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는 것
<무소유>
“없는 이들에겐 명절만큼 잔인한 것도 없지.”
“어머니, 뭐라고 하셨어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돈, 고향, 친구, 가족이 없는 이들 말이야. 명절이 힘들 거라고.”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는 명절이 다가오면 가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명절은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보내는 날이죠.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친척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세상 사는 재미를 함께 누리는 날이기도 하고요.
애석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어딘가 있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얼마 후에도 그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납니다.
명절을 앞두고 청승맞게 왜 그러시냐고 나무랐던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게 저려옵니다.
“어머니, 다른 사람들 생각은 그만하면 안 돼요?”
“없는 사람들 생각하면 안 됐잖아. 그래서 그래.”
“명절에는 그냥 우리 가족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엄마가 없다면, 그 모든 게 어떻게 의미가 바뀌는지 생각해봐.”
“아, 그건 좀……”
우리 가족의 삶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기에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을 그때 당시는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아니 그 하나조차도 제대로 의미를 몰랐던 철부지였던 것 같습니다.
이듬해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그 의미는,
직접 몸으로 체험해야 했습니다.
시골집에서 홀로 지내시던 어머니께서 부재하게 된 순간부터
제 마음이 찾아가야 할 고향이라는 공간이 사라져 버렸지요.
형님 두 분은 타지로 나가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셨고,
저 또한 삶의 한 가운데 놓여 고향을 떠나야 했으니까요.
2019년 2월 설날 하루 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을 찾아갔습니다.
제가 살았던 곳은 많은 변화가 생겨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기억을 되짚어 보면서 옛 추억에 잠기곤 했습니다만,
그 공간 어디에도 제가 머무를 작은 땅 한 평 놓여있지 않은
씁쓸한 현실……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고향을 잃어버린 어른이 된 것이지요.
친구는 만나볼 수 있지만
그 고향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도 없는 나그네 신세가 된 것이었습니다.
“없는 이들에겐 명절만큼 잔인한 것도 없지.”
어머니께서 하신 이 말씀이
또렷이 제 가슴에 새겨지던 순간이었습니다.
없다는 것,
무소유가 마냥 마음 편한 것만은 아님을 배우게 된 명절입니다.
- The 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