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의 뒤꿈치를 치고 달아났다. 벗겨진 신발을 고쳐 신고 지하철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지각인가?’
재촉하지 않은 걸음으로 지하철 플랫폼으로 내려가 보니 긴 줄 뒤에 그녀가 서 있었다. 뛰어도 나와 같은 시간인 것을, 마음이 급했나 보다. 충분히 이해됐다.
곧 지하철이 도착했고 그녀와 나는 같은 위치에서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분홍색 백팩을 앞으로 둘러맨 그녀의 얼굴이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인 지하철 창을 통해 들어왔다. 아직 고르게 돌아오지 않은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얼마를 갔을까.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쾌쾌한 냄새. 조금씩 짙어지던 냄새는 적어도 나흘 이상은 묵혔다 배출을 준비하는 응가의 냄새였다. 창을 바라봤다. 묘한 눈빛의 그녀가 보였다.
‘급하게 사느라 장 활동이 원활하지 않은가 보다!’
이해는 되지만 도저히 옆에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녀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없으나 냄새의 방향과 몸짓이 적어도 심증적 범인임을 간파할 수 있었다. 나의 몸은 본능적으로 그녀와의 거리를 두시 시작했고 내려야 할 정거장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기웃거리며 범인을 찾는듯한 몸짓을 보일 때 유일하게 움직임 없이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좀처럼 옅어지지 않은 냄새 속에서 내 앞에 자리가 났고 앉으려던 나를 제치고 그녀는 털썩 주저 앉았다. 오늘은 어쨌든 나보다 그녀 몸짓이 빠른 건 인정이다. 곧 냄새는 줄어들었고 지하철을 내리려고 준비하던 나를 그녀가 바라봤다. 나는 분명 그 눈빛 속에서 사과를 읽었다.
‘괜찮아. 잘 가. 오늘은 꼭 화장실에서 좋은 결과 얻기를!’
나에게는 여유로운 금요일이었기에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발을 밟아도, 냄새를 풍겨도, 내 자리를 탐내고 빼앗아도 모두 괜찮았다. 그저, 그녀의 금요일 밤은 아침보다 좀 더 여유롭기를, 분홍 가방 속에 가득 든 물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뛰고, 뀌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