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할 권리, 나를 위한 첫 걸음

by 감사렌즈




2021년, 카드 결제를 하고 나서 그 다음 기억이 완전히 끊겼다. 카드를 찾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결국 카드 재발급을 받기로 했고, 재발급까지는 5일이 걸린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기다리기로 했다.

아이들이 방학 중이라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평소 새벽4시 45분에 일어났지만, 어제 12시이후 잠이 들어 결국 7시에 일어났다. 아침을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저녁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새벽 시간은 계획대로 진행되지만, 오전과 오후는 자주 계획과 반대로 흐른다.

남편에게 교통카드를 잃어버렸다고 말하며, 카드를 빌려달라고 했다. 코로나 검사를 위해 버스를 타고 구로역으로 가던 중, 아버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둘째 아들 한의원 약을 지어야겠어"라는 말에 갑자기 예고 없이 전화를 받게 되었지만, 아이들과 바쁜 상황이라 짜증이 났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을 다짐하며 코로나 검사를 마친 후, 한의원 예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니 남편의 카드도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안해, 카드 잃어버렸어"라고 말하자 남편은 놀라며 "진짜?"라고 물었다. "응, 진짜 미안해. 재발급 받아야 할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나도 왜 카드가 사라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중에 놀이치료 선생님께 여쭤보니 과부하나 우울감 때문에 기억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하셨다. "우울감 있어요?"라고 물어보시길래 "네, 우울감이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이 방학 중이라 조카도 집에 와서 셋이서 육아를 하다 보니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집에 가자고 말하면 셋이 동시에 뛰어가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정말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하지만 잠시 후, 아이들이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리고 내 자신이 다른 사람의 거절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이렇게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도 거절하지 못할까?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순종적인 아이였고, 거절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거절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도 거절을 못 했다. 하지만 책과 강연을 통해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내가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모와 친척들에게도 육아가 쉽지 않다는 말을 전했다. 며칠 동안 조카를 돌보게 되었는데, 일정이 있어서 돌보는 일이 힘들다고 말했다. 물론, 이렇게 선택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망설였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말을 하니 그 선택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결정하고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걸 깨달으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스트레스가 낮아지고, 더 나아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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