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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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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May 09. 2022

서평 쓰는 법(독서의 완성)

김현규 씀

이원석 / 서평 쓰는 법(독서의 완성) / 유유 / 2019.12.

서평을 다룬 책

  포털 사이트에서 ‘서평’으로 검색하면 실로 다양한 책이 등장한다. ‘한 권으로 끝내는 서평과 논문’, ‘서평 쓰기의 모든 것’, ‘독서의 궁극 서평 잘 쓰는 법’, ‘서평 글쓰기 특강’, ‘서평 쓰는 중딩’, ‘1시간 내 서평 쓰는 방법’, ‘류재준의 서평 독서’, ‘에세이 작가가 알려주는 서평 쉽게 쓰는 법’, ‘서평의 이론과 실제’ 등 백 권도 넘는다. 글쓴이가 쓴 서평을 모은 서평집부터 서평에 대한 여러 이야기 곧 서평 쓰는 법이나 서평이 무엇인지에 대해 쓴 이른바 메타 서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책으로 나눌 수 있다. 작가도 다양하다. 소설가나 에세이 작가처럼 글쓰기 전문가가 쓴 책도 있고 교수가 서평 쓰기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다룬 책도 있다. 교사가 서평 쓰기를 수업이나 평가와 연결한 책도 있다. 일반 독자가 썼거나 학생들이 쓴 서평을 모은 독립출판물도 눈에 띈다.


  서평에 관한 다양한 책의 제목을 보고 있자면 서평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평의 쓸모가 무엇인지 알 것도 같다. 대체로 서평 쓰기는 독서의 완성이자 글쓰기의 시작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인 거 같다. 내 생각도 비슷하다. 그럼 대체 서평은 어떤 글일까?

내가 읽은 책은 서평가 이원석이 쓴 ‘서평 쓰는 법(독서의 완성)’이다. 유유에서 나왔다. 왜 이 책을 선택했나. 유유에서 나오는 책은 대체로 판형이 작고 분량이 적다. 그렇다고 내용이 빈약하지 않다. 핵심을 잘 정리했다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 쉽게 완독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시 말하면 유유는 작고 얇지만 있어야 할 내용은 충실히 다 담아 첫 장을 여는 부담이 적은 책을 만든다. 그리고 제목이 직관적이다. 나는 정확히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해 알고 싶었는데 제목이 ‘서평 쓰는 법’이니 저절로 눈이 갔다. 게다가 분량이 참고문헌을 합쳐도 183쪽이다. 부제로 붙인 ‘독서의 완성’은 서평이 갖는 의의에 대한 저자의 의견인데 나도 동의한다. 다만 내가 썼다면 독서의 완성이자 글쓰기의 시작이라고 부제를 달았을 것 같다.


목차 분석

  이 책은 실용서와 인문서의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다. 서평가가 쓴 책답게 내용 분류를 잘했다. 목차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큰 제목만 모으면 다음과 같다.

1부 서평이란 무엇인가
2부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


  서평의 이론과 실제다. 조금 작은 제목으로 자세히 보겠다.

1부 서평이란 무엇인가
  서평의 본질
  서평의 목적
2부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
  서평의 전제
  서평의 요소
  서평의 방법


  내용 구성에 군더더기가 없다. 표를 풀어쓴 것처럼 구조화되어 있다. 다만 ‘서평’이 반복되는 것은 잘못이다. 제목과 1부에 서평을 언급했으니 2부는 그냥 ‘어떻게 쓸 것인가?’로 하고 작은 제목에서도 ‘서평의’를 전부 빼야 자연스럽다. 없어도 되는 건 없어야 하는데 공연히 반복했다. 반복되는 건 되도록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쳐서 비교해 보자.

1부 서평이란 무엇인가?
  본질
  목적
2부 어떻게 쓸 것인가?
  전제
  요소
  방법


  훨씬 보기에 편하다. 전체 목차는 다음과 같다.

머리말

1부 서평이란 무엇인가?
  서평의 본질
    1. 서평과 독후감
    2. 책과 서평
      서평과 열린 텍스트
      독자와 서평가가 선 자리
  서평의 목적
    3. 서평과 독자 자신의 관계
      서평과 자아 성찰
      서평과 삶
    4. 서평과 잠재 독자의 관계
      서평의 영향력
      가벼운 서평과 무거운 서평

2부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
  서평의 전제
    5. 어떻게 읽을 것인가?
      무엇을 왜 읽는가?
      우상 숭배와 우상 타파
      적과 친구 사이에서
  서평의 요소
    6. 요약
      서평의 토대
      요약은 서평이 아니다.
    7. 평가
      평가의 의미
      - 공시적 맥락화와 통시적 맥락화
      - 비교를 통한 맥락화
      - 맥락 파악으로서의 지적 교양
      평가의 요소
      - 제목의 의미
      - 목차의 분석
      - 문체 이해
      - 지식과 논리
      - 번역 평가
      - 작품 속으로의 이입
  서평의 방법
      - 일단 생각하라
      - 지금 바로 글을 쓰라
      - 첫 문장에 대하여
      - 문단의 구성
      - 말 고르기
      - 인용의 방식
      - 마무리
      - 고치고 또 고쳐라
      - 좋은 서평을 참고하라
      - 얼마나 쓸 것인가
  
  에필로그
    서평의 오늘과 내일
      - 서평의 오늘
      - 서평의 내일


  저자는 목차에서 ‘고치고 또 고쳐라’라며 퇴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목차는 구조적으로 잘 짰지만 대제목과 중제목까지가 그렇고 소제목이나 세분화로 들어가면 그다지 구조적이지 않아 글의 정확한 뼈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기능을 강조한 제목을 쓰려고 했으면 소제목과 세분화도 그랬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 통일성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관형격 조사 ‘-의’를 다듬지 않고 마구 써서 읽기에 방해가 된다. 이미 말했지만 없어도 되는 건 없어야 한다. ‘서평의 요소’ 대신 ‘서평 요소’나 반복되고 있는 ‘서평’을 빼고 ‘요소’라고만 쓰는 게 간결하고 뜻도 명확하다. 또한 ‘(서평의) 방법’에서 세분화한 제목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료하지 않다. ‘생각하기, 쓰면서 생각 다듬기, 첫 문장 쓰기, 구성하기, 다듬기, 인용하기, 마무리하기, 퇴고하기, 그밖에 생각할 점: 좋은 서평 참고하기, 분량 고려하기’라고 하면 훨씬 기능적으로 명료하다.


제목 및 내용 분석

  이원석은 저자 소개에서 ‘글쓰기의 출발은 서평이라 믿는다.’고 했다. 내 생각도 같다. 그래서 부제가 ‘독서의 완성’으로 멈추지 않고 ‘글쓰기의 시작’이라는 표현이 덧붙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용 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서평과 독후감, 요약과 비평을 비교한 부분이다. 각기 다르다고 시작하여 서로 겹치고 촉발한다고 했다. 이런 관점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칼로 무 자르듯 정확히 대비되는 다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평 자체가 독서의 완성이자 글쓰기의 시작인 것처럼 서평과 독후감, 요약과 비평은 각기 다르면서 서로 겹치고 촉발한다. 예를 들어 둘을 비교한 글 말미에서 독후감이 독자에게 치유의 경험을 제공한다면 서평은 독자에게 통찰의 경험을 선사한다고 했는데 궁극적으로는 양자가 서로 통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만큼 책을 더 깊이 통찰할 수 있고 책(이 다루는 대상)에 대한 통찰은 책을 읽는 나 자신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둘은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다른 갈래의 글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통한다고 한 관점에 동의한다. 요약과 비평도 그런 식으로 다룬다. 요약은 서평이 아니지만 요약 자체가 해석자의 전망과 입장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해석이라고 했다. 요약 없는 서평은 맹목적이고 서평의 기본 토대가 되는 요약이 어긋나면 해석과 평가 또한 틀어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요약으로 서평 독자가 책을 읽을 수도, 읽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서평가의 평가가 배제되고 책 정보만 담은 요약은 그 자체로 책 소개나 추천이 될 수 있다. 서평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평가가 없으니 서평은 아니지만 서평의 기능을 하는 셈이다. 본질은 다르지만 목적이 같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쉽고 짜임새 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분량이 적고 용어가 어렵지 않아 읽기 쉬우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거의 다 얘기하고 있으니 좋은 책이다. 서평에 입문하고 싶거나 서평을 쓰고 있긴 한데 어떻게 쓰는 것인지 명확하게 알고 싶은 사람에게 좋다. 서평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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