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친구야, 은퇴하고 나면 뭐 할 거니?
[친구] 하긴 뭘 해 놀아야지
[나] 논다고?
[친구] 그럼 놀아야지, 30년도 넘게 일했는데 이젠 쉬는 게 당연하지 않냐? 너처럼 일중독은 사양이다
[나] 팔자 좋은 소리 하시네. 그래 뭐 하면서 놀건지 이야기나 들어보자
[친구] 할게 한, 두 가지라야지. 그동안 해보고 싶은 것도 하고, 가 보고 싶었던 곳도 가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고… 할 건 천지 삐까리다
[나] 그러니까, 뜬구름 같은 소리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말해 보라니까? 하고 싶은 건 뭐고,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고, 배우고 싶은 게 뭔지 그런 거 말이야 인마?
[친구] 음~ 그거야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지
[나] 그럼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는 거네?
[친구] 그렇긴 한데, 뭐가 그렇게 급하냐 이제부터 세우면 되지
[나]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돈 많은가 보네?
[친구] 돈은 무슨, 우리 나이에 돈 많은 사람 몇이나 되냐? 있어야 집 한 채, 그리고 연금이지, 직장 생활해서 떼 돈 번 사람 받냐?
[나] 알긴 잘 아네, 그러니까 네가 뭘 믿고 은퇴 후에 놀겠다고 큰소리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막내아들도 아직 결혼 안 했다며?
[친구] 그거야….
15년 만에 만난 고등학교 절친이 있습니다. 오랜만이라 궁금한 것이 많았습니다. 친구도 내년 6월이면 정년을 맞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일까요? 또 직업의식이 발동하더군요. 이야기 끝에 친구의 정년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친구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오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은퇴 후 삶을 너무 가볍게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 말입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까지의 나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하죠. 그렇다면 내일의 나는 오늘까지의 나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 값이라고 할 수 있겠죠.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오늘의 나는 왜 내일을 과신하는 것일까요?
앞서 은퇴하신 형님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은퇴(후) 삶이, 은퇴(전)에 생각한 대로 이어지던가요?"
오늘 이후 삶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위험과 기회가 교차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은퇴 선배들의 삶을 드려다 보면 기회를 만든 은퇴자 보다, 위험에 처한 은퇴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입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한 가지입니다.
"미래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오늘의 현실을 착각하거나,
미래를 너무 두려워해서, 오늘의 현실을 포기한 탓 아닐까요?"
아무런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독약', 아니면 '미끼'라는 말처럼, 더 나은 내일의 삶은 오늘까지의 노력이 만든 선물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겠죠?
"내일의 삶을 위해 오늘 이 순간까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