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변하니 세상도 달라 보인다

by 감사렌즈
"당신이 바라보는 세상이 당신의 마음을 반영한다." – 로버트 랍슨


2021년, 일요일 자가격리가 12시에 해제되었다. 7살, 10살 아들에게 밖에 나가자고 말했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 입술은 뽀룩 나오고, 코에 주름이 잡혔다. 자가격리하는 동안 해제되는 날, 산에서 산책하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했지만, 하필 그날 날씨는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날씨도, 아이들도 뜻대로 따라주지 않으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12시쯤, 베란다 창문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솜사탕처럼 하얗고 부드럽게, 뭉게뭉게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창밖을 가득 메웠다. 거실에 누워서 창문을 바라보며 눈을 보니, 어느새 눈이 동공처럼 커졌다. 눈은 회색이었고, 어딘지 모르게 흐릿하고 뿌연 느낌이었다. 미세먼지 때문일까? 아니면 착시현상일까? 알 수 없었지만, 포근한 이불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며 그 하얗고 차가운 세상에 흠뻑 빠져들었다. 손끝이 따뜻한 이불속에 숨겨져 있고, 밖의 냉기와 대조되는 그 느낌이 묘하게 기분 좋았다.

핸드폰을 꺼내 지역 맘카페에 들어갔다. 눈 사진을 찍으면 상품을 준다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눈 내리는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며 응모했다. 나도 응모할지 망설였지만, 그저 집에서 따뜻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더 좋았다. 추운 날 밖에 나가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에게 이벤트 얘기를 하자, 그제야 밖에 나가자고 했다. 아이들은 옷을 준비하더니 금세 달려 나갔다. 우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옆집 아이는 가방 속에 눈사람 만드는 도구를 가득 담고 있었다. 띵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아이들은 벌써 문을 넘어 달려갔다.

밖은 온통 하얀 세상으로 변해 있었다. 눈밭은 아무도 밟지 않은 채 고요히 펼쳐졌고, 그곳을 뽀드득뽀드득 소리 내며 걷는 것이 기분 좋았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눈이 발 밑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아이들은 눈을 뭉쳐 삼촌에게 던지며 웃고, 입김이 차가운 공기 속에서 하얗게 퍼졌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차갑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그 추위는 조금씩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금세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 마음은 단순하다. 마음에 변화가 생기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코로나 해제 후 날씨가 따라주지 않으니 괴로워하는 나를 발견했다. 날씨에 따라 감정이 변화된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날씨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아이들, 상황 등 내가 뜻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그런 것들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불안하고 괴로워했다. 그런데 스마트폰 속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눈사람, 눈 덮인 나무 사진, 아이들과 함께 눈을 밟으며 걷는 사진 등) 날씨나 상황은 나의 손아귀에 있지 않지만, 마음의 변화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는 걸 느꼈다. 만약 그때 귀찮다고 일층에 내려오지 않았다면, 이 좋은 순간을 놓쳤을 것이다. 선택에 따라 마음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만의 작은 세상에 갇혀 있지 않으면 된다. 내가 머무는 섬에 몰입하다 보면, 주변의 아름다움을 놓칠 때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주체적으로 변화하면서, 오감을 더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차가운 바람, 눈이 부서지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 모두가 나를 변화시켰다. 그 순간을 눈에 담으며, 내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들을 되새기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마라톤처럼, 인생을 기분 좋게 달려가기