 체면을 생각했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던 관계였다.
얼마 후 수간호사가 와서 사과했다. 아까 그 의사들 중 가장 나이 어린 사람이 와서 사과하는 시늉도 했다.
이 병원은 믿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허벅지 부위 시술한 자리는 한동안 계속 탱탱하게 부풀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혈을 잘못한 것이었다. 돌파리 시스템을 가진 병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