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 싶은 마음
<졸업>
“선생님, 저 오늘 졸업했어요.”
“뭐, 벌써? 아, 빠르구나! 요즘은.”
2019년 2월의 첫날,
늘 저에게 새로운 생각을 일깨워주는 민호가 건넨 인사말입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일주일 전부터 중학교 진학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이렇게나 빨리 시간이 흘러갔음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민호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더군요.
“민호야, 표정이 좀 안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어?”
“선생님 그게요, 그게 그러니까, 전혀 즐겁지 않아요.”
“왜, 친구들이랑 같은 중학교로 배정되지 않아서 그래?”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공부해야 할 시간이 많아지고…….”
이 대목에서 민호가 한참을 망설이더군요.
눈치를 보아하니,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았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맞더군요.
“놀고 싶은데, 놀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
“아냐, 중학교도 친구들이랑 즐겁게 보낼 시간은 많아. 너무 걱정하지 마.”
“정말 그럴까요?”
“초등학교 때보다 공부할 과목이 많아지겠지만, 적응이 되면 곧 괜찮아져.”
사실 저 또한 이렇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이로 남고 싶은 마음,
공부보다는
운동장을 뛰어다니면서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예상대로 중학교는 초등학교보다 복잡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많은 과목과 다양한 학우들과 만남, 모든 게 낯설기만 하더군요.
중학교는 초등학교와는 확연히 다른 성장 과정을 거칩니다.
특히 급격히 바뀌게 되는 신체적인 성장 이외에도,
눈에 드러나도록 뚜렷한 심리적인 변화를 보이던 시기였습니다.
어른들에 대한 까닭 없는 반항심이 생기는 묘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죠.
지금의 중2병이 그때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할 만한 단어일 것입니다.
아직 이것까지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일단 말을 돌려야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중학생보다 더 바빠지는데 그것보다 즐겁지 않을까?”
“아, 고등학생이 되는 것은 더더욱 싫어요.”
“고등학생이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어. 우선 중학교 생활을 즐겨봐.”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노력해 볼게요. 오늘도 고맙습니다.”
3년은 사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이 시간을 즐기지도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다가올 또 다른 3년 또한 즐겁기는커녕 괴로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현실이 마냥 좋아서 변화에 주춤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럴 때는 오늘 이 에피소드가 하나의 가르침이 될 것 같습니다.
먼 미래의 일로 지금 당장 내 앞에 놓인 현실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빨리 이 상상에서 졸업하시고 즐거운 현재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The 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