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넬 Mar 04. 2022

문화를 보고 자란 이가 문화에게 보답하는 법

스카이민혁, [그랜드라인2], 날개(feat. alt) 싱글리뷰

내게 안 된다던 사람들에게는 용기를
지금 날 믿어 주는 이들에게 숨기는


 한국에서 힙합이라는 장르가 머문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와 동시에 힙합, 즉 흑인음악도 지정된 영토 내에서 토착화가 진행되었다. 최근 많은 이슈를 불러왔던 '한국에서 진짜 힙합의 존재 유무' 에서 나는 'Banana split' 이라는 촌철살인의 곡을 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한 래퍼의 입장과 동일하다. 그리고 그가 내뱉은 수많은 앨범들은, 가장 한국적인 시각을 가지고,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명반'에 해당되는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진 공통점이자 아티스트가 외쳤던 단어. '한국에서만 가능한 정서'는 무엇일까.


The Anecdote, FOUNDER, 고결한 충돌, 연애담, 가로사옥, 돈숨, 녹색이념, NAMES, 밭

위 가사는 쿤디판다가 위에서 말했던 이슈에 답했던 곡 'Banana split'에서 가져온 가사이다. 위 나열된 앨범을 모두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존재하겠지만, 힙합에 대해서, 특히 국내힙합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하나라도 들어봤을 것이다. 이 앨범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생존하며 느꼇던 감정을 고스란히 적은 앨범들이다. 연애담에서는 연인과 사사로운 감정의 교환과 또 그에 대한 일들을 적었던 앨범, The Anecdote는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온 상실감과 삶 그 자체를 깨끗하게 적었던 단편이다. 그리고 돈숨, 녹색이념, NAMES, 밭, FOUNDER그리고 고결한 충돌 모두 한국에서 생존하며 맞아왔던 계급과 경쟁에 대한 시선을 담았고, 자신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힙합'이라는 삶 속에서 보이는 일말의 감정들을 가장 솔직하게 가져온 앨범이다. 이 앨범들은 사장, 줏대를 지키는 아티스트,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족의 상실을 가장 한국적인 시선과 문화적으로 해석했다. 

그렇다면 나는 제목과는 다르게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일까? 그 이유는 이제부터 말할 앨범 [그랜드라인2], 그리고 그 수록곡 '날개(Feat. alt)'가 위 나열된 앨범의 위치와 서사를 동경하고 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잉태해 있는 가장 적절한 곡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 똑똑히 너한테 말해줄 게
내 모든 걸 가져가도 힙합은 못 줘 절대
꿈꿔 그리고 숨 쉬어 어린 맘의 순수



스카이민혁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래퍼이다. 그가 그간 내놓았던 앨범의 수는 많았지만, 대중들이 기억하는 첫 장면은 아마 <쇼미더머니9> 일 것이다. 독특하기도 하고, 무엇인가 부족해 보였던 그의 랩스타일과 실력에 반문을 가졌던 대중들은 많았을 것이다. TV쇼 속 관문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그의 모습보다는 가려져 있던 그저 자신의 스타일의 반복이었다. 사람들의 염증이 터지기 시작했던 것은 아마도 '음원미션'일 것이다.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평하던, 기대하던 래퍼들이 아니라 스카이민혁이 올라갔다는 사실에 사람들의 많은 빈축을 사기 시작했고, 아티스트의 본질을 폄하하기라도 하듯 그가 참여한 음원 속 파트를 삭제하는 '삭제버전'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다. 그 당시 그가 받았던 스트레스와 아티스트로서의 자괴감을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힙합이라는 장르는 '가장 피드백이 빠른' 장르라고 생각한다. 워낙 팬층의 깊이가 있고, 두터운 층으로 구성되어서 '여기 까지가 힙합이고, 여기 밖은 힙합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장르의 바운더리가 확실했다. 그 속에서 스카이민혁은 그저 자기 스스로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노력


[그랜드라인2]를 내기 전 발매한 앨범 [노력의 천재2] 그리고 그 앨범 시리즈의 전작 [노력의 천재]까지 스카이민혁이라는 아티스트를 감싸고 있는 단어들은 '노력'이다.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와 노력이라는 감정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특히 이 곡에서는 자신이 음악을, 랩을 하고, 힙합이란 문화에 남아있는 것에 대해서 은은히 말하고 있다. '꿈꿔/그리고 숨 쉬어/어린 맘의 순수' 이 가사 속 스카이민혁은 힙합이 주었던 충격을 그대로 자신의 목표로 바꾸고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초심'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하지만, 스카이민혁은 순수를 지킨다는 표현이 더욱 어울린다. 그리고 힙합이라는 문화를 못 준다는 말과 함께 자신은 아마도 삶의 존재이유를 힙합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스카이민혁이 뱉고 있는 가사, 특히 이 노래에서는 '진행형'으로 말하고 있다. '나는~을 하는 중'/'나는~하지 않을거야' 등 스카이민혁은 계속해서 많은 앨범을 발매했음에도 자신을 계속 증명하는 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 노래가사 전체를 보고, 아마도 이 곡에 자그마한 희망과 위로를 느꼈던 사람들도 알 것이다. 스카이민혁은 자기 자신에게 채찍을 하고 위로하고 있다. 자신이 나아갈 우상의 단계에 힘을 끝까지 쏟아부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스카이민혁의 가사에서는 정말 '노력'이라는 단어를 빼도 행동이 '노력'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얼마전 해산 된 레이블 '그랜드라인'은 스카이민혁이 지향하는 방향과 많이 닮아있다. '그랜드라인' 즉, 위대한 여정은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항로이다. 큰 볼륨을 가졌던 만화 속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하는 이 항로는 '그랜드라인'의 지향점과 그리고 스카이민혁의 지향점과 많이 닮아있다. 또 그를 처음 알아봐 준 그들은 스카이민혁이 보기에 벼랑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손을 꽉 잡아주는 것과 같았다. 스카이민혁은 그것을 잊지 않았다.

24 전역 할 때 쯤엔
이게 내 꿈이 될지는 몰랐지
그때 선임이 줬던 mp3에
힙합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겠지

피처링으로 참여한 alt(알트)의 첫 가사이다. 힙합과 맞닿았던 그 순간에 초점을 두었으면서 알트 역시 이 길이 무섭다고 하지만 자신이 느꼈던 가장 짜릿했던 순간을 유지하고 지키려고 하고 있다. 스카이민혁과 알트는 힙합이 주었던 충격을 그대로 자신의 노력에 녹여내며 그 안에서 느끼는 각자의 감정을 잘 풀어내고 있다.


이 글은 단순히 스카이민혁과 알트가 문화에 대해서 느끼는 열정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 이다. 그들이 단순히 문화를 보고 자란 것을 보답하기 위해 힙합으로 사는 선순환 뿐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받은 꿈이라는 이상향에게 선순환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주고 위로를 줄 것이다. 그리고 그 위로는 스카이민혁으로부터 시작되고, 스카이민혁에게 도착한다.


뭐 어쩌긴 세상이 엿 같아도 웃네/친구 계속해 니가 안되면 같이 죽게/허나 이 세상은 쉽게 죽으란 법은 없네/무서워 마 너는 잘하고 있을 테니까/저들의 말 때문에 함부로 흔들리지 마
작가의 이전글 정리하면서 보았다. 당시의 감정이 불안했었다는 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