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순수한 사랑과 묵직한 메시지

월-E

by Dr Jang

2008년 픽사의 작품으로 로봇에 관한 영화다. 픽사의 작품은 비록 지금 디즈니에 속해 있긴 하지만 늘 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편인 것 같다. 이 영화에서도 환경오염이 심각해 집단 이주한 인간을 대신하여 지구의 쓰레기 정리를 하는 로봇 월-E에 대해 사랑 이야기를 섞어가며 재미있게 풀어냈다.
여러 가지로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재미 또한 있어 가족들이 보기에는 무난한 영화이다. 로봇에 순애보적인 사랑을 넣어 감정 이입을 한 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다. 이와 더불어 환경문제에 대해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은 아빠 포인트 획득의 절호의 찬스다. 다만, 어렵겠지만 훈시하듯 해서는 안 된다. 영화를 보며 중간중간에 집어 주듯 확인해 주는 것이 중요!!


● 환경에 관한 메시지

이 영화는 쓰레기 문제로 지구를 포기한 인간들이 지구를 모두 떠나고,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인공지능 청소로봇이 정리하는 시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 청소로봇은 하나둘 고장이 나고 최후(?)에 살아남은 로봇이 바로 주인공 월 E이다.
인간이 버리고 간 지구는 생명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월 E의 친구인 바퀴벌레가 어찌 보면 반갑기도 한 그런 이상한 모습의 지구이다.
환경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 대기, 토양, 쓰레기 등등,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쓰레기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쓰레기 발생과 처리는 인류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쓰레기의 문제는 소비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생산과 소비, 폐기의 순환은 자본주의, 현대사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이러한 사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뭔가 불안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을 제공한다. 끊임없이 소비하며 그러한 사실은 불안해하지만 결국 우리는 또다시 소비하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소비하는 가는 아이 때문에 구입한 각종 용품들과 아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학용품의 종류와 수량을 보라. 객관적으로,, 아마, 대부분은 생존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소비의 결과로 파탄 난 지구가 바로 월 E가 사는 곳이자 직장이다.


● 인간 삶의 변화

지구를 떠난 인간들은 기술과 문명이 주는 혜택 속에서 지금 기준으로 보면 모두 뚱보로 변해 있다. 기술의 풍요로움은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 물론 이것을 심각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 기술에 침식당해 인간성을 잃어가는 모습, 아마 대표적인 영화가 우리가 잘 아는 '은하철도 999'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심각하게 표현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간이 기계에 의존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재치 있게 표현하였다. 특히, 선장이 인공지능의 지배를 깨닫고 벗어나려고 하는 장면에서는 인간이 가진 자유와 존재에 대한 긍정이 잘 나타나 있다.


● 인간의 정신력

이곳에 등장하는 먼 미래의 인간은 비록 육체는 비만일지 몰라도 위대한 인간의 개척 정신은 잘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이브를 통해 수집한 지구 생태계 회복의 신호를 받고 지체 없이 떠돌이 생활을 접고 지구로 돌아와 식물을 심기 시작한다. 이 점에서 인간의 진취성을 그린 감독의 생각이 엿보인다. 기계와 같이 살아가고 기계도 사랑을 느끼고 모험을 하지만(그것으로 인해 인류의 생존 방향을 바꾸어 놓지만) 주인공 월 E도 귀환을 선택하는 인류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바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며 도전하는 정신인 것이다. 어쩌면 먼 미래가 아닌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정신이 아닐까?


● 월 E와 이브의 사랑 이야기

이 영화가 흥행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 때문이다. 낡고 보잘것없는 로봇과 최신 기능을 가진 매끈한 로봇, 거기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부여하여 사랑을 이룬다는 이야기는 신데렐라 등의 동화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다. 비판하려는 생각이 아니라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엄마와 아빠의 사랑 이야기로 바꾸어 아이들에게 좀 더 환상적으로 들려주자. 아이들은 부모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오해하고 산다. 마치 슈퍼맨처럼, 그러나 우리 부모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때 아이는 어른이 되고 부모는 노인이 된다.
아이가 부모의 능력을 반짝이는 눈망울로 바라볼 때 약간의 조미료를 첨가한 부부의 사랑 이야기는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모든 영화감독의 꿈인 것 같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내가 보더라도 그런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수많은 영화가 나왔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추고 있는 영화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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