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롤의 티라미수 마법

시니어 인턴에게 헤어 롤을 선물하자

by 박창호

"경험은 녹슬지 않습니다.(Experience never gets old. Experience never goes out of fashion)"란 말을 증명하기 위한 시니어 인턴 라이프를 시작한 지 4개월째다. 이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은 영화 '시니어 인턴'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처럼 그저 삶이 공허하게 느껴져서만은 아니고, 장수명 시대에 준은퇴자로서의 삶을 막상 경험해 보니 일이 필요한 이유가 더 커서이다. 시니어 인턴 라이프를 통해 느낀 소중한 것들을 기록해 보고 싶다.


언젠가부터 전에 없던 일상의 루틴이 하나 생겼다. 그건 바로 아침 출근 때 차에 시동을 걸고 차안에서 플라스틱헤어 롤(hair roll) 하나를 팔걸이 박스에서 꺼내 뒷머리에 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납짝한 느낌의 뒷머리에 볼륨감을 주기 위해서 하는 루틴인데, 이제는 뒤가 보이지 않아도 척척 능숙하게 롤(roll)을 말아 올린다.


뒷머리 롤(roll)을 모닝 루틴으로 정해서 하는 이유는 차에서 내릴 때 내게 돌아 오는 미적·심리적 보상이 정말 크기때문이다. 그저 작은 플라스틱 헤어 롤 하나를 출근하는 동안 차안에서 말고 있는 것인데, 납짝한 뒷머리의 볼륨감 그 자체가 훨씬 달라보이기도 하는 데다 기분마저 살짝 업(up)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플라스틱 헤어 롤이 일상의 시작에 활력(vital)을 불어넣어 주는 요술방망이인 것이다.


수년 전 한 여성 고위 공직자가 뒷 머리에 분홍색 헤어 롤을 2개를 깜박 풀지않은 채로 출근길 차에서 내리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잡혀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나도 그렇게 가끔은 깜박하고 그냥 헤어 롤을 한 채로 차에서 내리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문제가 전혀 될 게 없다. 이미 나는 “나를 끌어 올리다”라는 뜻을 가진 티라미수(Tira mi su) 케이크를 차안에서 하나 몰래 먹고 내린 듯 헤어 롤이 주는 행복마법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헤어 롤(hair roll)은 1930년경 솔로몬 하퍼라는 분이 만드셨는데, 우리말로는 '찍찍이 볼룸 셀프 구르프'라고 한다..암튼 만드신 분에게 큰 감사를 드려야 할 듯 하다

나이가 들어가면 전에 없던 흰머리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다. 처음엔 지혜와 경험의 표시로 자연스러운 그 회색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머리카락들 마저 점점 얇아지고 수마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면, 나자신도 모르게 심리적인 볼륨감이 조금씩 낮아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헤어 롤 하나가 생각지도 못한 큰 반전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헤어 롤을 누군가가 선물해준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니어가 된 자신에게 헤어 롤 하나를 스스로 선물해보자. 내가 스스로 말아 올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60세의 마인드셋(현대지성 刊)'의 저자인 일본의 노인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는 책을 통해 시니어들의 마인드 리셋(mind reset)을 강조한다. 그가 꼽은 '마인드 리셋 7계명'에는 '해보기 전에 지레 판단하지 말자', '답은 스스로 찾자' 그리고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자'라는 세가지 계명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모든 게 마치 헤어 롤을 가리켜 말하는 듯 하다.


이제는 출근할 때 뿐만아니라 외출할 때마다 헤어 롤을 챙긴다. 주말에 피클볼 운동을 하러 갈때도 잠시지만 부시시한 뒷머리 헤어 롤을 말아 올린다. "수리수리 티라미수~" 차에서 내릴 때면 기분은 업(up)되어 있다. 물론, 깜박하고 롤을 만채로 체육관안에 들어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나는 행복마법에 걸려 아무 문제가 없다. 와다 히데키가 말했듯이 나이가 듦은 자유로워도 된다는 뜻이고, 마음가짐을 바꾸면 세상도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오키도키 수 ? No, No 수리수리 티라미수~ !!




작가의 이전글선생님 vs. 책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