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오브 파이

by Dr Jang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고 삶을 기억할까?

누구나 자신이 겪은 일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 기억이라는 것은 순전히 주관적이다.

배가 난파하여 220여 일 동안 호랑이와 표류를 하여 살아남은 소년의 이야기도 그렇다.

몽환적인 영상과 믿기 힘든 표류기, 동물과의 교감이 이뤄지는 영화, 그러나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다.

단순히 영화 포스터만 보고 영화를 선택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랑이와 소년의 우정을 다룬 일반적인 어린이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단순한 표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교차하는 우리들 인생에서 무엇이 진실일까?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영화이다.

사실, 간단한 이야기로만 보자면 영화는 난파한 배에서 탈출한 소년이 살아남아 구조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두 가지 경험담을 모두 진실이라고 이야기한다. 호랑이와 함께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표류기와 탈출한 구조선에서 서로가 죽이고 죽는 비참한 표류기.


영화를 보고 나면 어느 것이 진실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그러한 의문은 크게 의미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겪은 일을 객관적으로 경험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다. 오늘 자신이 겪은 일을 CCTV로 쭉 본다면, 달리 말해 관점을 달리해서 제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게 된다면, 자신이 생각했던 오늘 하루의 경험과 CCTV 속의 자신의 모습은 차이가 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을 함께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다 보면 묘하게 미세한 부분에서 말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이 영화에서도 큰 줄기에서 표류기지만 소년이 경험한 일이 어느 부분까지 진짜 경험이며 어떤 것이 소년의 상상인지 구분할 수 없다. 다만 소년이 경험한 환상과 진짜 벌어진 일은 서로 섞여 소년의 기억 저 어디쯤에 저장되어 있을 뿐이다. 신을 찾는 소년의 모습도 신의 계시를 보게 되는 소년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진실은 저마다의 것이며 저마다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영화에서 마지막 선박 보험회사의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은 이런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아이들과의 함께 영화를 보며 교육적인 측면을 생각한다면 키워드는 ‘대화’다.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세계의 충돌은 ‘대화’를 해야 한다. 뜬금없이 대화라는 단어가 낯설게 들리겠지만 서로가 가진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대화란 말하는 저 사람의 세계를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물론 대화를 한다고 다 그 세계를 다 이해하지도 못한다. 다만 ‘내’ 방식대로 그림을 그리는 게 고작이지만 말이다.


철학적으로 본다면 실제(real)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소년이 표류의 경험에서 살아남아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여준 영화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소년 자신도 모를 수 있다. 열린 결말이라 말하는 사람들의 평이 들어맞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