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부분적으로 닮아 있는가?
인간 실격, 2004년, 지은이 다자이 오사무, 옮긴이 김춘미, 출판사 민음사
p43 제 익살 밑바닥에 있는 음산함을 간파당하여 하루아침에 경계당하게 되는 것도 싫었고,
p49 사람과 접할 때면 끔찍한 침묵이 그 자리에 나타날 것을 경계하느라 원래는 입이 무거운 제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익살을 떨었던 것입니다만, 지금은 호리키 이 바보가 무의식적으로 그 익살꾼 역할을 자진해서 대신해 주었기 때문에 저는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저 흘려들으며 가끔 설마, 라는 등 맞장구치면서 웃기만 하면 되었던 것입니다.
p49 인간의 마음에는 속을 알 수 없는 보다 더 끔찍한 것이 있다. 욕심이라는 말로도 부족하고, 허영이라는 말로도 부족하고, 색(色), 욕(慾), 이렇게 두 개를 나란히 늘어놓고 보아도 그 무엇, 저로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인간 세상의 밑바닥에는 경제만이 아닌 묘한 괴담 비슷한 것이 있는 것같이 느껴 졌습니다.
p85 저에게 냉철한 의지를 주소서. ‘인간’의 본질을 알게 해주소서, 사람이 사람을 미쳐내도 죄가 되지 않는 건가요. 저에게 화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p89. 세상이라는 것이 개인이 아닐까,
p91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p169. 패전 후 어제까지 침략 전쟁을 성전(성전)으로 옹호하고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영생을 얻는 길이라고 떠들어대던 지도층 인사들이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민주주의를 논하고,(평론부분)
이 글을 읽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내가 인간관계를 배울 때 느꼈던 당혹감이 드러나 있다. 난 늘 나와 눈이 마주치는 인간의 눈동자 너머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친근한 사람이지만 눈동자를 맞추쳤을 때 알 수 없는 깊은 물을 마주한 것 같았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꼈다. 친근한 것은 목소리와 얼굴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우며 그래서 어른이 된 후에는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 그것도 최근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아주 강하게 한 작가의 생각이 공감이 갔고 놀라웠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없다.
또한 어릴 적, 사람들이 표면적으로 대하는 것과 달리 돌아서서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어린 나로서는 그런 분열이 싫었다. 일관되게 사람을 대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분열은 거짓말이 아닐까? 어떻게 사람은 표현하는 대로 믿을까? 어렴풋이 가지던 궁금증을 작가는 극한으로 밀고 나간 것 같았다. 동일시 되는 부분이 있어 더 잘 읽혔던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재미있는 것은 세상이란 것이 결국 개인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무릎을 탁 치는 대목이었다. 세상을 개인으로 다가 온다. 맞다.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세상은 결국 개인을 다가온다. 그것이 가족, 동료, 친구라도 상관이 없다. 그들 각각은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온다. 무척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생각이다. 본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책이다. 여기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예전에는 이런 비극적인 결말이 싫었는 데, 지금도 좋아하지는 않지만 부분 부분 가슴에 닿는 부분이 많아 잘 읽혔다.
더불어 같은 책이 수록되어 있는 ‘직소’도 흔히 알 던 유다의 입장에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인간이란 결국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