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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Jul 14. 2021

무엇을 가져야 행복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한 인생을 원한다. 힘들고 어려워도 버텨내면서 행복한 그날을 꿈꾸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행복이란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아름다운 삶의 가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무엇을 가져야 행복할 수 있을까?”


법정스님의 대표적인 명상집 “산에는 꽃이 피네”에 보면 행복의 비결을 이렇게 적고 있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옛말에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우쳐 주고 있다.


글을 접할 때마다 법정스님의 깊은 통찰이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 삶에 적용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음으로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욕심 많은 인간이라 그런지 머리로는 자꾸만 계산하고 비교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니 말이다.

여러분은 어떤지 궁금하다. 현재의 삶에 무엇이 주어지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은 수많은 답변을 양산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건강>, <친구> 같은 대답 외에, 보다 현실적인 요소를 답하는 사람이 많았다. 여러분도 이미 예측했겠지만, <>, <차>, <>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행복의 조건으로 돈을 꼽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다. 우연히 EBS 다큐프라임_뇌로 보는 인간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영상 중반에 이런 질문이 던져진다.


“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질문에 답한 사람들의 아래와 같은 답을 내놓았


“돈이 없다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에만 신경을 쓰겠죠”


“매달 겁에 질려 살겠죠, 통장에 남은 2달러까지 확인하고, 모든 고지서 비용을 지불했는지 확인할 거예요”


“돈이 없다면 아예 돈에 관련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거예요”


“돈이 없으니 짜증이 나고 무기력 해졌습니다”


“마치 제가 생쥐가 되어, 정해진 시간 안에 치즈를 찾아야 하는 것만 같은 조급함을 느끼죠”



스무 살, 재수할 때가 생각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부모님이 학원비를 대 줄 수가 없었던 시절이다. 우리 집은

여덟 식구가 봉투를 접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섯 살 난 막내까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봉투를 접었다. 따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손은 봉투를 접고 눈은 책을 보면서 학업을 이어나갔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나를 제외한 다섯 동생들은 동생들은 공부를 잘했다.

아주대학을 지망했지만 보기 좋게 떨어지고 재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나는 영등포 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문구 제을 운영하는 둘째 이모에게 문구점에서 자고 먹고 일할 테니 학원비를 도와 달라고 청해야 했다. 이모는 흔쾌히 허락했고 재수 생활이 시작된 3월부터 문구점에서 일하면서 노량진에 있는 입시 학원을 다닐 수 있었다. 학원비를 내주는 게 고마워서 점심 값을 달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덕분에 아침과 늦은 저녁으로 대신하는 생활이 이어져야 했다. 처음 두 달은 순조롭게 학원비를 대 주던 이모가 석 달 째부터는 며칠 씩 학원비를 미루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학원비를 제때 낼 수 있도록 부탁을 드렸는데, 이모님은 알았다고만 말하고 매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어느 날이었다. 내일까지 학원비를 내지 못하면 학원에 다닐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학원비 건으로 이모와 다투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날 저녁, 결국엔 학원비를 받았지만 이모와 이야기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는데 비가 어찌나 많이 오던지 그 비를 쫄딱 맞으며 학교 운동장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고래고래 소릴 질렀다. 왠지 모를 설움이 폭발했다고 할까요. 20년을 살 때까지 그렇게 많이 울어 본 기억이 없을 만큼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알았다. 돈 앞에선 이모도 절대 남이란 사실을. 그때까지만 해도 순진한 탓이었는지 이모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느끼며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돈 앞에선 남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닭을 수 있었다. 별것도 아닌걸 애처롭게 이야기한다고 나무라는 분이 없지 않겠지만 난생처음 돈 없는 설움을 직접 체험한 탓일까요?  벌써 40년이 다 되어 가도록 그날이 잊히지 않는 걸 보면 나에겐 분명 아픈 상처였던 것 같다


행복을 명쾌하게 정의하는 건 어렵다. 개인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을 가지면 행복해질까?”에 대한 답에서 해답의 힌트를 엿볼 수 있다. 건강, 친구, 돈, 그리고 집이나 자동차처럼 돈이 들어간 사물을 소유하고 있을 때 행복하다는 사람이 가장 많은 걸 보면 말이다.  

짧은 소견이지만 돈, 건강, 관계에 기반한 활동이 이 균형 값을 가진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내 생각에 동의한다면 노년기 행복을 좌지우지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4가지  요소가 어떤 파급 위험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노년기 행복을 위해서는 돈의 힘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다.

이탈리아엔 "돈이 없으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죽하면 니체는 <신을 위하여>가 <돈을 위하여>로 바뀌었다고 했을까. 그뿐이 아니다. 세상의 지혜가 모두 담겼다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탈무드엔 “사람을 상처 입히는 것으로 <번민> <말다툼> <텅 빈 지갑> 3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텅 빈 지갑>이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입힌다”라고 적혀있을까.


일련의 표현 값을 빌리지 않아도 돈은 세상으로 통하는 절대적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노후 행복도 돈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산에 들어가서 도를 닦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이 부분에서 사람의 욕심이 드러난다.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과하면 탈이 나듯 갑작스럽게 많은 돈이 생기면 결국은 돈이 독이 되고 그로 인해 인생 파산으로 이어지는 예가 허다하다. 로또 당첨자들의 말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년기 의, 식, 주를 해결하는데 문제가 없고, 또 노후 의료비를 해결하는데 문제가 없을 만한 현금 흐름이 발생한다면 행복이란 단어를 떠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소득과 비용의 크기가 달라지겠지만 자신의 처지와 경제적 생산성을 고려해서 적정한 현금흐름이 얼마인지 산출하고, 그 돈을 해결할 수 있는 준비가, 결국은 노년기 행복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단추를 끼우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노년기 행복을 위해 필요한 두 번째 요소는 건강 관리다. 

그걸 모른 사람은 없지만 실생활에서는 건강 관리를 푸대접하는 일이 즐비하다. 말로는 건강 관리를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과음 과식에 담배는 줄지 않고 운동은 가끔씩 생각날 때만 하는 습관을 너무나 태연하게 받아들이니 말이다. 오죽하면 의학 전문기자인 김철중 기자는 그의 책 <내망현>에서 인간은 자기 몸에 한 짓을 생각하면 천당 갈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했을까? 건강관리의 기본은 식단을 조절하고 지속적인 운동이 결부되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젊어서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면 늙어서 고생한다는 말을 믿는다면 내 몸을 달고,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채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노년기 행복을 위해 필요한 세 번째 요소는 관계 관리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철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주변에 이야기를 나누거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없다면 외롭고 고독한 노년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물론 사람으로 인한 상처가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에 나를 생각하고 아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대단한 차이가 있다. 그것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지금 내가 어려운 일에 처했다고 가정할 때 핑계 대지 않고 득달같이 달려올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어떤 사람은 친구나 지인은 고사하고 자식들도 달려오지 않는 노년기를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사람과 통하지 않고 사람과 단절된 노후를 보낸다면 행복이란 단어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노년기 행복을 위해 필요한 네 번째 요소는 활동이다.

나이 들었다고, 늙었다는 이유로 활동을 포기한다면 스스로 인생 감옥을 만들고 제 발로 걸어 들어가서 좌정하고 앉는 꼴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노년기 활동은 살아있는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무언가 책임지고 할 일이 있다는 것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도 있지만 나도 상대를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서로의 능력을 빌려주고 빌리는 상관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고, 소통하다 보면 나이와 상관없이 몸을 움직이는 일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스스로 인생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년기 활동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준비할 수 있어야 행복한 삶이란 목적지에 근접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세상엔 공짜기 없으니 노년에 거저 얻어지는 행복도 없다.

그렇다면 행복을 소유하기 위해, 나도 내어 놓을 것이 있어야 한다.


“나는 행복한 노년을 위해 지금 무엇을 내어 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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