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정이 드는 동물이야. 20년 살던 동네, 1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 맨날 보던 회사 사람들. 시간이 쌓이면, 감정도 따라와. 애국심도 마찬가지야. 태어난 곳이고, 자란 땅이고, 익숙한 공기니까. 그걸 좋아하는 마음 생기는 거 당연한 거라고. 그게 나라든, 회사든, 단체든, 사람이든. 그런 감정은 진짜 ‘좋은 감정’이야. 순수하고,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거야.
근데 문제는 그걸 이용하려는 새끼들이 있다는 거지.
예를 들어보자. 내가 “나라를 사랑한다”고 했더니 누가 그래. “그럼 나라 위해서 군대 가라.” “국방세금 더 내라.” “정부 방침 지지해라.” 그래야 애국자래.
시발.
나라를 사랑하는데 왜 고작 21살짜리 청년한테 총을 쥐여주고 전쟁터로 보내냐고. 나라를 사랑하는 놈을 전쟁터에 내보낸다고? 진짜 책임질 놈들, 권력 가진 놈들은 뒤에 숨어있고? 결국 죽는 건 시민이고, 이익 보는 건 위에 있는 놈들이야.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돼.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정’이라는 감정에, 누군가가 미끼를 꿰어 놓고, “네가 물었으니까 이제 너 책임이다”라고 말하는 구조.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야.
“너 우리 회사 얼마나 좋아해?” “그래서 야근 좀 해줄 수 있어?” “우리는 가족이잖아.” 가족은 집에나 있지 왜 회사에 있어. 가족한테 이렇게 막대해도 돼? 과로로 죽었는데 유감을 표해? 보상금을 줘? 사람이 죽었는데 그깟 돈을 줘? 그럼 내가 돈 줄 테니까 죽어볼래?
이게 진짜 무서운 거야. 내가 좋아한 마음이, 나를 조이는 족쇄가 되는 거야. 정이 드는 건 죄가 아니야. 그걸로 뭘 하든, 뭘 안 하든 그건 내 선택이야. 근데 그 선택을 누군가가 조종하려 한다면, 그건 그냥 착취고 선동이야.
애정은 ‘좋은 감정’이야. 근데 그 좋은 감정을, 누군가는 도구로 써먹고, 그 감정을 가진 네 잘못인 것처럼 만들어버려.
그러니까 감정을 없애자는 말이 아니야. 다만, 누가 그 감정에 줄을 묶고 있나, 그 줄 끝에 뭐가 달려 있나, 그걸 잘 봐야 된다는 거지. 네 마음은 소중해. 그걸 아무나 가져다 쓰게 두지 마. 진짜 조심해야 할 건, 감정이 아니라 그걸 이용하는 새끼들이야.
개새끼들이 너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