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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Aug 23. 2022

사람들은 왜 빵을 사려고 줄을 설까?

댜정함은 오래가고 다정한 것들만이 살아남는다.

오늘도 헛걸음..그런데, 사람들은 왜 줄을 서는 걸까?


“야끼소바가 핫해?” “에이~~ 진짜로?” 잔뜩 물음표를 가지고 저녁 무렵에 야끼소바빵을 파는 집 근처의 매장에 갔더니, 헉!! 진짜로 야끼소바빵 쟁반이 휑하니 비었다. 평소 이 매장의 live(즉석) 샌드위치 코너가 대체로 인기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이럴 줄이야? 


매장에 물으니 오전 11시와 오후 3시 하루 두 번 나오는 야끼소바빵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보통은 줄을 선다고 한다. 


“빵을 사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는구나, 진짜로???”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매년 370억 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데 사용하는 데 이중 상당수는 자발적인 경우이며 먹거리도 줄을 서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사람들은 왜 소중한 시간을 긴 줄에 서서 보내는 걸까?


미국 MIT의 한 교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 = 일종의 파티’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사회학 연구자는 ‘줄 서서 기다리기 = 사람들이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욕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긴 줄에 서있으려면 당연히 지루함과 스트레스가 뒤따를 텐데, 기꺼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분명 이를 상쇄할 만한 이점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아마도 다들 자기 인스타그램과 틱톡 계정에 올릴만한 급이라면 긴 줄에 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듯하다.

대전 성심당 '야끼소바빵'..맛은 그냥 맛있는 짭조름인데, 안에 뭔가 특별한 다정함이 있다.


2전 3기.. 나도 두 번의 헛걸음 끝에 세 번째 드디어 야끼소바빵을 샀다. “오앗, 드디어 ㅎㅎ”.. 인스타그램은 아니지만, 카톡방에 사진을 올리자 지인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탄성이 들린다.  


“비밀은 뭘까?”

 

빵을 맛보고 나서 생각보다 내 나름의 결론을 빠르게 내릴 수 있었다. 사실 빵의 맛은 그냥 ‘맛있는 짭조름’인데, 뭔가 빵에서 오랜 세월 사람들과 함께 한 설명하기 힘든 '다정함'이 느껴졌다.


야끼소바빵은 원래 핫도그빵과 야끼소바를 팔던 일본 도쿄의 한 가게에서 빵에 야끼소바를 넣어 달라는 한 손님의 주문으로 우연히 탄생했지만, 70년 넘게 대표적 거리 음식으로 학교급식으로 간편식 등으로 서민들의 일상과 함께 해오면서 뭔가 특별한 ‘다정함’들이 담아지게 된 듯싶다.


수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화제작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시즌2)’에서도 야끼소바빵이 소재로 등장했었는데, 아마 그 이유도 빵이 가진 ‘다정함’이란 보편적인 정서감일 듯싶다.


코로나19에 고물가·런치 플레이션까지 함께 찾아와 삶이 점점 더 터프해져만 가는 이런 시대에 소문을 쫓아 찾아가 2번의 헛걸음 뒤 마주친 야끼소바빵이 지금은 사실 조금 낯이 설다. 하지만, 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들의 시간 안에서 다정함으로 자리 잡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댜정함은 오래가고 다정한 것들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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