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케이블카 장사치들이 울주군 상북면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 본다. 상북면의 행정구역은 산전리•지내리•향산리•천전리•등억알프스리•명촌리•길천리•거리•양등리•궁근정리•소호리•덕현리•이천리 등 법정리 13개리가 있다. 거기에 부락 단위로 조금 더 쪼개 행정리 기준으로는 22개리가 있다.
신불산 케이블카와 관련해, 개발 예정지 근처에 땅을 샀거나 공사 자재 납품권을 가졌거나, 혹은 또 다른 어떤 형태로든 직접적인 이득을 노리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그들은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울주군 상북면이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보고, 상권이 활성화되어 주민들의 재산이 증식될 것처럼 주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케이블카를 찬성하면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반대하면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군 행정 차원에서 조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짜 온천수 논란
특히, 등억알프스리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는 이들의 케이블카 찬성 비율은 거의 절대적이다. 등억 모텔 집단지구를 온천단지로 개발해서 케이블카와 연계하겠다는 군수의 약속 때문이다. 등억알프스리 모텔지구는 지난 2002년 온천장 업체들이 지하수와 계곡수를 끓여 온천수라고 속이며 영업하던 사실이 모방송사의 고발프로그램에 의해 실체가 까발려지고, 울산지검에 적발돼 4명이 형사 입건되기도 했다. 즉, 등억알프스리 숙박시설 집단지구의 몰락은 대다수 업자들의 방관과 적극적 참여라는 범죄행위로 부터 비롯되었으며, 그 이후로 저당권, 유치권 등등이 행사되고 리모델링의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선의의 피해자도 있었을 수는 있지만, 오롯이 자신들의 범죄행위로 인해 몰락된 상권을 군청에서 세금으로 부활시켜주는 것이 옳은지에 관해서도, 울주군 전체와 울산광역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할 사안이다.
무엇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사항은 숙박업소의 진심 어린 반성과 대국민 사과이고, 자정노력과 자구책 마련이 우선 필요하다. 이 글은 전체 숙박업자들을 비난하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다. 개인의 이득만을 위해 공유지의 환경파괴를 부추기는 그릇된 행동을 삼가하라는 것이다.
'가짜 온천수' 논란의 불씨는 2017년 7월에도 다시 지펴졌다. 당시, '공동 온천수 모텔'이 온천물을 공급받고 있는 온천공은 지난 1980년대 뚫린 등억온천단지 1호공이었다. 이곳 온천공을 소유했던 모텔은 2007년 경 폐업했지만, 온천공은 그대로 유지해 왔다. 2016년 7월 수질검사 때 이곳 수질 온도는 26도로, 온천수 기준 25도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2016년 당시, 이들 모텔들이 울주군으로부터 허가받은 온천수의 허용 수량은 6곳 120톤이다. 등억온천단지엔 논란이 되고 있는 공동 급수 1호공을 비롯해 신불산 온천목욕탕이 3곳, 또 다른 온천목욕탕이 1곳, '공동 온천수 모텔'과 별도로 V모텔이 단독으로 1곳 온천공을 운용하고 있다. 수치만으로 단순 계산하자면 한 모텔당 20여 톤만 사용할 수 있는 취수량이다.
사실, 허가 당시부터 이곳 온천단지에서 하루 120톤씩 뽑아 올릴 수 있는 온천이 과연 존재하고 있는지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있었다. 만일, 케이블카까지 설치되어 전국의 온천애호가들이 온천수를 펑펑 사용하게된다면 결국 계곡수를 데워 쓰거나 다른 사람이 사용한 온천수를 재활용해야 한다.
더군다나 지리산 온천단지를 비롯해 울진, 덕구, 온양 등등 전통의 온천단지들이 관광 트렌드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어설픈 온천단지 개발 공약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미끼일 수밖에 없으며, 세금을 쏟아부어 봤자 2002년 악몽 같은 몰락으로의 회귀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울주군의 영남알프스를 중심으로 9봉 인증 이벤트, 국제 산악영화제, 전국등산대회, 국제클라이밍 대회, 산악마라톤 대회, 울주오디세이 산상음악회, 작천정 벚꽃축제 등등의 행사가 년 중 개최되고 있고, 알프스 시네마, 어린이 체험시설, 산악전시장, 달빛 야영장, 별빛 야영장 같은 시설들도 설치되어 전국의 관광객에게 손짓하고 있다. 진행 중인 이러한 행사들이 울주군 법정리 13개 리의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단편적으로 나마 살펴보면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진은 본 내용과 무관한 이순걸 군수의 "365민원소통" 현장입니다.
행사의 주요 거점인 "등억알프스리"만 하더라도 원주민들 보다는 이주민들에 의해 새로이 생겨 난 베이커리카페, 레스토랑, 사설야영장, 풀빌라 펜션들에 관광객 집중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나치게 늘어 난 교통량으로 인해 원주민들의 보행권이 침해받고,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각종 소음, 교통방해, 쓰레기 투기, 계곡수 오염과 악취 발생 등등이 나타나고 있다.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밤새 밝히는 불빛으로 인해 해충이 늘어나고, 유입경로를 추적하기 조차 곤란한 각종 침출수들이 계곡의 이끼와 악취를 더하고 있다.
도대체 얼마의 이익이나 보상이 따른다면 원주민들의 희생이 보상받게 될까? 돈을 앞세운 개발론자들에 의해 원주민들이 수 십 년, 수 백 년간 보존해 온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환경이 훼손되고, 삶의 현장인 농토와 과수원, 저수지, 상수원 등등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울주군 상북면 법정리 지도, 빨간선은 케이블카 추진 경로.
지도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케이블카는 울주군의 지리적 중심도 아니고, 교통의 중심도 아닌 위치에 설치된다. 더욱이 주요 논의 지역인 상북면은 울주군의 중심 상권인 언양이나 범서에서도 한참이나 동떨어진 곳이다. 산골 동리의 특징은, 도심처럼 특정 동네의 발전이 근처 동네의 발전을 즉각 불러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상북면의 경우, 동리와 동리 사이가 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에 등억리의 발전이 옆동리의 경제적 발전으로 빠르게 이어진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등억알프스리를 제외하면, 다른 동리들은 이나마의 경제적 혜택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의 계약대로라면, 특정기업이 최소한 20년 간은 케이블카의 모든 잇권을 독점한다. 결국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에서 제외될 상북면의 대다수 동리 원주민들이 달콤한 세치 혀놀음에 놀아날 때, 최소 20년 동안만큼은정작 그 달콤함을 챙기는 자들이 따로 있을 것이다.
울주 군수를 비롯한 케이블카 찬성론자들에게 묻는다.
고개 넘고 물 건너에 위치한 소호리, 이천리, 덕현리, 산전리, 거리, 양등리, 길천리, 명촌리, 천전리, 궁근정리, 지내리, 향산리가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어떤 방법으로, 어떤 이득을, 얼마동안 얻게 되는가? 짧게는 수 십, 길게는 수백 년 동안 대를 이어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온 원주민들은 도대체 얼마의 보상을 받는 것인가? 또한, 특정 동리의 유흥상권 발전에 수많은 다른 동리들이 주거생활의 편의성을 희생할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한 번 파괴된 자연을 되돌리기에 지구위기의 시간은 너무 촉박하다.
울주 군수를 비롯한 케이블카 찬성론자들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달콤한 말이나 막걸리 몇 병으로 주민들을 기만하는 행동을 중지하라. 또한, 특정기업이 운영권을 독점하는 20년 동안 상북면 전체의 지역경제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이익이 배분될 것인지, 기부채납을 받는 20년 후에는 어떤 이익을 보게 될 것인지 정확한 자료로 설명하라. 아울러 20년 후에야 운영권을 넘겨받게 되는 폐기물에 가까운 시설을 운영할 비용은 상북면 주민들이나 울주군민의 세금 없이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 것인지 행정기록이 남는공식적인 자료로 대답해야 한다.
상북면에 위치한 20년 후의 폐기물에 가까운 유흥시설을 유지 보수 하기 위해 서생면이나 온산읍이 세금을 부담할 이유가 무엇인지, 책임 있는 답변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