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살 아저씨 같은 고양이와 함께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봤다.
고양이가 나오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많다. 그건 고양이의 사랑스러운 매력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아저씨 같다면? 이야기가 흥미로워질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시골 마을 절에 사는 고양이 요괴 앙주. 어릴 적 스님이 새끼 고양이를 구해서 키웠는 데 계속 같이 살더니 어느새 아저씨 같은 고양이가 되었다. 안마 알바도 하고 오토바이 타다가 경찰한테 잡혀가기도 한다. 뭔가 대충 사는 모습인데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는다.
여기에 카린이라는 이 절 주지 스님의 손녀(?)가 20여 년 만에 방문한 아들을 따라온다. 예의 바른 것 같지만 욕구불만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사채 빚에 쫓기는 아빠는 믿을 수 없지만 유일한 혈육이다.
앙주와 카린, 둘은 처음부터 별로 서로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앙주는 카린의 아르바이트비를 불려주려고 파친코를 하다 돈을 모두 잃고 카린은 오토바이를 못 타게 된 앙주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자신을 좋아하는 동네 꼬마를 이용해 강에 버리게 만든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카린은 결국 지옥에까지 가서 엄마를 데리고 온다. 앙주의 도움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 와중에 앙주는 카린을 보호하기 위해 카리스마 넘치는 염라대왕의 위협에도 카린을 보호한다. 그 과정이 코믹하다.
이 영화에는 나쁜 사람은 없다. 다만 상황이 어려워진 인물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은 있지만, 한적한 시골처럼 사건도 적당히 한적하게 흘러간다. 여기에 수건을 쓰면 도라에몽을 닮은 아저씨 같은 앙주가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림체가 따뜻하고 등장인물들도 따뜻하다. 일본 영화 특유의 모습, 즉 등장인물 많이 없는 데 이야기가 이어지고 따뜻한 결말이 나온다.
피가 튀고 현란한 액션은 없지만 한 시간 반의 러닝타임을 보고 나면 가슴이 뭉클하다. 카린 곁에 계속해서 있을 앙주는 늘 카린을 지켜줄 것 같다. 건달 같은 아빠는 어떻게 저런 여자를 만나 결혼했는지 궁금하지만 이야기 뒤에 카린을 데리러 오는 모습을 보면 뭔가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그랬던 것 같다.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보면 가끔은 전혀 주목받지 못한 이런 영화가 감동을 줄 때가 있다. 내 주변에도 앙주와 같은 아저씨 고양이가 나와 함께 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뭔가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고양이가 있다면 말이다. 엄마와의 영원한 이별은 슬프지만 눈물 한 번 꾹 흘리고 쓰윽 닦으며 카린은 앙주 옆에서 자랄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앙주의 친구들과 오니들이 싸우는 장면은 뭔가 모르게 웃긴다. 그래도 친구들이 도우러 왔다는 것이 이 영화가 따뜻하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