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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Jul 10. 2023

잘 헤어지는 ‘그날(은퇴)’을 준비하자

50대에 들어선 직장인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두 가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50대에 들어서면 은퇴를 걱정합니다

나이로 보나 직급으로 보나 50세 이후부터는 직장에서 더 나은 그날을 기대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이런 말씀드리고 싶지 않지만 서서히 무대를 내려가야 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 바로 50세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현직에서 부서장을 맡고 있는 50대 초반의 부장님과 식사를 했습니다. 임금 피크가 코 앞으로 다가온 탓인지 생각이 많아진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대기업의 부서장으로 직업 인생의 정점에 있지만 내일도 정점에 있을 순 없으니 당연한 고민이겠죠. 그래서일까요? 요즘은 코로나 족쇄가 풀어지면서 조찬 모임을 다시 참여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가끔은 홍대 앞 6인조 길거리 특강에서 15분 한 꼭지를 강의하면서 자신에 대한 타인의 무관심을 관심으로는 돌리는 실험도 하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자신의 대학 모교를 기반으로 몇몇 대학에서 취준생을 위한 모의 면접관으로 활동한답니다. 지난달에는 보험업계에서 96세 현역으로 활동하는 분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마산까지 다녀온 적도 있다면서 그간의 행보를 말해 주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분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정말 잘하시고 계시네요"




친분의 힘, 관계의 힘, 직급의 힘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까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은퇴 전엔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은퇴하고 나니까 친분의 힘 유통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일이 벌어지더군요. 

전관예우라는 말, 잘 아시죠?

직장이란 울타리 밖을 떠나는 동료에게 울타리 안에서 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은 예죠. 하지만 그런 기회가 한, 두 번으로 끝나는 예가 적지 않다는 것을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은퇴 전에는 울타리의 힘, 직급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실수하거나 평가 점수가 낮아도 다시 기회를 주지만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한, 두 번이 기회의 전부로 끝나는 일이 적지 않더군요. 시장에서 통용되는 능력이 발휘되지 않으면 아무리 전직 임원이라고 해도 그다음을 약속받지 못하니까요. 냉정한 사회적 평판이 전직 임원의 기대를 밀어내는 것이 현실이더군요.  그렇다면 나이나 직급을 떠나 현직에 있는 동안 해야 할 것이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것이 '잘 헤어지는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현직에서 누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은퇴의 문을 나서는 날, 재평가를 받기 때문이죠. 특히 은퇴 전에 하던 일과 연계된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라면 잘 헤어지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관예우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 힘이 있는 예우가 아니란 점을 직시합시다

은퇴하고 나면 전 직장에서 누렸던 관계의 힘이나, 직급의 힘으로 냉정한 사회적 평가를 이겨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시장의 역풍이 관계의 힘, 직급의 힘을 삼켜버리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전관예우 차원에서 주어진 기회는 유통기간이 극히 짧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잘 헤어지기 위해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지 않을까요? 특히 50대에 돌입한 직장인이라면 이제부터 말씀드릴 화두는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50대 초반 직장인이 조직에서 잘 헤어지기 위해 애써야 할 일, 첫째

본의 아닌 자신의 갑질로 상처받은 직원이 없는지 면밀하게 살피고 풀어야 합니다. 적을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로 이해해도 좋습니다


누가 그걸 모르냐고 반문할 분이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이 문제를 제일 먼저 말하고 싶습니다. 직장 생활은 경쟁이 난무하는 정글인만큼 업무적으로 충돌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벌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끝은 남습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항변해도 본의 아니게 직장 상사의 갑질로 비치는 일이 엄연히 존재하니까요.


예를 들면 본인의 대소사에 부하직원을 동원하는 일이 그중 하나죠. 부하 직원들은 상사를 존경하기 때문에, 마음이 동해서 대소사를 자청하여 돕는 것일까요? 주말에 골프 친다고 부하직원이나, 거래처 관계자를 불러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은 자신의 힘을 과시할 수 있어서 좋을지 모르지만 상대방은 죽을 맛 아닌가요? 물론 비즈니스 차원에서 서로 주고받을 게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상대적 약자는 스트레스가 장난 아닐 거예요. 백번을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치부하며 넘어갈 수 있지만, 게 중엔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죠. 


은퇴 전에 부하직원을 못 살게 굴었던 어느 임원이 은퇴 후 부하 직원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말하죠. 예전에 미안했다고요. 많이 반성했다는 핑계와 함께,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은퇴 전에 수없이 많은 갑질을 당했던 부하직원이 은퇴한 갑질 상사에게 기회를 주고 싶을까요? 실명을 거론할 수 없어서 가볍게 말씀드렸지만 엄연히 벌어진 일이기에 안타깝더군요


혹여 직급의 힘이 과하게 작동되어 상처 입은 부하 직원은 없는지 살펴보세요. 

그리고 마음에 걸리는 직원이 있다면 지금 당장 관계 균열을 극복하는 작업을 시작하세요. 마음의 상처는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한두 번의 만남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요


50대 초반 직장인이 조직에서 잘 헤어지기 위해 애써야 할 일, 둘째

주어진 업무는 기본이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은퇴의 그날은 다가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남아 있는 시간을 계산해 보고, 그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확보하세요. 물론 업무에 지장을 주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쓰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제 경우는 자투리 시간이 발생하면 무조건 글을 썼어요. 또 주말은 아예 글쓰기로 사용했고요. 그렇게 쓴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제 이름으로 된 8권의 책은 그렇게 완성되었죠. 그중 두 권은 부크크를 통해 독자가 주문한 수량만큼 인쇄하는 방식으로 출간했고 나머지 6권은 사내 강의 도서로 채택할 수 있게 썼습니다. 전략적 선택이었죠. 내 돈을 드리지 않고 써야 했으니까요. 결국은 제 강의에 사용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책을 써서 돈을 번다는 목적이 아니라, 내가 쓴 책으로 공부하는 교육생이 늘어나게 하면 은퇴 후에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결론은 제 바람대로 되더군요.


요약하겠습니다

50대 초반 직장인이 조직에서 잘 헤어지기 위해 애써야 할 일을 두 가지로 압축하여 말씀드렸습니다. 하나는 관계의 중요성이고 또 하나의 능력 향상을 위한 자기 계발입니다. 방법으로는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한다는 취지로 현직 부서장 이야기와 제가 책을 어떻게 썼는지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애써야 할 것이 많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제가 이론을 말하려는 게 아니란 점을 이해해 주세요. 은퇴할 때 잘 헤어지려면 어떤 점을 수정 보완해야 하는지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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