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에도 일상은 이어졌다. 다만 회복을 위한 일상이었다.
오전 9시 30분경 뇌혈류를 알아보기 위한 CT를 찍었다. 결과는 오른쪽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었다. 수술이 성공했다는 의미였다.
당직 의사에게 새벽에 궁금해 했던 보행에 대해서도 물어 봤다. 이제는 걸어 다녀도 된다고 했다. 수술 후 이틀 만에 일이었다. 자유를 얻은 기분이었다.
의사는 진통제는 필요하지만 약간 줄이고 필요할 때 먹을 수 있도록 해준다고 했다.
먹는 것이 궁금하여 물어보니 영양수액(하얗게 생긴 큰 수액주머니)을 오래 맞으면 간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일반식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덕분에 아내는 아침을 1/2정도 다 먹었다.
일상을 찾아 회복하는 것은 번거롭기는 하지만 행복한 경험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희망이 있고 그 희망이 이뤄진다는 보장이 있다면 대부분의 고통은 참을 만 할 것이다.
일반병실로의 이동은 병실이 나봐야 안다고 했다.
이런 상급병원은 환자들이 무척 많이 때문인지 병실에 오래 환자를 두지 않는 것 같았다. 복도를 다니면서 본 홍보포스트에도 급성기를 지나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시킨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이 복잡하고 큰 병원이 가득찰 정도로 아픈 사람은 많은 것 같았다.
오후에는 휠체어를 타고 산책을 나갔다. 나가기 전 소변양을 체크했다. 입출력이 중요하다. 오전에 상태를 살펴본 의사는 소변줄을 제거해도 된다고 했고 이제는 계속해서 소변을 보러 가면서 소변양을 체크했다. 아내가 혼자 할 수 없어 계속해서 같이 그 일을 했다.
이런 일을 하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간의 육체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확하게 물리적인 법칙에 지배를 받는 물체일 뿐이다. 이런 일을 겪으며 그런 생각이 더욱 공고해졌다.
얼굴이 전반적으로 부어 있었고 수술 부위 통증도 줄일 겸 얼음팩을 여러 개 하고 다녔다. 머리에 2개 정도 하니 아내는 시원하고 좋다고 했다. 귀 뒤로 해서 멍이 생겨 목쪽으로 내려오은 모습이 보였다. 귀 안쪽을 살펴보니 피 딱지가 가득차 있어 면봉으로 제거를 여러 번 했다. 아마도 피도 많이 흘렸을뿐더러 그 일부가 귀 속으로 흘러 들어간 것 같았다. 큰 수술임에 분명했다.
저녁이 되니 아내의 동작이 좀 더 원할해 졌다. 아는 지인에게 그 동안 소식을 전했다. 소변을 보는 것이 좀 더 수월해 졌다. 수액이 들어가는 만큼 거의 2시간마다 500cc 정도의 소변을 봤다. 건강하게 입력과 출력이 된다는 의미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등과 엉덩이 쪽에 생긴 욕창인데 아내는 불편함을 호소했다. 폼패드를 크게 해서 보호크림을 바르고 붙였다. 소변을 보러 자주 가 새벽에 2시간마다 깨는 것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웠다. 아니, 그것조차도 행복했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변수가 아직 많지만 만족스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