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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근 Mar 30. 2016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기획팀과 글쓰기

 나는 기획팀 조사(Research) 그룹에 배치되었다. 반도체 시장 및 경쟁사(인텔, 도시바, 마이크론, 하이닉스 등등) 조사 및 동향보고, 경영전략 수립 등이었다. 기획이란 특히 전략기획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기획이란 아주 포괄적인 용어인데, 영어로는 Planning 즉 계획 수립이라는 뜻이다. 당신이 대표이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기업의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을 위하여 시장, 환경 등의 변화를 분석 및 예측하여 회사의 단기 대응 전략 및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구글이 애플을 누르고 미국 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로 등극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마 내가 회사에 있었으면 1위로 등극한 이유, 그동안의 경과, 당사와의 거래현황, 향후 전망, 당사의 대응전략 등 이런 목차의 보고서를 작성해서 보고했을 것이다. 내가 일을 좀 더 잘 했더라면 1위로 등극하기 전에 미리 보고서를 작성해서 2016.1월경에 구글이 추월할 것이다라고 예측을 해서 보고했을 것이다.  이렇게 기획은 Planning을 한다. 이와 관련해서 나오는 세부 실천계획은 실무부서에서 직접 실행한다.  

   

사실 삼성전자 입사 이전에 건설회사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할 때는 재무관리 이론(NPV 법, IRR 법), 기업회계기준, 상장법인 재무관리규정, 증권거래법 등을 참고하여 회사에 가장 유리한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을 하는 일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할 일은 거의 없었고 재무관리 이론, 법규 등에 근거하여 자금조달에 대한 결재를 받고 실제로 자금을 조달하는 일만 하였다. 그러다 삼성전자에서 전자, IT산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려고 하니 처음에는 이 일이 좀 힘들었다. 그 당시에 대학 친구가 “네가 건설회사에서 기업금융을 하다가 갑자기 전자, IT 산업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이 일은 무슨 규정이나 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힘들다. 그렇지만 상사에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대답할 수도 없다. 그것은 나는 능력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니까. 그래서 무조건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 해내야 한다”라고 대답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서적도 보고, 다른 사람이 쓴 보고서, 증권회사 조사팀(research team)에서 나온 조사 자료 등을 공부하면서 감각을 익혀서 익숙하게 되었다.     


최근에 내가 책을 한번 써보겠다고 친구들에게 말을 하니, 친구들이 “전에도 글쓰기를 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없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기획팀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했다. 어떻게 보면 나도 신문기자들처럼 글을 써서 먹고사는 일을 했던 것이다. 나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사장에게 보고하고 결재가 난 보고서는 관련부서에 배포하여 업무의 참고 및 지침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니까 글쓰기를 약 십 년 동안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기획팀에 근무한 것이 현재의 글쓰기에 좀 도움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기획서를 작성할 때  유명한 TV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를 생각하면서 했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고 전체를 다 파악할 수 있도록. 어떤 사안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해야겠다고 결심한 후에는 보고서 작성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내가 먼저 사안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생각해 내도록 집중한다. 내가 먼저 확실하게 알아야지 보고서화 할 수 있다. 표현 방법은 그다음 문제이다. 내가 먼저 충분히 이해했다면, 쉬운 말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할 수 있다. 자신도 내용을 잘 모르면서 어려운 말로 강의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도 자주 본다. 그런 경우는 “예”를 하나 들어서 설명해 달라고 하면 난처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어떤 강사는 “예”를 암기하여서 제시한다. 내가 “그 예는 당신이 정의한 A라는 점에서 위배가 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까 “확인해 보고 알려 주겠다”고 하고 연락이 없다. 나는 그에게 강의평가등급을 최하로 주었다. 너무 심했나?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 강의를 위한 강의를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나는 보고서를 써서 급여를 받는 사람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며, 내 직업이 따로 있는데, 시간을 내서 글을 쓰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절실히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공부한다고 한다. 나는 글쓰기 기술, 방법을 배워 세련된 표현법으로 포장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스토리, 독창적인 관점 및 시각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표현법, 미사여구를 사용한다고 해도 독자의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책 쓰기를 위한 책 쓰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표현법이 부족하더라도 저자의 메시지가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면 그 글은 최고의 글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을 굳이 글을 쓰지 않고 말로 하면 어떨까? 그렇게도 해 보았는데 아닌 거 같았다. 나 혼자서 강의를 하면 내가 계속 발언권을 가지고 말을 하니까 가능하겠지만,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 앉아서 나의 주장, 생각을 혼자서 계속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이 있으면 각자의 발언시간은 1/n(모인 사람의 총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마디로 하면 서로 사랑하여서 더불어 잘 살자는 말이다. 우리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배웠던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을 인용해 본다.     

“내가 원하는 우리 민족의 사업은 결코 세계를 무력(武力)으로 정복(征服)하거나 경제력(經濟力)으로 지배(支配)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어느 민족도 일찍이 그러한 일을 한 이가 없으니 그것은 공상(空想)이라고 하지 마라. 일찍이 아무도 한 자가 없기에 우리가 하자는 것이다. 이 큰 일은 하늘이 우리를 위하여 남겨 놓으신 것임을 깨달을 때에 우리 민족은 비로소 제 길을 찾고 제 일을 알아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청년 남녀(靑年男女)가 모두 과거의 조그맣고 좁다란 생각을 버리고, 우리 민족의 큰 사명(使命)에 눈을 떠서, 제 마음을 닦고 제 힘을 기르기로 낙(樂)을 삼기를 바란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이 정신을 가지고 이 방향으로 힘을 쓸진 댄, 30년이 못 하여 우리 민족은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될 것을 나는 확신(確信)하는 바이다.”     

서로 사랑함으로 우리나라가 행복하고 인류가 행복해지도록 하자는 말씀이다. 내가 어떠한 글을 쓰고, 어떠한 주장을 하더라도 내 마음에서 원하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함이다.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잘 알지만 그래도 글을 쓴다. 서로 사랑하면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행복할 수 있고, 서로 사랑하고 협조하면 결국은 모두 부유해지고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마음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이다.     

여하튼 글쓰기를 통해서 나의 생각, 주장을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니 나에게는 너무나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이 글이 당신의 가슴을 울릴 수가 있는 글이 된다면 더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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