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범 Mar 19. 2018

#45. 은퇴 3적(賊)에 주목하라(2)

노년기 생활비 창고를 갉아먹는 주범 / 교육비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이 있었다.

학원이나 과외수업과 같은 사교육은 고사하고 교과서만 공부해서 명문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하였다는 기사가 도배되던 시절이 바로 그때다.


부모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도움만 받고 자기 노력만으로 수석을 하다 보니 매스컴도 앞을 다투어 인터뷰를 자처했던 시절, 인터뷰의 내용은 해마다 거의 비슷했다.


1. 사교육은 받지 않았다. 

2.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했다. 

3. 학교 수업에 충실했다. 


부모 입장에서 이보다 더한 효(孝)가 또 어디 있을까? 때문에 밥상머리 교육의 피해자가 전국에 즐비했다.

"재는 학원도 안 다녔는데" 

"과외 공부는 받아 본 적도 없다는데"  

"교과서만 가지고도 수석으로 입학하는데" 

너는(고3 수험 자녀) 학원 보내줘, 과외시켜주고 참고서도 아낌없이 사주었는데 이 점수밖에 받지 못하냐는 것이다.


사실 시험 점수가 불만족스러운 수험생 입장에서 보면 수석 인터뷰 학생이 밉게 느껴질 법도 하다. 차라리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아낌없는 지원받은 학생이 수석으로 입학했다면 면피라도 하겠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을 법한 수험생이 각고의 노력 끝에 용(龍)이 되어 날아올랐다는 기사 내용은 두고두고 자식들을 훈계하는 부모님의 주된 메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자녀의 성적은 부모의 경제력 순이다’

이 시대를 대변하는 일반적 인식이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훨씬 더 체계적인 교육 기회가 제공된다. 하다 못해 대입 재수도 돈이 있어야 제대로 된(?) 재수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재수생 비율이 높은 상위 50개 고등학교 분포를 보면 37개교가 서울에 소재한 학교다.  그중 자율형 사립고가 13개로 1위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 경우 강남구, 서초구 순으로 재수생의 비율도 높다. 상위 10개 학교 중 서울 이외 지역에서 재수생 비율이 높은 학교는 대구 수성고등학교가 있다.

대구의 수성구는 서울의 강남구라고 일컫는 곳으로 재수생  비율이 높은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수성고가 포함된다는 것은 그리 놀 날일 도 아니다.

부모의 뒷받침 능력이 자녀의 성적을 결정하고 결국은 좋은 학교에 지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는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재수생들의 이면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학벌과 스펙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좋은 스펙을 만드는 문제는 부모의 더 많은 지출과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용이 될 수 있는 시대되기를 희망한다면 헛된 꿈을 꾸는 것일까?  그런 시대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개천에서 용은 고사하고 욕만 넘쳐날지도 모른다.

부모의 경제력에 편승하여 공부하는 시대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미래를 개척하고 필요에 의해 공부를 선택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기, 예, 체능, 창업 등..... 그것이 무엇이든 샹관 없다. 자신 원하는 것으세상과 승부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이 나라가 짊어지고 있는 과제일 것이다.

국가는 학벌이나 성적에 기반한 입구보다, 개인의 창의적 사고와 열정에 기반하여 세상에 도전하는 입구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녀의 마래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더 많은 돈 질을 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자를 수 없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라도 시키려는 부모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젠 그 생각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공부는 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싶을 때가 바로 공부해야 할 때다"

학벌과 연관 지어진 공부가 흔히 말하는 미래의 성공이나 성장을 결정하는 절대 가치는 아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믿자. 그들은 자신의 인생 항로를 성공적으로 개척하는 역량을 가지고 태어난 온전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부모라는 이름으로 사사건건 지나치게 간섭하는 일은 오히려 자녀 성장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간섭이 교육비의 과다지출로 이어지고 결국엔 부모의 노후 준비를 늦추거나 가로막는 주범중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빨간 경고등이 외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림:다음 이미지












매거진의 이전글 #44. 은퇴 3적(賊)에 주목하라(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