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곧 케이블카(곤돌라에 가까운 타입)가 들어설 예정이다. 2015년 환경영향평가에서 낙동정맥 훼손을 우려한 탓에 부동의 판정을 받아 유야무야 되었는데, 개발 논리를 주장하는 신임 울주군수가 들어서며 일부 노선을 변경하여 재추진하는 것이다.
2015년 계획했던 간월재 노선이 환경영향 평가에서 부동의 되자 신불산 삼봉능선으로 변경하여 재추진 한다.
단언컨대, 이것은 <공유지의 비극>이다.
먼저 밝히건대, 이 글은 일체의 정치적 노선에 편승하거나 실명이 거론되는 특정 단체나 개인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산"에 닥친 현실적 변화를 재삼재사 생각해보자는 순진무구한 연유이다.
1. 공유지의 비극이란?
공유지는 '국가나 공공단체가 소유하는 땅'을 뜻하며, '공유지의 비극'은 미국의 생물학자 'Garrett Hardin'이 196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제시한 것으로, 공유지를 개개인이 사용할 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결국에는 공공재인 자원이 훼손되어 고갈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우리 모두의 공적인 땅이지만 개인의 사적인 욕심이 돌출한다면 반드시 패악이 된다는 상황을 나타낸다.
가령, 정해진 주인이 없는 목초지에 목동들이 자기 소에게 최대한 많은 풀을 먹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서로 더 많은 소를 끌고 나온다면 그 목초지는 결국 황폐해지므로,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손해가 될 것이다. 또한, 대한제국 시기에 산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 대부분 민둥산인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너도 나도 가릴 것 없이 땔감으로 쓰기 위해 벌목을 했던 이유이다.
2. 어류 남획으로 인한 고갈
공유지의 비극은 비단, 산과 들이 아닌 바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수산 기술이 발달하자 어부들은 더 먼바다로 나아가게 되었으며더 많은 어류를 남획해 많은 어류의 개체 수가 줄어들거나 멸종하였다. 대표적으로 고래가 그랬고, 참치가 그렇다. 이뿐 만이 아니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서 잡히는 600개의 어종 중, 약 30%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고 한다.
세계의 모든 정부들이 연합하여 고래 포획을 금지시키거나 참치 어획량을 강제적으로 줄이는 것에 합의한 일이 있었으나, 모든 국가의 모든 어부가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어획량을 25% 정도 줄인다면, 개체수는 다시 늘어날 것이다만, 앞으로도 모든 어부가 이 일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자본이라는 반짝이는 유혹 앞에 환경보호라는 구호는 삿된 외침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때 대구잡이가 금지되었던 적이 있지만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성어가 줄어들자 어린 대구를 노리는 어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종의 회복은 단순히 한 종의 어획량 제한으로 개선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은 거대한 사슬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한 종의 감소는 전체적인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줄어든 어류의 개체수를 늘리는 것은 몇십 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류 개체 수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이다.
山도 마찬가지 일 수밖에 없다.
3. 사적 이익을 보장하는 공적 지원
이순걸 울주군수는 공영개발로 추진되다 낙동강 유역 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로 중단되었던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의 일부 노선을 변경해 민간투자방식으로 전환해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총사업비는 644억 원으로 전액 민자 추진되며, 공유재산법에 따라 사업 준공과 함께 건축물, 시설물, 토지 등은 울주군으로 소유권이 이전되며, 기부채납 후 영남알프스 케이블카(주)는 향후 20년간 시설의 무상 사용과 케이블카를 이용한 수익을 보장받기로 했다.
이 사업은 2015년 환경영향 평가에서 이미 부정적인 판정이 났는데 구간을 변경해 다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복합웰컴센터에서 신불산 억새평원 일원 약 2.472km 구간이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명분을 들먹여 낙동정맥을 벗어난 신불재 남서 측 해발 약 850m 지점까지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설치를 추진한다.하지만 "친환경적인 개발 공법"이란 게 결코 양립하기 어려운, 얼마나 모순된 단어인지 우리 현대 개발사를 돌아보면 잘 알 수 있다.
시간당 최대 1,500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도록 10인승 캐빈 50여 대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니, 억새나 철쭉이 흐드러진 봄, 가을의 성수기라면 어림잡아 하루 12,000명이 신불산, 영축산이 이어지는 십리 상벌을 밟을 것이다.
울주군은 각종 인·허가 등 행정적 협조 및 지원, 실시계획 승인, 공유재산 사용허가, 민원 해결 협조 등 업무를 맡고,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사업계획 수립 및 설계, 각종 인·허가 수행 및 완료, 재원조달, 사업부지 보상, 공사 추진, 재산 기부채납 및 인계 절차 이행, 민원 해결 등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울주군의 땅이지만, 동시에 전 국민의 땅이기도 한 공유지 신불산을 개발해 지극히 사적 이익을 챙기려는 한 법인 회사의 사적 이익을 위해, 울주군은 공무원을 동원해 각종 공권력을 보조하고, 행정력을 쏟아부어 주겠다는 것이다.
지역 언론의 발표를 보면, 李 군수는 "사업시행자인 영남알프스 케이블카(주) 측의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케이블카 개발사업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자기 지역 생산유발 효과 740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267억 원, 고용유발효과 613명으로 분석돼 사업이 지역경제 미치는 파급효과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업 추진 시 환경단체와 적극 협의해 자연환경 보전과 개발이 상생하는 모델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환경파괴의 손실은 가치를 매길 수 조차 없지만, 솔직히 금권만능의 시대인 현재, 자본의 논리를 들이대니 환경 보전의 가치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4.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
李군수께서 좋은 점만 얘기하셨으니 山사람으로서 걱정도 짚어 보자.
(1) 기부채납의 보상으로 주어지는 20년이 지나면 시설은 노후될 것이고, 정작 울주군과 울산시, 나아가 국민들의 세금은 "사적 이익"이 노른자만 먹고 빠져나간 자리를 물려받아 막대한 수리비와 관리비를 안게 될 것이다.
로마, 파리, 가까이는 경주등등 유명 도시들이 세계 굴지의 관광지로 인정받는 것은 개발이 가져온 신성장이라는 가치가 아니라, 수 백 년을 이어온 보존이 지탱한 가치이다.
왜 우리의 도시들은 백 년, 천 년이 된 가치들을 고층의 아파트에 빼앗길 수밖에 없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2) 등억 온천 단지의 부활을 가져온다는 경제 논리도 마뜩치는 않다. 내놓고 말해 등억온천 단지의 몰락은 가짜 온천수로 국민들을 기만했었기 때문이다. 원탕을 개발해 진짜 온천수를 확보하고, 시설을 리모델링하여야 하며 산학 협력 등을 통한 체험형, 체류형 프로그램을개발하는등 경제자치가 가능한 도시재생을 기획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 왜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개인 업자들의 이득을 보장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나 국제 클라이밍 대회, 산악마라톤, 울주오디세이, 영남알프스 9봉 인증 이벤트 등등의 외적인 행사로도 지역 숙박업의 부활이 부족하다면 내적 원인을 찾고, 혁신으로 개선하여야 한다.
케이블카가 생기면 러브모텔들이 갑자기 패밀리호텔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차라리 대놓고 그들을 지원하려면 등억온천텔 숙박 인증 이벤트를 하고 은화를 뿌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3) 장애인, 노약자에게 신불산, 간월산의 억새를 즐기게 해주겠다는 달콤함은 더 거짓된 논리이다. 정말로 모든 이들이 신불산, 간월산을 즐기게 하려는 복지 차원이라면, 간월산 자연휴양림이나 배내주차장 사슴농장, 신불산 자연휴양림 상단에서 간월재에 이르는 임도를 보수해 단시일 내에 이용을 지원할 수 있다.
현풍 비슬산의 전기버스는 간월 임도보다 더 한 경사를 잘도 오르내리고 있다. 전기버스는 안되고 케이블카는 되는 이유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4) 단순한 기우라면 좋겠지만, 영남알프스 케이블카(주)가 예정대로 개발을 한다면 손모 대표이사가 겸직한 건설회사나 개발사, 또는 그 관련 산하업체가 공사를 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상 사용이 끝난 20년 후에는 그 유관 업체가 관리 노하우를 앞세워 유지보수 업체로 선정될 가능성 또한 있다.
2021년 기준 전국 도급순위 700대 초반의 건설업체가 정치적, 환경적 파트너를 잘 만난 덕분에 평생 먹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능력이 있는 지역 법인업체가 개발과 관리를 맡는다면 좋은 일인 것은 맞지만, 공유지를 개발한 이익이 지나치게 사적 이익으로 몰린다는 우려는 피하기 어렵다.
또한 건설이 완료된 후의 지속적인 고용효과는 솔직히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가까이 밀양의 얼음골 케이블카를 보면, 종사하는 정규직이 몇 명이나 되는지 경험자들이라면 충분히 보았을 것이다.
지역 원주민에게 식당, 매점의 운영권을 보장할 것인지, 지역민 만을 설치공사와 유지보수에 고용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5) 전국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는 케이블카는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이다. 통영시 관광개발공사가 직영하고 있는 곳인데, 그곳도 코로나 이전부터 매출이 소폭 줄어들어 루지 등 주변 인프라 개발을 통해 연계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
나머지 지역의 경우, 민자를 유치한 케이블카 사업자들은 속칭, 초반 개업빨이 끝난 이후로는 시비나 국비를 이용해 운영적자를 보조해 주기도 하며 억지 운영을 하고 있다. 개인의 사적인 손해를 공적인 자금으로 보조해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종종 보도된다.
공유지를 개발해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익은 업무협약이라는 이유를 들이밀어 세금으로 보조하는 낯 두꺼운 일이 많은 민자유치 사업에서 드러난 것이다.
(6) 개발비 644억 환수
특수법인 영남알프스 케이블카(주)에서 20년 동안 개발비로 투입하는 644억 원을 회수하자면, 1년에 최소 32억 원의 순수익을 올려야 한다. 기업이윤을 최대 50%라고 잡으면 1년 매출 64억을 달성해야 가능한 수치이다. 1개월에 5억 3천의 매출을 올리며, 50%의 순수익이 20년 동안 꾸준히 발생해줘야 하는데, 공적 자금의 보조 없이 그것이 가능한 수치인지 간단 셈으로는 답이 없다.
인건비, 유지보수비, 금융이자 등등을 감안하면 울주군의 최소비용 보장이라는 이면 합의가 없다면 애초에 시작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5. 저력의 울주군
영남알프스의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는 울주군은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 산악마라톤, 9봉 인증제, 울주오디세이, 국제 클라이밍 대회, 작천정 등등 개발이 아닌 보존과 친환경적인 이벤트로 지켜 온 가치가 월등한 지역이다.
굳이 바위를 깨뜨리지 않아도, 애써 뿌리를 파내지 않아도, 특정한 업체에 사적 이익을 보장하지 않아도,울주군의 공무원들은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을 찾아낼 저력이 있다는 뜻이다.
2015년에는 안되던 것이 지금은 된다 하니, 환경의 가치가 선출 공무원의 당색에 따라 바뀐 것일까.
신불산의 800년 된 철쭉, 가지산의 700년 된 철쭉이 우리 시대에 우리 손에 의해 죽어나간다면 그 죗값을 어찌 다 갚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케이블카 선이 가로지르지 않는 신불산과 간월산이 우리 시대에 끝장이 아니길 바란다.
돈 마다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그래도 철탑이나 시멘트 건물도 없고, 윙윙 소리를 내며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기계 덩어리가 없는 신불산은 더 좋다.
양산에서 부산의 금정산을 보면 수많은 철탑과 전선들로 망가진 그 엉망진창의 산은 참으로 끔찍하기 짝이 없다. 더 끔찍한 것은 그것을 되돌리는 데에는 망가뜨린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실수라면 애초에 하지 않을 것을 깊이 생각하자. 군청의 어둑한 회의실, 문닫힌 군수실이나 농약 냄새 풀풀 풍기는 골프장 말고, 하늘이 뻥 뚫린 신불 공룡과 신불재, 삼봉 능선에서 "공유지"의 지분을 가진 모두가 참석하는 공청회를 하자.
공유지의 지분을 가진 단 한 사람이라도 반대를 한다면 "지금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옳은 결정 아니겠는가.
철탑과 철선이 머리 위로 지나 갈 예정인 신불산 공룡능선(칼바위)
신불재와 억새가 만발한 십리 상벌 단조 성터의 보존 가치는 산마루에서 계산해야만 한다.
개발의 가치보다는 보존의 가치가 훨씬 위대함을 깨달아야 한다.
발목 잡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다만, 우리도 있는 것을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던 그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여유를 가지자는 것이다. 수 천 년을 자랐던 철쭉과 수 만 년을 버텼던 바위를 깨뜨리면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자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만으로도 충분히 영남알프스를 훼손하지 않았는가. 부디 우리 세대가 신불산마저 끝장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