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빈민으로 살기 싫어요
지방에서 거주하는 지인이 서울로 발령을 받았다.
이참에 서울로 이주하여 정착할 것인가 아니면 주말 부부로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그들 부부를 괴롭히고 있었다.
아이들 교육 문제도 있고 하니 서울로 올라오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지만 그의 대답은 ‘도시빈민으로 살기 싫어요, 그냥 주말 부부 할래요, 길어야 3~4년일 텐데, 그 정도라면 그냥 있을래요’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방에서는 2억 언저리의 돈이면 자기 집 한 채를 소유할 수 있는데 서울에 올라오면 자가 주택은 고사하고 전세 자금도 모자랄 뿐 아니라 갱신 때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 값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현실적 답변이 돌아왔다.
서울에서 살면 현재의 소득으로 지금까지 누려왔던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고민을 도시빈민으로 표현한 것이다.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그가 서울에서의 삶을 도시 빈민에 비유하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지만 그냥 수긍하면서 이야기를 끝냈다.
법정스님이 쓴 글 중에 ‘산에는 꽃이 피네’라는 시집에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옛말에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우쳐 주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비교하는 습성이 있다.
‘저 사람도 하는데 내가 뭐가 부족해서 못해’
비교는 사람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그런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몸도 마음도 피곤해진다. 한 발 더 나가 자신의 삶과 환경을 탓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가끔은 그들의 페이스에 휘말려서 자기 가랑이가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무리수를 둔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과한 선택>이 불행의 나락으로 인도하는 티켓은 아닐지 의심해야 한다.
가진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잊어버리고, 갖고 싶은 것에 대한 욕심으로 마음을 채우면, 원하는 행복은 도망가고 원치 않는 불행의 그림자만 기웃거릴뿐이다.
그 지인은 서울에서의 삶을 ‘불필요한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는 분명히 서울의 삶이 주는 매력에서 ‘불필요한 고민’을 발견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