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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Jang Nov 15. 2024

조각난 취미도 '나'일 수 있다.

최근에 읽은 책에 재미있는 개념이 나온다. 

바로 취미를 서술하는 것이다. 

내가 이해 한 바는 그렇다. 

우리는 보통 취미를 한 단어로 말한다. 등산, 독서, 수영 등등

또한 그런 취미를 가진다면 거기에 완전히 빠져들어 산다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런데 황지혜 작가의 '사계절 취미 잡화점, 호비 클럽'을 읽어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내 취미를 한 단어로 정리해서 부르기보단, 서술형 문장으로 표현한다. 이를테면 햇빛을 받으며 원두를 갈고, 향을 즐기며 천천히 커피를 내려 마신다와 같은 문장." 이런 식으로 말이다.


참 신선하다. 

취미를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찾는 과정으로 여긴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을 찾아 모아 보면 그건 바로 '나'자신이 된다. 나를 뭔가 고정된 실체로 여기는 것이 덧없다는 부처님의 말씀, 근대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건가 보다 싶다.


그동안 나를 찾는 과정을 거치면서, 수없이 생각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고정된 무엇이다. 이런 식을 잘못된 오류를 범한 모양이다. 취미를 찾아 즐기는 나는, 그 순간 찰나에 머무르는 나 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모여 '나' 자신이 된다. 이런 식으로 깨달음이 온다. 그렇구나 그래서 역사적으로 현명한 사람들은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영원히 편하게 쉬고 싶은 고정된 '나'가 아니고 순간에 변화하는 모든 것을 느끼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이 '나'다. 이렇게 생각하면 취미도 뭔가 거창한 덕후가 아니라 조금씩 부분만을 즐겨도 되는 것이 된다. 맘에 짐이 내려가며 오늘 짬짬이 즐기는 것들이 나를 풍요롭게 해 준다. 그게 '나'인 모양이다. 참 어려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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