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회피하는 상사
<책임>
“일을 왜 이렇게 처리했어? 어떻게 책임질 거야?”
“그게 일전에 이사님이 지시하신 대로 처리한 겁니다만.”
“뭐야? 내가 언제 그런 지시 했어?”
“지난번에 보고드릴 때 분명히 그렇게 지시하셨습니다만.”
아침부터 옆 팀의 팀장이 무진장 깨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직장과 관련한 글을 쓴다면 꼭 남기고 싶은 일화였는데
이렇게 지면으로 다시 대하니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담당자가 누구야? 지금 불러와!”
“그게 이사님. 제가 팀장이니까 저하고 말씀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담당자가 따로 있는데 왜 당신하고 이야기해?”
“일일이 어떻게 담당자를 부릅니까? 저하고 말씀 나누시죠?”
“아니 이 사람이! 팀장이라는 사람이 이따위로 일 처리할래?”
회사는 팀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잘 돌아갑니다.
누구 하나 이 빠진 것처럼 삐걱대면 팀 전체가 흔들리기도 하죠.
조금 모자라도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고
늦더라도 기다려주면서 함께 주어진 일을 해내야 목표가 달성되죠.
팀원이 팀을 이루고, 그 팀을 대표하는 사람은 팀장입니다.
그러기에 팀장은 팀원을 대표하여 일을 처리할 권한이 있죠. 당연히!
회사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모인 단체다 보니
일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도 하고 발전도 하는 법이죠.
일과 관련해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좋지만
상대방의 인격을 여지없이 무너트리는 경우는 문제가 됩니다.
“당신! 팀장 맞아? 팀장이 이것밖에 안 돼! 책임 회피할 거야?”
“아닙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당신이 뭔데? 나도 못 지는 책임을, 당신이 뭔데 책임지는데?”
요즘에는 이런 사람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더군요.
멋진 분들을 상사로 모실 때는 좋았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악몽 같더군요.
어렵더라도 함께 잘해나가자고
진심으로 격려하시던 이사님들이 그리워지던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평가를 해보면,
가장 못난 상사는 다름 아닌 ‘책임회피형’ 인물입니다.
여기에 덧붙이면 ‘리모컨형’도 있습니다.
“내가 책임질게!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봐!”
이랬던 상사의 그늘에서 일했던 게 독이 되었을까요?
도저히 책임 회피하는 상사는 견디기가 힘들더군요.
TV 리모컨처럼 사람을 이렇게, 저렇게, 여기로, 저기로.
아무리 밥벌이지만 참기 힘든 나날의 연속이더군요.
한 마디로 미래가 깜깜한 터널처럼 어둡게만 보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계실지 궁금하군요.
묻고 싶습니다.
“퇴사 후에도 피하고 싶은 인물, 그런 당신 인생은 누구 책임입니까?”
- The 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