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녹슬지 않습니다.(Experience never gets old. Experience never goes out of fashion)"란 말을 증명하기 위한 시니어 인턴 라이프를 시작한지 3개월째다. 이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은 영화 '시니어 인턴'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처럼 그저 삶이 공허하게 느껴져서만은 아니고, 장수시대의 준은퇴자로서의 삶을 막상 경험해보니 일이 필요한 이유가 더 커서이다. 시니어 인턴 라이프를 통해 느낀 점들을 소중한 것들을 한번 기록해 보고싶다.
오늘은 Pay up에 대한 이야기..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라는 외국 속담이 있지만, 막상 현실에서 그 말을 그대로 실천하기는 쉽지란 않다. 입을 닫는 것은 불필요한 간섭과 말을 줄이면 되겠지만, 지갑은 어떻게 열어야 적정한 건지를 판단해야할지 ?
시니어 인턴 라이프 발걸음을 처음 시작할 때, 출입증과 명함을 만들어 주고 받아야 할 교육과 알아야 할 규정들을 알려줬던 직원이 입사 3개월만에 이직을 한다는 자신의 소식을 사무실에 알렸다. 그 직원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3개월 타향살이를 벗어나게 되었고 본가와 더 가까운 곳에 새직장을 구한 것이 큰 이유였지만, 환한 얼굴로 바로 런던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요즘 MZ다웠다.
런던..어느해 6월 운이 좋게 맑은 날씨 속에 런던 도심여행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뮤지컬, 런던 아이, 코벤트 가든.. 런던은 정말 그간에 경험해보고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을 가진 도시였다. 요즘은 은행마다 트래블 카드라는 게 있어서 여행중에도 현금을 사용할 일이 점점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공항에서 여행지에서 사용할 현지화폐로 환전을 하는 게 중요한 출국절차였다. 여행할 때면 대체로 가서 쓸 돈보다 좀 넉넉하게 환전을 했던터라 혹시나해서 영국 파운드화가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해 서랍을 뒤져보니 역시나 좀 남아 있었다.
퇴사하는 그 MZ 직원이 마지막 출근하는 날 아침 명불허전 뮤지컬 '라이온 킹'을 런던 현지 프라임타임 시간대에 직관할 수 있을 정도의 영국 파운드 화를 새 봉투에 담아 건넸다. 나의 행동이 그 직원에게는 예상치 못한 호의였던지 좀 놀라는 눈치였지만, pay up을 하는 내 마음은 훈훈했다. 그래 바로 이런 것이지.
그 MZ 직원은 그날 오후에 자비로 스벅 커피를 배달시켜 사무실 직원들과 화기애애한 티타임을 가졌고,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출근을 해보니 그 직원은 떠나기 전에 아주 정중한 퇴사 이메일을 실 직원 전체에 보내고 떠났다. 이메일을 읽으면서, 그 직원이 라이언 킹을 보고난 자신의 짧은 후감을 적은 이메일을 한번더 퇴사한 회사 동료직원들에게 보내는 상상을 잠시 해보기도 했다.
이러한 것들을 누구가 다 예상하고 계획한 것 아니었지만 뭔가 좋은 연쇄반응을 본 것처럼 마음이 한번 더 훈훈했다. 그래 뭔가 능력치에 버거운 큰 것을 해야만 pay up이 아니고, 작더라도 정말 마음이 담아 받는 사람이 소확행으로 느낄 수 있는 pay up이라면 충분할 듯도 싶다. 다음번 출국할때도 누군가 떠날 훗날의 여행을 응원하기 위해 조금 더 넉넉하게 환전을 좀 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