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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넬 Sep 29. 2022

해체주의로 만들어진 안전가옥

실리카겔(silica-gel) - NO PAIN 리뷰

실리카겔 - NO PAIN

 2020년 8월 23일, 싱글 [kyo181]의 발매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알린 밴드 실리카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지향하는 이 밴드는 각 멤버들의 군 입대를 기점으로 휴식기를 갖고 다시 돌아온 [kyo181]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면서 씬 내에서 화려한 복귀를 이루었다. 그 이후 실리카겔이 연속적으로 발매한 싱글들은 현재 실리카겔이 추구하는 방향을 대중들에게 서서히 납득시켜 가고 있었다.


실리카겔은 사운드와 가사의 이질감이 가장 적은 밴드라고 생각한다.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나의 메인사운드를 중심으로 배경을 이루는 강박적인 기타와 악기들, 가사 역시 서사적인 부분을 완전히 절단하여 미니멀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부분이 가장 완벽하게 들어난 음악은 2021년 1월29일에 발매한 싱글[Hibernation]이다. 가사 역시 하나의 사운드의 일부가 되어서 조립이 완벽히 된 하나의 악기가 음악이 된 것 같다. 싱글 [Hibernation]은 가사를 돋보이기 위한 음악도 아니고, 사운드를 돋보이기 위한 가사를 쓴 것도 아니다. 전달하고자하는 바를 위해 만들어진 사운드들을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만든 하나의 완성품에 가깝다.


그 이후 발매된 24분 가량의 길이를 자랑하는 싱글 [S G T A P E - 01]을 통해 24분이라는 시간 동안 실리카겔이 가용할 수 있는 악기들과 사운드를 총동원하고, 그것의 모든 것을 해체하여 가장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대중들에게는 듣기에는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음악이라는 평이 존재하지만 하나의 러닝타임 안에서 악기들의 분리를 통해 나열되는 사운드들을 가감없이 들을 수 있다. 또한 변주하는 사운드들 속에서 실리카겔이 정의하는 '기승전결'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귀를 간지럽히는 신시사이저의 현란한 연주와 갑자기 기타의 미니멀한 등장으로 혼란스러움을 자아내지만 이 역시 실리카겔이 자신들의 세계관을 형성해오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돈되지 않은 듯 한 틀이 없는 싱글을 뒤로하고,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을 수상한 싱글[Dessert eagle]을 발매한다. 선정위원 임은선은 '기승전결이 있는 전개, 매서운 사막의 바람처럼 몰아치는 연주, 서사가 있는 가사와 보컬 중심의 편곡 등 실리카겔(Silica Gel)답지 않은 익숙함이지만 그조차도 생경하게 느껴지는 사운드다.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밴드임을 증명해보인 노래.' 라고 코멘트하였다. 밴드 실리카겔은 이 곡의 발표와 함께 두 가지 새로움을 제시했다. 첫째로 '자신들이 선보인 노래들과의 새로움' 두번째로 '기승전결의 새로움' 이다. 전작이 뒤죽박죽하지만 애써 차림새를 갖춘 기승전결을 이루고 있다면 이 곡은 완벽한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다. 사운드의 몰입도와 초반부 가사와 보컬에 힘을 주며 '사막'이라는 공간감을 부여하는 사운드를 구성하였고, 가사에 대한 비중이 간결해질수록 사운드의 비중이 점점 커지며 김한주 특유의 드라이한 보컬이 불안과 신비로움을 발산하면서 커지는 후렴의 사운드가 황야 속에서의 불안감을 완벽하게 구현해내었다.


[Dessert eagle] 이후 또 다시 새로운 사운드의 [I'MMORTAL]이 발매되었다. 혼란 속에서 세명의 보컬은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사운드를 형성하고 있다. 이 또한 전작과의 다른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다. 전작은 김한주의 사운드로 공간감의 기승전결을 포현한다면, 이번에는 보컬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간감이 인상적이다. 특히 소금(sogumm)의 보컬 부분과 초반 부분에서의 가스펠적인 요소로 착각하게 되는 부분은 압도적인 기승전결에 힘을 싣는다. 싱글 [I'MMORTAL]은 마침내 방황과 혼란 속에서 하는 첫번째 행동으로 보여진다. 그것은 희망을 담았다는 의미와 함께.


그리고 가장 최근 나온 싱글[NO PAIN]은 이를 더 한번 발전 시켰다. 아마도 실리카겔의 음악 중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희망을 말하는 노래일 것 이다. 전작에서의 행동이 집을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kyo181]을 시작으로 발매된 가사들을 나열해보면 '질문 - 경고 - 혼란'의 과정과 '희망으로 이어지는 기도와 건축'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실리카겔은 싱글[NO PAIN]을 발매하며' ‘시간의 흐름을 산다는 것', ‘시공을 초월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실리카겔의 새로운 싱글 ‘NO PAIN'. 질주하는 시간을 부숴버리려는 실리카겔의 독립선언문을 함께 외쳐보자. '라고 말하였다. 실리카겔의 가사들 속에서 행동은 [I'MMORTAL]을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 발매된 싱글에서는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들이 말하는 사운드와 혼란은 곧 공간을 초월하게 된 것이다. 즉, 행동의 큰 변화 없이 자신들의 집을 짓고, 노래하는 것이 곧 시공간의 초월을 이룬 것이다. 그 부분이 가장 잘드러난 점은 역시 '가사'이다. 이번 곡에서의 가사는 '-합시다, -지마, -했어'와 같은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가사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 말인즉, 자신들이 비추는 이상향을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시공간을 초월해야'하기 때문인 것이다. 시공을 초월하였기에 자유로워 졌고, 할 수 있는 말을 가감없이 말한다는 것이다. 


실리카겔이 전작들에서 말한 해체주의를 통한  '혼란의 서사'와 지금 말하고 있는 '희망의 서사'는 공간과 사운드부터 완벽히 다르다. 혼란을 말하는 곡들은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은 실험적인 사운드를 제공하고, 희망을 바라는 노래에서는 오히려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정돈된 사운들을 보여준다. 이것이 멀리서 보면 당연한 이야기라고 보일 수 있지만, 희망을 말하는 공간은 곧 '시공을 초월'한 곳이고, 혼란을 말한 곳은 '공간감'이 부여되어 있었다. 이것은 어찌보며 현재에서의 희망은 공간을 벗어나야 일어날 수 일이 아닐까 하는 하나의 우울감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실리카겔의 싱글 [NO PAIN]은 현재 대중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나 역시 이 곡을 자주 스트리밍하여 실리카겔이 말하는 희망에 대해서 긍정적인 메세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메세지가 현재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암울한 면을 가지고 있다면? 다시 들어볼 가치가 있는 곡이다. 감히 말하지만 올해의 곡이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 'kyo181- Hibernation - Dessert eagle - I'MMORTAL -NO PAIN' 순으로 듣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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