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턱 벌어져서 잠시 말을 잃었다. 내가 본 사람은 (스레드에서) 70대나 8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 남자였다. 그분은 패션에 있어 나이를 뛰어넘는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빨간색 니트와 민트색 후드티, 그리고 닥터마틴 워커까지. 그의 의상은 그가 나이에 맞지 않게 보일 것이라는 편견을 완전히 깨버렸다. 모든 옷은 그의 몸에 딱 맞았고, 너무 과하지도, 너무 평범하지도 않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원래 이런 색상이나 스타일은 젊은 사람들만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후드티와 워커는 20대나 30대가 소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분을 보면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 든 사람도, 나이가 들어서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 옷들이 아닌 옷들을 멋지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분을 보면서 내 안에 묻혀 있던 감정이 떠올랐다. 맞다, 나는 원래 옷을 좋아했다. 옷을 고르고, 스타일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는데, 아이를 키우고, 가족을 돌보며 시간이 너무 바빠져 그 감정을 놓고 살았다. 그동안 옷에 대해 점점 더 무심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좋아했던 패션, 내가 입고 싶었던 스타일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었지만, 일상에 쫓기면서 점차 그 생각들을 묻어두었었다.
그분을 보며 나는 결심했다. 이제부터라도 나이와 상관없이 트렌디하게 입고 싶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옷을 입는 데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몸의 변화가 오지만, 그 변화는 결국 나이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몸의 선이 달라지지만, 그 모든 것들이 멋스러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멋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패션을 보며, 내 안의 나이가 든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없애야겠다고 마음먹었다.20대가 아닌, 40대인 나도, 50대인 나도 충분히 멋지게 입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20대에는 소화하기 힘든 색상이나 스타일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워커 부츠는 20대가 입기에 어려운 스타일이라 생각했지만, 나이가 든 사람이라면 오히려 그것을 소화하는 멋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커 부츠와 같은 강렬한 아이템을 입고 자신 있게 거리를 걷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은 단순히 스타일을 고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결국 옷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분의 옷에서 느낀 가장 큰 매력은 자신감이었다. 그분은 자신이 입은 옷에 대해 전혀 망설이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을 선택했다. 그래서 나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어떤 옷을 입든지, 내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스타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분은 패션 칼럼 직업이라서 어떻게 이런 감각을 키웠을지 궁금해졌다. 스타일에 대한 감각과 자신감을 쌓는 과정은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그분처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감 있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찾고 싶다.하지만, 전신 거울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초라해 보였다. 방에 가서 옷장을 열었지만, 원하는 옷이 없었다. 마당히 입을 옷이 없는 것 같았다. 어제 입었던 옷이 눈에 띄었지만, 오늘은 뭔가 새로운 옷을 입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옷은 없었다. 하나하나 옷을 살펴보니, 내가 직접 산 옷은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이 친척이나 가족이 준 옷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옷들이 잘 어울렸다. 마치 예전부터 내 옷처럼 편안하게 맞았다. 그 옷들이 내게 맞는 이유는 단순히 나에게 어울리기 때문이 아니라, 그 옷들이 내게 따뜻한 기억과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옷을 사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자주 옷을 사지 않는다. 옷을 사기 전에 한 번, 두 번 고민을 한다. "이 옷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몇 번이고 되새긴다. 옷을 좋아하긴 하지만, 환경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행복학교에서 환경 공부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아프리카에서 소가 헌 옷을 풀 대신 먹고 있다는 장면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넘쳐나는 옷이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쪽에서 넘쳐나는 옷들이 소외된 지역으로 보내져, 결국 그곳의 소가 옷을 풀처럼 먹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옷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소비 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그 사건은 내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이제는 옷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할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과소비와 환경 파괴를 줄이는 것이 나의 작은 목표가 되었다. 그래서 옷을 사고 싶은 마음도 점차 내려놓게 되었다. 결국, 옷을 소비하는 것보다 얼마나 옷을 잘 활용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제는 옷을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스타일을 더욱 신중하게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에 맞게, 더 멋스럽게 스타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싶다.
https://youtu.be/u-MzgRpuzYE?si=MPvHT-2WfyCVuM8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